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4 13:42
제가 디즈니 플러스에서 처음 본 '디즈니 영화'는 게리 넬슨의 [블랙 홀]입니다. 1979년작이니 [스타 워즈] 아류로 여겨지죠. 사정은
그보다 조금 더 복잡하긴 합니다. 원래는 [포세이돈 어드벤처], [타워링]과 같은 재난영화들이 히트하자 우주 배경의
재난영화를 만들자며 시작한 기획이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의 계획에 [스타 워즈]가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았을
리가 없지요.
우주선 USS 팔로미노가 새로운 블랙 홀과 그 근방의 궤도를 도는 실종된 우주선 USS 시그너스를 발견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시그너스는 미친 과학자 한스 라인하르트와 로봇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지요. 라인하르트는
시그너스를 이용해 블랙 홀 저편의 우주를 탐사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물론 여기엔 숨겨진 비밀이
있습니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입니다. 각본이 아주 나빠요. 영화는 어쩌다 보니 프레드 M. 윌콕스의
[금지된 행성]과 비슷해졌는데, 원본보다 밋밋하고 지루합니다. 끊임없는 대화의 연속인데, 그 대화가 과학적으로도,
SF 장르적으로도 별 의미가 없지요. 별 생각 없이 백과사전 같은 책에서 잘라온 대사들을 안소니 퍼킨스, 막시밀리언
셸, 어니스트 보그나인 같은 나름 쟁쟁한 배우들이 읊고 있는 걸 보면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캐릭터 묘사
같은 것도 아주 나빠서 어떤 캐릭터가 일행을 배신하거나 할 때도 아무런 충격 같은 게 느껴지지 않아요.
끊임없이 속담, 격언, 농담을 뱉어대는 로봇 빈센트를 보고 있으면 조지 루카스가 왜 R2D2에게 알아들을
수 있는 대사를 주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고요.
그렇다면 액션 같은 것이 좋아야 할 거 같은데, 70년대 재난영화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영 엉망입니다. 일단 임의로
만들어진 세계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떤 것이 진짜로 위험한 상황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어요. 전투 로봇,
광선총 전투 같은 것들이 잔뜩 나오지만 [스타 워즈]에 비하면 그 연출이 너무나도 초라해요. 게다가 미술이
나빠서... 네, 상관 없는 기획이라고는 했지만 [스타 워즈]와 자꾸 비교할 수밖에 없습니다. [스타 워즈]는
정말로 혁명적인 영화였고 [블랙 홀]이 하는 과거의 게임은 어쩔 수 없이 비교대상이 되어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었던 거죠.
(21/11/24)
★★
기타등등
1. 여자는 단 한 명 나옵니다. 이베트 미미유. 로봇들에겐 당연히 성이 없겠지만 다들 남자처럼 취급되지요.
2. 리메이크가 계획 중이라는데 이번 영화도 계속 각본 문제로 애를 먹는 모양입니다.
감독:
Gary Nelson,
배우:
Maximilian Schell,
Anthony Perkins,
Robert Forster,
Joseph Bottoms,
Yvette Mimieux,
Ernest Borgnine,
Roddy McDowall,
Slim Pickens,
Tom McLoughlin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78869/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2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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