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26 11:16
[모터웨이]는 두기봉의 제작사 밀키웨이에서 만든 작품이고, 감독 정보서는 두기봉의
수제자라고들 하죠. 전 그의 영화로는 [엑시던트] 딱 하나만 봤습니다만.
제목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카체이스 영화입니다. 여문락이 연기하는 주인공 아상은 일반차량으로 위장한
경찰차를 몰고 다니는 교통과 소속 제복 경찰입니다. 어느날, 과속운전자로 위장한
범죄자가 경찰서에 들어가 동료를 탈옥시키는 일이 벌어집니다. 그 뒤로 아상과 그
범죄자들의 추격이 시작되지요.
이야기는 극도로 단순합니다. 경찰이 범인 잡는 거요. 아상이라는 남자 자체가 차를 몰고
다닌다는 것 이외엔 어떤 종류의 개성도 능력도 없는 사람이에요. 그건 그가 추적하는 드라이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나마 인간적인 깊이를 보여주는 사람은 황추생이 연기하는 아상의 선배 정도인데,
그 역시 이런 장르의 도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지요.
그런데 '이런 장르'란 무엇일까요. 카체이스 영화? 아뇨, 제가 말하는 것은 무협영화입니다.
[모터웨이]는 전형적인 홍콩 무협영화예요. 무협영화에 나오는 모든 요소들이
그대로 나오는데, 주인공들은 무술을 하는 대신 차를 모는 겁니다.
물론 이 형식은 보다 넓은 의미의 '전문가 남성 영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전문분야에 도가 튼 두 무리의 남성들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 경쟁하는
거죠. 그러는 동안 어느 순간부터 자기네들이 왜 그런 짓을 하고 있는지도 잊어버리는
순간이 옵니다. 오로지 상대방을 이겨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더 중요한 거죠.
[모터웨이]의 재미는 영화에서 벌어지는 모든 드라마와 액션이 자동차를 통해 전개된다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자동차의 활약상이 예상외로 아기자기해요. 보통 할리우드 카체이스
영화에서 자동차가 추구하는 건 속도와 파괴입니다. 하지만 [모터웨이]에서 자동차가
하는 일들은 훨씬 다양합니다. 보통 자동차를 가지고 만화 속에서 스피드 레이서가 하는 모든
기교를 다 부려요. 서커스 수준입니다. 그러는 동안 속도 경쟁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해집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추격전은 좁은 골목과 지하 주차장 안에서 벌어집니다.
속도보다 불가능할 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90도 커브를 트는 기교가 먼저입니다.
[모터웨이]는 어떤 종류의 깊이도 갖고 있지 않은 얄팍한 소품입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스턴트와 영화적 테크닉의 순수함이 극대화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90분의 짧은
러닝타임 안에 영화적 쾌락이 압축된 작품이랄까요. 여기에 별 감흥이 없는 관객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차 몇 대 갖고
별거 벌거 다하네'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극장을 나서는 사람들은 없을 거예요.
(12/07/26)
★★★
기타등등
연애가 끼어들 구석이 없는 영화이긴 한데, 그래도 서희원이 여문락과 같이
나오는 장면이 몇 개 있습니다. 하지만 순전히 영화에 여자를 넣고 싶어서
만든 장면들 이상은 아닌 거 같아요. 현실 세계에서 아상과 같은 사람이
진짜 여자와 의미있는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어요. 평생 차나
핥으며 살아야지.
감독: Pou-Soi Cheang, 출연: Anthony Wong Chau-Sang, Shawn Yue, Xiaodong Guo, Barbie Hsu, Josie Ho, Ka Tung Lam, Guangjie
Li, Michelle Ye,
다른 제목: Motorway, 차수
IMDb http://www.imdb.com/title/tt1740002/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93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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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했지만 개봉이 안되면 볼 길이 없겠군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