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마다 심란한 우리가족 이야기..

2013.09.19 10:04

kct100 조회 수:4553

명절마다 전쟁이에요.

 

저희 가족은 저희집에서 명절을 쇠요.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할머니 한분 홀로 사시고, 식솔이래봤자 아버지와 큰고모 뿐인데, 고모는 집안의 여러문제들로 틀어져서 거의 왕래가 없거든요.

이게 참 편하긴 한데, 문제는 어머니.

설날, 추석, 할아버지 제사... 일년에 총 세번 상을 차리는데 거의 전부 어머니가 혼자 만드시는 편이에요. 간소하게 한다고 하지만, 직장도 있으신 어머니께서 일을 마치고 오셔서 다 구색을 갖춰 준비하는건  쉬운일이 아닙니다. 나물하나까지 사지않고 다 만들어 먹거든요.

 

저희가족엔 행제자매가 저를 포함해서 두명인데...어머니를 도와드리기는 하지만 좀 보조적인 일들에 그쳐요. 그조차 다 떨어져 살고 있기 때문에 애로사항이 있고요.

 

어머니는 할머니를 끔찍히 싫어하시죠. 진짜 못견뎌하세요. 성격이며 뭐든걸...

할머니가 사실 좀...집안일도 잘 안하시고, 치울줄 모르고, 더럽게 사시고, 좀 염치없이 구시고, 목소리만 큰...좀 그런면이 있어요. 쓸데없는 잔소리도 심하시고.

반면 사람이 구김없고, 청순;;한 느낌이 있어서 되게 편하고,현대적인 느낌도 들고..주변에 친구도 많고 그런 장점도 있으세요.다만 며느리로써는 참 피곤한 시어머니겠다...그런 느낌은 있죠.

 할머니가 정정하시고,어머니가 더 젊으셨을땐 두분이 아주 피를 튀기며 싸우곤 했어요. 할머니도, 어머니도 성격이 만만찮고 둘다 질줄 모르거든요.

수많은 욕지거리가 오고가며 저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인가? 싶을 정도로 심하게 싸우시고, 그러면 옆에서 아버지까지 어머니를 적으로 두고  가세해서 아주 집이 난장판이 되곤했죠. 언제나 결론은 아버지께서 집을 나가시는걸로 종결되었고.

그래서 아버지는 언제나 노인이 혼자 먼 지방에서 사시는게 마음에 걸려서 모시고 살고 싶어하지만 그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아시기때문에 죄책감이 한켠에 간직하고 계셨어요.

하지만 단지 어머니뿐만 아니라, 다들 일을 하기 때문에  할머니가 오셔봤자 아무도 챙겨드릴수가 없기도 하지요.  홀로 사시는 그 집안은 언제나 난장판이고...제일 좋은건 실버타운등으로 모시는 것 같은데, 형편이 여의치 않아요.매달 100만원+a의 생활비를 아버지께서

드리고 계시지만 그것만 해도 상당히 부담스러워 하시거든요.

 

아무튼 이번엔 혼자 지방에 사시는 할머니를 한달전에 아버지가 모셔왔어요.

할머니께서 많이 늙으셨고...집이 더워서 못산다고 하셔서 일찍 모셔온거에요.

여러가지 이유때문에 집에 할머니를 둘수가 없어 그냥 아버지께서는 할머니를 운영하시는 회사에 모시고 가서 지내셨어요.원래 아버지께서 일때문에 일주일에 두번 집에 오시고 그냥 회사에서 지내는 시간이 않으신데 그래서 가능한 일이죠.

그런데 거기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머니는 집에서 노발대발 하시는 겁니다. 아니 회사사람들한테 자기 욕먹이게 왜 할머니는 거기에 그렇게 얹혀있냐는 거에요. 그런데 사실 그럼 어쩌라는건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할머니 홀로 집에 둘수도 없고..그렇다고 남의 눈 있으니

할머니 가시라고 핤도 없는거잖아요...

일주일에 두차례 아버지가 집에 오실때마다 할머니와 함께 오셨는데 그때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싸우셨나봐요. 작은 일에도 서로 예민해져서 서로가 견딜수가 없었나 봅니다.

어머니 입장도 이해가 가고, 아버지 입장도 이해가 가는게 아버지께서는 뭐 계속 할머니를 모시는것도 아니고 일년에 몇번 있는 일이고,이번이 굉장히 특이한 경우로 오래 있는건데 어머니가 그꼴을 못보시고 볼때마다 틱틱대시는게 서운하시겠죠.

근데 어머니 입장도 이해가 가는게 그렇잖아도 요즘 일에 치어 사시는 어머니이신데 여의치 않는 상황에 오신 시어머니때문에 신경쓸 거리가 더 많고..할머니의 태도들이란게..사람을 긁는 뭔가가 있어서..

이를테면..

뭐 작은 일을 해도 본인 스스로는 안하려고 하세요.꼭 시키려 하죠.근데  시키는것도 상황을 봐가면서 영리하게 해야하는데...그냥 막무가내로 생각날때마다 그냥 사람들에게 윽박지르세요. 과일 챙겨 드리고  청소하는 사람에게 불러서 포크 가져오라고 하는 식.

게다가...음 이건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위생관념이 좀 없으세요;.. 가족들 먹는 아무 컵이나 꺼내 본인 틀니를 담가두시고...

이런 정황들을 어머니께서 예전엔 신경질을 부리면서 하나하나 다 지적해댔지만 요즘은 둘다 늙으셔서 그냥 아무소리 안하고 무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신것 같아요. 어린아이 취급하기.개무시하기. 등등.

 

 

어이쿠..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그래서 추석 차례를 지내고 준비하는 과정에 있어서도 살얼음판 같았어요.

아버지는 어머니가 못마땅해서 일도 하나도 안도와주시고..제가 옆에서 봐도 얄미울정도로 안도와주시더라고요. 물론 차례상 올리는 일, 차례지내는 일, 제기 꺼내서 닦는일 같은건 하셨지만.

어머니는 이를 바득바득 가시다 못해 이젠 그냥 대놓고 두분을 무시하셨어요. 어린아이 취급하기. 개무시하기.

몇가지는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던 명령을 하던 해서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어머니의 전략은 '그래 자발적으로 안하는 거라면,또 하면서 투덜댈거라면 그냥 손 하나 대지말아라. 대신 너희들은 내게 하찮은 취급을 받을것이다' 이런 거였던거 같아요.

 

저희는 여전히 보조적인 일들만 도와드렸는데...다음부터는 아예 차례상이나 제사상을 전담해서 맡아야 할것 같아요.그게 유일한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일일 것 같아요. 둘다 결혼을 안해서 그런지 이런 일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가는게 뭔가 어색했었는데.. 두분 모두에게

짐을 안드리는게 유일한 해결책이 아닌가...그렇네요.

 

추석날 아침까지도 아주 팽팽한 긴장감, 아주작은 티끌만 걸려도 폭언이 쏟아지는 그 정황들에 질려하며 차례를 지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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