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6.13 18:32
[두려움 없이]는 아이다 루피노가 크레디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첫 감독작입니다 전작인 [Not Wanted]의 대부분을 감독했지만
그 영화는 처음 며칠만 일하고 건강상 이유로 하차한 엘머 클리프턴의 이름을 달고 있었죠.
인간승리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극복해야 할 장애로 제시되는 것은 소아마비고요. 영화의 주인공인 캐롤은 장래가 촉망되는
댄서로 안무가 겸 약혼자인 가이와 함께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 성공을 앞둔 순간에 소아마비를 앓고
쓰러져 버리죠. 캐롤의 무용수로서의 경력은 날아가버렸습니다. 더 이상 가이의 앞길을 막고 싶지도 않고요. 하지만
가이는 캐롤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그는 무용수를 포기하고 부동산 일을 시작하면서 꾸준히 캐롤이 좌절하지 않게
돕죠.
음, 앞에서 인간승리 이야기라고 한 건 취소하겠습니다. 인간승리 이야기를 따르고 있는 건 맞는데 영화는 조금 더
복잡하기 때문이죠. 보통 이런 내용의 영화에서는 길이 하나입니다. 주인공이 좌절했다가 장애를 극복하는 거죠.
하지만 [두려움 없이]에서는 캐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이 하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장애를 극복하고
무용수로 성공적인 복귀'라는 이상적인 결말은 처음부터 불가능해요. 캐롤이 택할 수 있는 것은 고만고만한 여러
길 중 하나입니다.
심지어 이 영화의 로맨스도 보기만큼 선명하지 않습니다. 그건 다음 영화인 [아웃레이지]에서도 마찬가지였지요.
가이는 좋은 청년이고 둘이 맺어지면 좋겠지만 전 영화를 보는 내내 확신이 안 서더군요. 같은 병동의 환자인 렌도 역시
좋은 청년이며 오히려 둘이 더 어울릴 수도 있어요. 게다가 가이의 무용수 경력도 고려해야 하지 않습니까.
영화는 결코 감상주의 밑에 숨지도 않고 거짓말도 하지 않아요. 모든 선택의 길을 냉정하게 보여준 뒤 캐롤의 선택 과정을
별다른 간섭 없이 따라가는데, 이게 상당히 하드보일드합니다. 결말의 '감동적인' 선언이나 종종 들어가는 교훈적인 대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이들을 둘러싼 삶 자체가 이들의 선택과는 상관 없이 계속 흘러갈 것이며 이들 역시 그런 흐름 속에서
고만고만하고 불안정하게 살아갈 거라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15/06/13)
★★★
기타등등
캐롤을 연기한 샐리 포레스트는 무용수 출신인데, 루피노의 영화 세 편([Not Wanted], [두려움 없이], [거칠게, 빠르게, 아름답게])에서
연달아 주연을 맡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올해 3월에 세상을 떴더군요. 뒤늦게 명복을.
감독: Ida Lupino, 배우: Sally Forrest, Keefe Brasselle, Hugh O'Brian, Eve Miller, Lawrence Dobkin, Rita Lupino, 다른 제목: The Young Lovers
IMDb http://www.imdb.com/title/tt0042783/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39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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