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04 23:52
루이스 마일스톤의 [폭찹 고지전투]는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가장 유명한 한국전 영화지요. 언젠가 [돌아오지
않는 해병] 유튜브에 '이게 한국판 [폭찹 고지전투]냐'는 댓글이 달린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개봉되지 않았어요. 주연배우 그레고리 펙은 당시 꽤 한국에서 인기가 있었던 배우였는데 말이죠. 한국전을 다루는
태도나 분위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실화고요. S.L..A. 마샬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전쟁 말기에 있었던 폭찹힐 전투에서 싸웠던 미군의 경험을
그린 영화입니다. 폭찹힐 전투는 몇 개월 동안 지속되었고 미국 말고도 수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여기서 싸우다
죽었지만 영화는 미군의 입장만을 보여줍니다.
대단한 승리의 기록 따위는 아닙니다. 휴전을 앞두고 있어 군인들은 집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고지 점령은 암만 생각해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도대체 왜 한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려야 하지?'라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한 일.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도 용맹한 액션 영화의 주인공들과는
거리가 멉니다. 다들 지쳤고 누구는 비겁하고 누구는 어리석고. 극단적인 상황 속 다양한 인간군상을
볼 수 있는 영화예요. 그런 면에서 마일스톤의 [서부전선 이상없다]와 연결해 봐도 재미있을 거 같습니다.
대부분 한국관객들은 비슷한 소재를 다룬 [고지전]이 먼저 떠오르겠지만요. 소문에 따르면 그레고리 펙은
보다 전통적인 주인공을 연기하길 바랐고 전쟁의 불안과 공포를 캐릭터에 반영하고 싶었던 마일스톤과
충돌이 있었다고 합니다.
잘 만든 영화인데, 한국관객 입장에서는 좀 기분이 애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한국인이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아요. 중공군도 나오고 일본계 미군도 나오는데 한국인은 안 나옵니다. 미국에서 찍은 티가 팍팍 나고
오리엔탈리즘에 쩌는 중국식 음악이 오프닝에 나올 때는 좀 짜증이 나죠. 적어도 더글러스 서크는
[전송가]를 만들 때 아리랑을 넣는 성의라도 보였죠.
(22/09/04)
★★★
기타등등
조지 페퍼드, 마틴 란다우 같은 배우들의 신인 시절을 볼 수 있습니다. 일본계 장교를 연기한 조지 시바타는
실제 한국전 참전 경험이 있는 장교 출신으로 아시아계 최초로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다고 하더군요. 펙의
캐릭터 클레먼스와 동창이었고 클레먼스의 추천으로 캐스팅되었다고 합니다.
감독: Lewis Milestone,
배우:
Gregory Peck,
Harry Guardino,
Rip Torn,
George Peppard,
James Edwards,
Bob Steele,
Woody Strode,
George Shibata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53183/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aver?code=11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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