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6.30 14:38
남동혁 감독의 입봉작인 [핸섬가이즈]는 일라이 크레이그의 2010년작 [터커 & 데일 Vs 이블]의 리메이크입니다.
원작은 시골 힐빌리 살인마가 도시에서 온 젊은이들을 학살하는 미국 슬래셔 영화의 기본 공식을 뒤집은
영화입니다. 힐빌리 주인공은 그냥 착하고 멍청한 사람들인데 겁먹은 도시 젊은이들이 난리치다가 알아 죽어간다는
내용이죠. 굉장히 투박한 이야기인데, 아이디어가 잘 먹혔고 그게 또 재미있게 구현되어서 컬트 영화가 됐습니다.
이번 영화는 2020년에 찍은 모양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뒤로 확 밀렸던 거겠죠. 공승연의 공식 영화 데뷔작은
[혼자 사는 사람들]인데 이 영화를 먼저 찍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 리메이크 기획에는 한 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힐빌리 슬래셔는 굉장히 미국적인 장르라는 거죠. 이건
미국 시골 사람들에 대한 도시 사람들의 편견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걸 그대로 한국으로 옮기면 원작의
맛이 안 납니다. 한국 시골에서도 온갖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이고, 한국 시골 사람들에 대한 한국 도시
사람들의 편견도 만만치 않지만 [터커 & 데일 Vs 이블]의 재료가 되기는 어렵죠.
영화는 그래서 많은 걸 바꾸었습니다. 일단 힐빌리라는 개념 자체가 사라졌죠.
두 주인공은 시골에 있는 작은 집을 사서 귀농하려는 목수들인데, 대한민국에서는
중간이 없으니 아마 도시 사람들이겠죠. 이 사람들이 편견의 대상이 되는 건 순전히 흉악한 외모 때문입니다.
주연배우 이성민과 이희준은 다들 애매한 한국 중장년 연기파 남배우의 얼굴을 하고 있으니 이 흉악함은
연기와 분장의 결과입니다.
영화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했습니다. 두 남자주인공이 산 낡은 집은 미국 선교사가 살던 집입니다.
사실 여기서부터 정보가 꼬입니다. 실제로 보면 그 선교사라는 사람은 미국인 가톨릭 신부이고
그 집도 가톨릭 교회에서 관리하고 있었으며 후반에 가톨릭 사제가 라틴어 책을 들고 나오니까요.
그런데 그 가톨릭 신부는 여전히 미스터 베이커로 불리고 있으니 종교가 마구 꼬인 거죠.
하여간 이 집은 지옥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터커 & 데일 Vs 이블]에서 가져온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집의 지하실에서 지옥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합니다.
장단점이 있습니다. 일단 아무리 이야기를 바꾸어도 원작이 한국의 설정과 딱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해외 기반 도시 전설에 바탕을 둔 이야기를 한국에 이식한 느낌이고 그 때문에 이야기를
밀어붙일 때는 원작보다 더 억지스럽죠. 원작은 엄청 잘 만들었다기보다는 어쩌다가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이 운좋은 조합을 재현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원작의 고어 장면도 많이 날아갔고요.
그러니까 여러 모로 덜 호러입니다.
그래도 영화는 한국적인 재료와 농담들을 많이 찾아냅니다. 그 상당수는 이성민과
이희준의 능글맞고 매우 한국적인 연기에서 나옵니다. 이 영화의 최종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생 무리 두목도 그 정도면 한국적으로 디자인되었습니다. N번방과 같은 사건에
말려들었다가 부모덕에 풀려나고 잊힐 법한 남자죠. 공승연 캐릭터는 원작보다 더 큰 역할을
받았는데, 그것도 괜찮은 거 같습니다. 그리고 개가 귀여워요.
그러니까 당연히 원작을 넘어서지는 못하고 로컬라이징에 100퍼센트 성공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는 코미디입니다. 아마 한국 관객들에게는 원작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은 영화일 수도 있겠어요.
(24/06/30)
★★☆
기타등등
대학생으로 나오는 남자배우 두 명은 최근에 얼굴을 익혔습니다. 강기둥은 얼마 전에 [크래시]에서
악역으로 나왔고 김도훈은 [미스터리 수사단]에서 봤어요. EXID의 정화가 나오고 모 배우의
아주 짧은 카메오가 있습니다.
감독:
남동혁,
배우:
이성민, 이희준, 공승연, 박지환, 이규형, 우현, 장동주, 김도훈, 빈찬욱, 박정화,
강기둥, 박경혜, 이서환, 송유현, 진태건
다른 제목: Handsome Guys
IMDb https://www.imdb.com/title/tt32475217/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71 | 라이 레인 Rye Lane (2023) [2] | DJUNA | 2024.08.20 | 216 |
470 | 잭팟! Jackpot! (2024) | DJUNA | 2024.08.19 | 386 |
469 | 타임스토커 Timestalker (2024) | DJUNA | 2024.08.18 | 454 |
468 | 빅토리 (2024) | DJUNA | 2024.08.16 | 663 |
467 | 크로스 (2024) [2] | DJUNA | 2024.08.10 | 850 |
466 | 더 납작 엎드릴게요 (2023) | DJUNA | 2024.08.09 | 669 |
465 | 리볼버 (2024) | DJUNA | 2024.08.07 | 1092 |
464 |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 The Last Stop in Yuma County (2023) [3] | DJUNA | 2024.08.06 | 606 |
463 | 철봉하자 우리 (2024) | DJUNA | 2024.07.26 | 858 |
» | 핸섬가이즈 (2024) [1] | DJUNA | 2024.06.30 | 2158 |
461 | 스턴트맨 The Fall Guy (2024) [3] | DJUNA | 2024.05.12 | 2269 |
460 | 뒤바뀐 신부들 Laapataa Ladies (2023) | DJUNA | 2024.05.06 | 1231 |
459 | 클럽 제로 Club Zero (2023) | DJUNA | 2024.01.30 | 2500 |
458 | 싸구려 탐정 The Cheap Detective (1978) | DJUNA | 2023.12.31 | 2151 |
457 | 5인의 명탐정 Murder by Death (1976) | DJUNA | 2023.12.30 | 1864 |
456 | 종, 책 그리고 촛불 Bell, Book and Candle (1958) | DJUNA | 2023.12.29 | 1747 |
455 | 일주일 One Week (1920) [1] | DJUNA | 2023.12.26 | 1168 |
그래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좋게 평하신 느낌이라 언젠가 보긴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