2014.09.16 18:20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에서 결혼하게 되었는데,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버지는 오시지 못하게 되었어요.
어릴 때부터-막연히 드레스를 입은 신부를 동경하던 시절에도-, 신부가 아버지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에 조금 위화감이 있었어요.
성인 둘이서 결혼하는데, 신부만 아버지 손 잡고 입장하는 것도 이상했고, 그럼 신랑은 왜 혼자 걸어나가지? 하는 생각도 했었고요.
무엇보다 부모님에 대한 감사도 있지만, 감사하는 마음과 별개로 형식으로 정해진 그런 것들에는 거부감이 들더라구요.
일단 해외에서 결혼할 때, 부르는 초대객은 남편 직계가족(친척들 안부릅니다), 제 쪽 직계가족,
어르신들은 이상이고, 그 외는 다 저희들 인맥을 초대합니다.
비용적인 면에서도 둘이 함께 준비했고, 부모님 포함해서 모두에게 축의금 형태로 당일 받는 게 전부.
당연히 양가에 대한 어떤 집이며 예단이며, 한국식 결혼 방식은 없구요.
그런데, 이 망할 '신부의 아버지와 입장과 신랑에의 바톤 터치'는 서구에서부터 전해져온, 소위 자본주의 사회라면 전지구적 결혼식의 공통 법칙이더라고요.
동시입장은 저랑 남편될 사람이 하길 원치 않고요. 서로 걸어들어오는 것을 바라본다던지, 레드 카펫 저 끝에서 걸어들어오는 신부를 바라보는 신랑의 애정에
가득찬 표정과 감정선들에 나름의 로망도 있고 해서요.
대안은,
1. 어머니와 입장한다. -아버지의 빈자리와, 옛 가치관을 가진 어머니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는 것 같아서 신경쓰이네요.
2. 친구들을 들러리로 먼저 입장시키고, 홀로 입장한다. -뭔가 홀로 입장의 공백을 비우려는 마냥, 발악으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3. 홀로 입장한다. -제 멘탈이 견뎌낼 수 있다면요. 듣기로는 드레스 복장으로 혼자 걷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말도 들어서 신경쓰여요.
남편될 사람은 제가 원하는 대로 하길 원하고, 저는 저 혼자 생각하다가 머리에 쥐가 날 것 같아요.
도와주세요~
2014.09.16 18:31
2014.09.16 18:31
2번이 제일 무난한 것 같아요. 서양 결혼식에도 신부 앞에 꽃가루 뿌리는 애들, 뒤에는 들러리와 반지 전달하는 사람(ring bearer라고 하더라구요)이 따라가는 케이스가 많지 않나 싶은데요.
최근 안젤리나 졸리 결혼식 사진을 보면 앞에 꽃 뿌리는 애기들 앞세우고, 뒤에는 아들들이 반지를 쿠션 (이것도 ring pillow, ring cushion) 위에 얹어서 따라왔잖아요.
이도저도 마음에 안 드신다면 혼자 입장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결혼식장이 크고 복도가 길다면 주위 시선이 신경 쓰여서 불편한 결혼식이 될 듯 하여...
결혼 축하드려요. 원하시는 방향으로 행복한 결혼식 올리실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2014.09.16 18:35
2014.09.16 18:38
고성에서 하기 때문에, 버진로드가 일자로 길게 뻗은 레드카펫이에요.
2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봐야겠네요.
혼자 입장하다가 넘어지면 어쩔지 걱정했었는데, 혼자 걷는 게 더 편하다는 음익명님 댓글에도 안도 했습니다:)
졸리 결혼식 사진들을 살펴봐야겠어요!
2014.09.16 18:38
2014.09.16 18:43
저도 그 영화 참 좋아하는데! 근데 그 영화에서는 결혼식장이 시청 같은 건물의 작은 강당 같은 곳이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어요.
글쓴 분의 결혼식장은 복도가 긴 고성이라 하시니 혼자 걷는 게 조금 어색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2014.09.16 18:40
오! 보리님 감사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제가 관심가는 게 신부 입장이 나오는 영화들이었거든요.
섹스앤더시티의 샬롯 요크의 첫번째 결혼식에서도 turtle님 이야기처럼 앞에 친구들이 들러리로 입장하고, 샬롯 혼자 입장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어서...
혹시 참고가 될 만한 영화들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꼭 찾아보겠습니다 :)
2014.09.16 20:48
2014.09.16 21:45
2014.09.16 22:06
아버지로부터 남편으로 토스되는 것이..........
아무리 관습이라지만 장면을 볼 때마다 속이 불편하더군요. 신부가 반드시 남성의 보호가 있어야만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2014.09.16 22:18
아 저는 상식선 밖에 사는 사람인가봅니다. 전 동시입장을 동경(?) 해왔던데다가 요즘엔 그게 별 문제도 안되는 추세라고 혼자 생각했던가요. 잠시 멘붕이 옵니다.
남들이 그렇게 결혼한다고 해도 와 재미있네 새롭네 라고 생각했을거예요.
저는 2번 추천합니다. 동시입장 참 예쁠거 같아요.
근데 이 댓글을 쓰다가 든 생각인데, 만약 제 아버지가 딸과 입장해서 사위에게 바톤터치하는것에 로망이 있었다면 이뤄드리고 싶네요. 쩝. 결혼은 나의 시작이지만, 부모님의 육아(?) 마무리 이기도하니.
뭐 과거의 한국의 상식은 제가 바꿀수 없고 그게 그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의 로망이라면이야...라고 쓰면서 결혼할 계획도 생각도 없음. 결혼안한다고 했음.;
2014.09.16 23:43
화동들을 앞세우고 입장하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한국 결혼식에는 신부들러리 있는 걸 본적이 없어서 그림이 어떻게 나올지도 모르겠고...들러리 복장도 신경쓰이실것 같구요.
예전엔 아버지와 신랑 바톤터치가 굉장히 불합리하게 느껴져서 절대 안하겠다고 생각했는 데 제가 만약 결혼이라걸 하게 될땐 저희 아버지가 이 세상에 안 계실 것 같아서 지금은 꼭 아버지 손 잡고 들어가고 싶어요. (아마 결혼은 평생 안(못)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아...해외결혼식이군요. 그럼 어떤 것도 상관없겠네요.
2014.09.16 23:48
2014.09.1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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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번 항목의 일부 내용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면, 아버지 손 잡고 걷는 것보다 혼자 걷는 게 10배는 쉽습니다.
혼자 걸을 땐 한 손에 부케 들고, 한 손으로 드레스 자락 잡으면 되는데... 아버지랑 걸을 땐 한 손을 아버지 손에 올려야 해서요.
한 손으로 부케 들고 드레스 자락까지 들어올려야 합니다.
손이 크고 악력이 센 분이 아니라면 좀 힘듭니다...
어차피 아버지가 드레스 자락 들어주는 것도 아니고 제 몸을 지탱해주는 것도 아니라서 (아버지 손에 올린 내 왼손은 말 그대로 올려져 있기만 할 뿐)
다른 건 몰라도 걷는 건 혼자 걷는 게 훨씬 편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