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거의 30년이 다 된 이야기인데요.


소싯적에 제겐 동네 덕질 친구가 한 놈이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인연을 맺어서 어찌저찌 하다 보니 취향이 맞고. 그래서 가난한 살림살이를 둘의 시너지(ㅋㅋㅋ)로 극복하며 만화책도 사 보고 게임, 게임기도 사서 하고 그랬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웃겨요. 거의 무슨 공유 경제 수준이었거든요. 제가 무슨 만화책 1권을 사서 '이거 재밌더라' 하고 툭 던져준 후 며칠 뒤에 가 보면 그 집에 2, 3, 4권이 있고... 이런 식이었죠. 패미콤을 둘이 돈 모아 사서 이 집 저 집 옮겨가며 플레이했던 추억도 있구요.


그 인연을 대학 진학 후까지도 쭉 이어갔는데요. 이쯤부터 둘의 길이 좀 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전 꽈 친구, 선배들이랑 술 먹고 놀러 다니느라 바빠서 덕후질에 소원해졌지만 이 친구는 점점 더 심화되어서 그냥 (그러니까 게임도 만화도 아닌) 일본 대중 음악 CD들까지 사모으고. 애니메이션 동호회에서 유통되던 일본 애니 비디오 테이프에 자막 만들어 넣는 작업도 하고 그러고 살았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놈이 쌩뚱맞게 일본 가수 CD를 하나 들고 왔어요. 

근데 희한하게도 크기가 작더라구요. 아마도 미니CD, 혹은 포켓CD라고 부르는 물건이 아니었나 싶은데, 암튼 덕택에 저는 처음으로 컴퓨터 CD 드라이브 트레이에 작고 둥근 홈이 나 있는 이유를 알게 되었죠. 이런 CD를 돌리기 위한 거였던!! 컵홀더가 아니었어!!!


암튼 그 날 친구놈은 그 작은 CD(노래도 몇 곡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를 틀어 보고 열심히 따라부르다(...) 집에 갔고.

다음 날 전 그 CD가 그대로 트레이에 들어 있다는 걸 알았... 는데 서로 바빠서 몇 달을 못 보다가 그냥 둘 다 그대로 까먹었습니다.

그리고 전 그 CD가 신기하기도 하고, 노래도 나쁘지 않아서 가아끔씩 꺼내 들었죠. 그렇게 몇 년을 살다가... 기억 저 편으로 사라졌는데요.


세월 흐르고 나서 어느 날 문득 그 노래 생각이 나서 다시 듣고 싶어졌는데.

전 그 때나 지금이나 일본어를 몰라서 가수 이름도, 노래 제목도 생각이 안 나는 겁니다. 

그래서 친구에게 연락을 해 봤더니 이 녀석은 '그런 일이 있었냐?'며 아예 망각을 해버렸고...;

그렇게 가아끔씩 궁금해하며, 다시 듣고 싶어하며 보낸 세월이 대략 20년인데요.


어제 새벽에 노동요 삼아 유튜브로 이것저것 틀고 업무 깨작거리다가 이 노랠 틀었거든요.



(지지 마!!!)


근데 이 노래가 끝나니 유튜브가 자기 맘대로 선곡해서 틀어준 곡이... 전주가 들리는 순간 바로 그 노래란 걸 깨달은 거죠. ㅋㅋ

그래서 !!!!!! 하고 창을 클릭해 봤더니 이런 가수가 부른 이런 곡이었습니다.


 (검색해 보니 가수 이름은 대략 '오카모토 마요' 라고 읽는다네요.)


일단 어이가 없었던 건 제목이 영어였다는 거... 근데 왜 제목을 기억 못했을까요. ㅋㅋㅋ

기억 확인 차 앨범 패키지를 검색해보니 제 기억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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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커버도 맞는 듯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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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물도 대략 맞는 것 같구요. ㅋㅋㅋ


 그래서 갸륵한 유튜브 알고리즘 덕에 20년의 뇌 가려움을 해결하게 되었다... 는 행복한 이야기였습니다.

 노래는 지금 들어도 밝고 즐겁고 좋네요.


 그리고 내친김에 조금 찾아보니 이게 그 시절에 저 자드 노래와 함께 뭔가 긍정긍정 인생 응원가 같은 역할로 꽤 많이 사랑받았던 곡이라나 봐요.

 그래서 유튜브가 연달아 틀어줬던 것.


 뭐... 그랬다는 시시껄렁한 이야기였습니다. ㅋㅋㅋ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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