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22 16:57
여주는 상담 콜센터에서 일합니다. 겉으로는 지나칠 정도로 완벽한 직원이지만 숨기고 있는 비밀이 두 개 있어요. (스포일러, 스포일러!)
하나는 전화를 걸어오는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몰래 빼돌리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20여 년 전 종말이 온다고 소란을
떨었던 신흥종교의 생존자라는 것이죠. 어느 날 이 종교의 신자 중 한 명이었던 중년 남자가 여주를 납치하면서 지금까지
숨겨져 있던 과거의 상흔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척 봐도 아시겠지만 김성무의 [선지자의 밤]이 모델로 삼고 있는 건 1992년 다미선교회 사건입니다. 당시 그 소동의 현장에는 이 영화의 여주와
비슷한 역할을 한 소녀가 있었다고 해요. 감독은 그 소녀가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지 상상하다가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기독교 계열 신흥종교가 저지른 어처구니 없는 소동을 다루고 있지만 정확히 반 종교적이거나 반 기독교적인 영화는
아닙니다. 오히려 영화에는 무시하고 넘기기 어려운 성경 인용들이 있어서 (예를 들어 여주가 '세 번 부인하는' 장면은
베드로를 떠올리게 하죠) 이들을 '이단'으로 보는 그냥 주류 기독교적인 영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렇게 따지는 건 지나치게 단순합니다. 영화는 광신도들의 만행을 그리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이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믿음 속에서 위안을 찾았고 20년의 세월이 흐른 뒤에도 거기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결국 영화는 사람들을 그런 믿음으로 이끄는 사회 자체와 그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건 신흥종교 광신처럼 부정적인 것일
수도 있고 그보다 긍정적인 어떤 것일 수도 있어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결말을 다소 손쉽게 꾸몄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은 아닙니다만, [선지자의
밤]은 묵직한 소재를 회피 없이 정면으로 다룬 인상적인 스릴러입니다. 종교를 다룬 영화로는
지나치게 편리하게 종교적 신비주의로 도피한 [사랑이 이긴다]보다 훨씬 좋은 영화라고 생각해요.
(15/09/22)
★★★
기타등등
이미소와 아역배우 신수연은 그렇게 닮은 편이 아닌데, 그 때문인지 모두 눈 밑에 점을 붙이고 나오더군요.
감독: 김성무, 배우: 이미소, 김영필, 홍완표, 전인협, 허성태, 신수연, 황석하, 양비나, 다른 제목: The Night of the Prophet
IMDb http://www.imdb.com/title/tt4270516/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7188
2015.09.22 17:08
2015.10.06 00:27
2015.09.22 18:09
2015.10.01 21:1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8 | 곡성 (2016) [4] | DJUNA | 2016.05.14 | 40336 |
167 | 탐정 홍길동: 사라진 마을 (2016) [4] | DJUNA | 2016.05.05 | 15427 |
166 | 시간이탈자 (2016) | DJUNA | 2016.04.12 | 9370 |
165 | 날, 보러와요 (2016) [2] | DJUNA | 2016.03.30 | 10935 |
164 | 사우스 스트리트의 소매치기 Pickup on South Street (1953) | DJUNA | 2015.12.21 | 3905 |
163 | 백일염화 Bai ri yan huo (2014) | DJUNA | 2015.11.28 | 4170 |
162 | 크림슨 피크 Crimson Peak (2015) [5] | DJUNA | 2015.11.20 | 11465 |
161 | 에이프릴과 조작된 세계 Avril et le monde truqué (2015) [2] | DJUNA | 2015.11.11 | 6458 |
160 | 그놈이다 (2015) [4] | DJUNA | 2015.11.11 | 9516 |
159 | 더 폰 (2015) [4] | DJUNA | 2015.10.27 | 7809 |
158 | 더 기프트 The Gift (2015) | DJUNA | 2015.10.23 | 6793 |
157 | 특종: 량첸살인기 (2015) | DJUNA | 2015.10.23 | 11387 |
156 | 성난 변호사 (2015) [2] | DJUNA | 2015.10.18 | 12596 |
155 | 더 비지트 The Visit (2015) | DJUNA | 2015.10.18 | 8228 |
154 | 탐정: 더 비기닝 (2015) [4] | DJUNA | 2015.09.23 | 13026 |
» | 선지자의 밤 (2014) [4] | DJUNA | 2015.09.22 | 6092 |
152 | 오피스 (2015) [2] | DJUNA | 2015.09.04 | 10253 |
여주는 상당 콜센터 직원입니다. : 상담 콜센터
20여년전 : 20여 년 전
무얼하고 : 무얼 하고
어처구니 없는 : 어처구니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