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14 01:41
그저께 게시물에 이어서 다시 밀러행성의 정확한 위치를 계산해 보았습니다.
일단 갈간추어가 회전하는 Kerr형 초대질량 블랙홀이니까 그럴 수 있지 않느냐 하는 의견도 있었는데 그 점은 나중에 다루기로 하고, 과연 시간지연이 61320배 (1시간->7년) 이 되는 지점이 과연 블랙홀에 얼마나 근접한지 계산해봅시다. 해당 공식은 일단 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부근에서 시간지연 효과 공식을 사용합니다.
출처 : http://ko.wikipedia.org/wiki/%EC%8A%88%EB%B0%94%EB%A5%B4%EC%B8%A0%EC%8B%A4%ED%8A%B8_%EB%B0%98%EC%A7%80%EB%A6%84
=중력장 내에서 "r"만큼 방사상으로 위치하고 있는(at radial coordinate) 관측자에 대해 경과한 시간, =거대한 물체에서 떨어진 관측자에 대해 경과한 시간 (중력장의 바깥), =방사상(radial) 관측자의 위치(coordinate) (이는 물체의 중심으로부터의 전형적인 거리와 비슷하다.), =슈바르츠실트 반지름
이 경우 수식은 1/61230 = sqrt ( 1 - rs / (rs * x) ) , 여기서 x 가 슈바르츠쉴트 반지름이 rs 일때 밀러 행성 (정확히는 쿠퍼일행) 의 위치인거죠.
계산결과는 x 값은 3749112900/3749112899 입니다. 이것은
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슈바르츠쉴트 반지름(회전하지 않는 블랙홀의 사상의 지평선)에서 저만큼 떨어져 있을 때 1시간이 7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럼 이 숫자에서 1을 빼고 갈간추어의 반경이 지구의 공전궤도, 즉 1AU에 해당한다는 설정을 대입해보면 슈바르츠쉴트 반지름으로부터 밀러행성의 거리가 나옵니다.
구체적으로는 (3749112900/3749112899 -1) * 149597870700 미터입니다.
계산해보니...
미터입니다.
그러니까 쿠퍼일행은 갈간추어가 정지한 블랙홀일 경우 직경이 1AU라 가정하면 갈간추어 사상의 지평선 위 40미터 바깥을 공전하고 있어야 합니다(...) 밀러 행성의 질량중심이 그 위치를 점유하고 갈간추어를 공전하고 있담면 밀러행성의 지름이 79미터를 넘는 경우엔 표면이 사상의 지평선에 닿아버리는거죠. 허허허... 참고로 그 위치에서는 이미 하늘의 99%는 블랙홀의 빛 흡수로 인해서 새까만 하늘이 되고 눈으로 보기에 쌀알만한 영역만이 밝게 빛날겁니다.
갈간추어가 회전하는 Kerr 블랙홀일 경우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그 경우 밀러 행성은 사상의 지평선 바깥의 작용권 안에 있게 되고, 이 공간에서는 기조력에 더불어서 사상의 지평면이 회전하면서 뜰어당기는 공간의 비틀림또한 소용돌이처럼 발생하기 때문에 기조력뿐 아니라 위치의 차이에 따른 비틀림 응력까지 받게 되죠. (빙글빙글 돌면서 물이 빠져나가는 소용돌이 안에 떠 있는 종이배가 소용돌이에 끌려들어가면서 자체적으로도 소용돌이 안쪽과 바깥쪽의 회전속도 차이 때문에 빙글빙글 도는 것과 같은 현상). 사상의 지평선에 가까와질수록 이 비틀림 응력의 전단 속도는 광속에 급속도로 가까와지기 때문에 (갈간추어의 표면 회전속도가 광속의 99%에 이른다는 설정) 블랙홀의 기조력으로 늘어나기보다 더 빠른 시점에 물체를 맹렬히 회전시키게 되고 결국 원심력으로 분해해 버리게 됩니다.
어쩃든 수치로 계산해본 결과 갈간추어가 항성질량 블랙홀이 아니고 초대질량 블랙홀이라는 설정을 덧붙여 기조력 난국을 회피하려고 들어도, 영화와 같은 시간지연 효과가 발휘되는 위치를 계산해본 결과 다시 한번 과학적으로는 개뻥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인상적인 주제와 시각적 효과를 다룬 영화인건 변함이 없지만, 아무리 인류가 5차원을 다루고 블랙홀 안에다 서점을 차릴(...)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한다고 쳐도 근본적인 물리량의 설정이 잘못된 이상 인터스텔라의 세계는 물리법칙 자체가 우리가 사는 세계와는 다른 '놀란 월드'의 세계관인 거지 우리 우주에서 발생한 일일 수가 없다는 거죠.
2014.11.14 02:29
2014.11.14 02:38
이 책에는 혹시 답이 있을까 궁금하지만 한국말로 봐도 이해가 안가는지라...(...)
2014.11.14 10:38
수학에는 문외한이고 일반 고등과정의 물리만을 배운 상태라 코끼리 장님 만지듯 왈가왈부할 수 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몇가지 궁금점을 써 봅니다.
1. 일단 회전되는 블랙홀이므로 kerr 계량을 써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슈바르츠 실트와 kerr 블랙홀은 다른 값이 나올 것 같은데
해당 내역에 대해서 리뷰어가 슈바르츠 실트에서는 불가능하지만 kerr 에서는 시간지연이 가능할지도 모른다고 의견을 변경한 내역이 있습니다.
물론 이 포스팅에서는 기조력에 의해 행성 파괴가 있을 거라는 입장은 유지하고 있습니다만.
2. 일단 궤도는 작용권 정지 한계 바깥에 걸쳐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밀러 행성은 느리지만 시간은 흐르고 있고 일단 에르고 경계에 들어서면 외부에서는 시간이 멈추기 때문에 그 바깥에 있겠죠. 위키디아를 보면 작용권은 타원형으로 사건의 지평선 보다는 멀리 있겠네요.
http://ko.wikipedia.org/wiki/%EC%9E%91%EC%9A%A9%EA%B6%8C
3. 태양이 천만배쯤 질량의 블랙홀의 기조력은 사람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에 지구가 사람을 잡아당기는 수준이라고 하네요. http://ko.wikipedia.org/wiki/%EC%B4%88%EB%8C%80%EC%A7%88%EB%9F%89_%EB%B8%94%EB%9E%99%ED%99%80, 블랙홀의 기조력은 일반적으로 질량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되어 있으니 위의 위키디아의 결과 값이 맞다면 가르강튀아의 기조력은 지구 표면의 1/100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4. 제가 과문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미 시공간이 광속으로 좌표 이동하고 있는데 전단속도가 광속이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 시공이 광속으로 좌표 이동하고 있을 경우에 그 안에 있는 사람은 어떤 힘도 받는다는 느낌을 안 받을 거라는 생각이 드는데 말이죠. 시공이 이동하는 것만으로 원심력으로 분해가 된다는 말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물체가 끌려가는 것과 시공이 끌려가는 것이 다른 의미라고 생각하는데 이 개념을 이해하기 어렵네요.
5. 행성대기나 설정 부분에 대해서는 작가의 상상력에 맡긴 것 같고 킵손은 우주물리의 감수를 맡았다고 알고 있는데 (원래 인터스텔라의 아이디어를 킵손이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해당 서적에 어떤 내용이 적혀 있는지 궁금하긴 하네요.
2014.11.15 02:23
4 번에 대해서 잠깐 부연설명하자면, 작용권이 있을 경우라면 작용권 내의 슈바르츠쉴드 경계에 가까운 영역은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먼 영역은 느린 속도로 회전하게 됩니다. 이 작용권 내에서의 멀고 가까운 공간 자체의 공전 속도 차이 때문에 일종의 3차원 코리올리 효과같은게 발생해서 물체가 회전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게 사람정도의 작은 물체는 큰 힘을 받지 않을 수 있겠지만 행성처럼 직경이 수천킬로미터에 달하는 물체는 서로 다른 곡률과 공전속도를 가지는 공간에 길게 걸쳐있기 때문에 질량과 크기에 비례해 더더욱 큰 회전력을 받게 됩니다. 이건 물체의 크기라는 규모에서 생기는 문제입니다. 지구상에서 북반구에서 작용하는 코리올리힘은 변기속의 물에 대해서는 작용하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을 정도로 약하지만, 기단급 공기가 움직이는데 작용하면 태풍이나 허리케인같은 파워를 내죠. 사람크기의 물체를 놓고 움직이는 시공간속에 있으니까 별로 느끼지 않을거라 생각하시는데, 제가 말하는 건 행성크기의 물체에 작용하는 한쪽 끝과 반대쪽 끝의 시공간의 움직임의 차이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는 걸 말하는 것입니다.
2014.11.14 20:40
2014.11.15 00:48
구체적인 풀이와 더불어 지적하셔서 재밌네요. 저는 웜홀이 나오고 거기로 들어가겠다고 하는 걸 볼 때부터 속으로 '킥킥킥' 웃었습니다.
이거 말짱 황인 판타지구나, 저도 해박하진 않지만 얕게나마 형성돼 있나는 지식선에서도 보이니....
그냥 이것 저것 짬뽕해서 완성된 세계관이구나 싶더군요.
으악 가르강튀아라고 해 주시면 안되나요. 갈간추어라니 정말 괴상하게 들려요ㅎㅎ 영어권 사람들은 갈간추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할까요?
암튼 초대질량 블랙홀에 가르강튀아라는 이름은 귀여워요ㅎㅎ
그리고 놀란 월드 안에서도, 저 정도의 시간 지연이 일어나는 행성이라면 모두가 한꺼번에 정착 성공이 아니라면 참으로 곤란했을텐데, 첫번째 목표로 삼은 건 역시 감독을 생각한 인듀어런스 호 승무원들의 배려일까요ㅎㅎ 연재하시는 글들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