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53) 겨울 10, 임금의 딸이 신라로 시집갔다.
三十一年 冬十月 王女歸于新羅
- 삼국사기 제26권 백제본기 제4, 성왕
三國史記 卷第二十六 百濟本紀 第四聖王 

14(553겨울 10임금이 백제왕의 딸을 맞아 작은 부인으로 삼았다.
十四年 冬十月 娶百濟王女 爲小妃
- 삼국사기 제4권 신라본기 제4, 진흥왕
三國史記 卷第四 新羅本紀 第四, 眞興王




갑분 국사 시간..

551년, 나제동맹군은 고구려를 공격하여 한강 유역을 차지했고, 백제는 고구려에 빼앗겼던 옛 수도 땅을 되찾는 숙원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553년, 100여 년 넘게 이어져 왔던 나제동맹에도 불구, 신라는 돌연 백제가 점유하고 있던 한강 하류 쪽 땅마저 차지해 버립니다. (지금의 서울, 하남, 인천, 화성 등)

북으로는 고구려, 서쪽으로는 백제에 막혀 고립되어 있었던 신라는 대륙과 직접 이어지는 길을 필요로 했을 겁니다.

이때 앞으로 신라의 최전성기를 이끌게 될 진흥왕은 갓 스무 살, 백제의 두 번째 중흥을 이끌었던 성왕은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

뒤통수를 맞은 백제 성왕이 취한 행동은 석 달 뒤, 신라 진흥왕에게 자신의 딸을 시집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전쟁을 해야 할 숙명임은 이미 서로 아는 바, 성왕에게는 준비의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고, 진흥왕도 그 속내를 모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성왕은 왜에 사신을 보내고 진흥왕은 성을 수리하기 시작합니다.

이듬해인 554년, 대가야와 왜의 지원을 받은 백제는 신라를 상대로 전쟁을 시작. 

그러나 성왕은 관산성 전투에서 목을 잃게 되고, 이 전투는 삼국의 명운을 결정짓는 사건이 됩니다.

일본서기에 의하면 신라인들은 성왕의 수급을 거두어 북청 계단 밑에 묻어놓고 그 위를 밟으며 다녔다고 합니다. 

이 전쟁의 여파로 대가야는 망했고, 백제는 다시는 국력을 회복하지 못했으며, 신라는 백제를 고립시키고 통일신라로의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진흥왕에게 시집보내진 성왕의 딸이 어떻게 살았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 없습니다.

진흥황의 가계도를 보면 왕의 여러 처첩들은 '금진부인 김씨'라든가 '미실궁주 김씨' 등 부인이나 궁주(宮主, 자신의 이름을 딴 궁을 가짐)로 기록되어 있는데, 부인도 궁주도 아닌 그저 소비(妃)로 기록된 유일한 사람이 '소비 부여씨', 성왕의 딸입니다.    

직전 왕인 법흥왕의 소비였던 백제 공주가 '보과공주 부여씨'로 기록된 것과도 다른 모습입니다. (참고로 이들은 연애결혼.. 트루럽)

생몰년 미상, 자녀도 없었고, 아마 궁주도 아니었을 소비 부여씨는 어디서 누구와 어떻게 지냈을까요?


성왕에게 몇 명의 공주가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90년대 중반에 발굴된 '부여 능산리사지 석조사리감'에는 또 한 명의 공주의 존재를 알리는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百濟昌王十三秊太歲在 丁亥妹公主供養舍利' (백제 창왕 13년(567년), 정해년에 왕의 누이인 공주가 사리를 봉양함)


창왕, 즉 위덕왕은 성왕의 장남입니다. 

'□' 속의 글자는 입 구(口) 밑에 우뚝할 올(兀)을 쓴 모양의 글자인데, '兄'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고요.

이 경우 매형공주(妹兄公主)에 대한 해석은 여러 가지입니다. 공주 이름이 '매형공주'이다. 왕의 누이인 '형공주'이다. 왕의 누나 공주이다. 매형과 공주다. 공주 중에 첫째이다..

이 '매형공주'가 소비 부여씨와 동일인물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스테리는 역사의 매력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단 한 줄 기록된 사건, 수수께끼의 명화 속 인물은 무한한 상상을 불러 일으킵니다.

그리고 적장에게 시집보내져 어째서인지 이름도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그 왕녀가 가끔 생각나곤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뭔가요? 당신은 어떤 삶을 살았나요? 당신이 가진 스토리는 어떤 건가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188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0867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1167
112181 국가별 자살율 순위.JPG [9] 쥐는너야(pedestrian) 2010.12.09 9266
112180 [기사펌]과연 이런 의견은.. [3] 라인하르트백작 2010.12.09 1701
112179 어린이가 주인공인 모험영화/ 그을린 사랑 [12] 꽃과 바람 2010.12.09 3374
112178 [기사펌]라스트 갓파더에 대해 [6] 라인하르트백작 2010.12.09 2712
112177 [고전?] 카라 - Rock U 니코동 버전 ( 활동 초창기? sbs 인기가요 실황) [10] 쥐는너야(pedestrian) 2010.12.09 3510
112176 3D 영화는 후반 작업에 시간이 오래 걸리나요?(신용문객잔 리메이크 소식) [8] 소상비자 2010.12.09 2142
112175 장 뤽 고다르 인터뷰집 국내 출간 소식 및 고다르 영화제 소식입니다. ^^ [1] crumley 2010.12.09 1520
112174 [판매] 사무라이, 잔다르크의 수난, 화양연화 (크라이테리언 DVD) 일괄 시간초과 2010.12.09 1456
112173 디시 치킨갤 특파원이 말하는 현재 롯데마트 상황. [4] 달빛처럼 2010.12.09 4301
112172 대만에서 광우병 추정 사망자 발생 [1] amenic 2010.12.09 1743
112171 /바낭/ 귤 도둑, 동생 불쌍 [3] 레사 2010.12.09 1515
112170 남의 얼굴을 흉내내는 짐 캐리 [1] clutter 2010.12.09 2404
112169 [bap] 서울예술대학 뮤지컬 <피핀> / 한일문화교류 프로젝트 part2 "play the harmony" [2] bap 2010.12.09 1650
112168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전액삭감 & 김윤옥 주도하는 한식 세계화 예산은 증액 [6] jim 2010.12.09 1978
112167 이경규의 몰래카세트 [5] RWE 2010.12.09 3181
112166 소개팅보다 영어회화 초급반 [5] Wolverine 2010.12.09 2829
112165 죽다 살아났어요 [3] 라디오스타☆ 2010.12.09 1613
112164 루시드 폴의 음반들 질렀어요; [4] miho 2010.12.09 1927
112163 컴퓨터 중고부품거래 어디서 하시나요? [3] GO 2010.12.09 1706
112162 닭 얘기밖에 없군요 [8] jim 2010.12.09 210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