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한테 차였어요

2014.05.16 19:17

잠시익명할게요2 조회 수:5438


개강 직후부터 친구들 사이에서 도저히 믿고싶지 않은 이야기가 돌았어요


일부러 슬픈 노래랑 슬픈 영화는 피하려고 하고
불안한 마음에 새벽까지 잠 못들 때도 많았는데 (지금도 그렇지만)
평소엔 하지도 않던 게임을 하거나 들춰보지도 않던 전공책 보거나 하면서 다른 생각 하려고 애썼어요.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진짜로 남자친구 입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겨버렸다는 얘기를 들으니까 완전! 허를 찔린 것 같았어요
심장을 세게 후려맞은 듯 얼얼하더라구요
내가 화를 내기도 전에 먼저 너무 미안해하길래 너 앞으로 나같은애 평생 어디서 다시 만나겠냐며 농담까지 하고.. 웃으면서 쿨하게 보내줬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 내내 나 너무 병신같았다... 클리셰같은 진부한 이별... 나 앞으로 어떡하지... 그런 생각만 들었어요
그냥 각자 갈 길 가자.. 내가 더 좋아한 것도 아닌데... 이러면서 나한테 짜증도 치밀었고요
방에 있는 선물은 무심한 척 다 치웠습니다. 폰에 있던 번호랑 사진도 다 지웠고요. 

세월호 참사에 더 감정이입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어느새 1,2주가 지나가 있었습니다.

 

 

남자친구와 나, 우리 커플 모두하고 다 친했던 친구들이 담담한 척 하는 저한테 술 사주면서
한번 붙잡아 보지 그러냐?

라든가

빨리 잊고 좋은 남자 만나는게 장땡이지! 하며 조언해줘도
저는 별거 아닌데?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고 대꾸했어요.

사실은 그때는 진짜 그렇다고 믿었던 것 같아요
웃고 떠들고 씩씩한 모습이 남친 귀에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도 내심 있었고요

 

 

꽤 오래 사귄 사이라서 권태기도 왔고
헤어지게 되면 절대 막을 수 없을 거란 것도 예감했고, 내가 먼저 잡지도 않을거라고 다짐했고요

올해 초부터 연락이 뜸해지고
예전엔 한 글자 한 글자 귀기울여 줬던 내 얘기에 딴 생각 하고 있는거 많이 느꼈는데
저도 오기부리면서 연락 안하고... 오히려 먼저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하다 그랬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밀당인줄 알고요

 

지금 생각하면 완전 멍청이었던 것 같네요

그리고 담담한 척 쿨한 척 하는 동안 남들한테는 얼마나 웃겨보였을지...

 

 


실연 후부터 스마트폰으로 유머글 보고 멍하니 딴 생각 하며 낮 시간은 그럭저럭 지내왔었는데
오늘 수업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처음으로 펑펑 울었어요

 

 

남들이 말하는 후폭풍 이제부터 시작인가 봅니다
그 날 크게 매달리지도 못하고, 앞으로 매달릴 용기도 없는게 너무 한심해요.


그 동안 너무 못해줘서 미안하다는 생각도 드는데, 동시에 걔랑 그 새 여자한테 화도 나요
곰곰히 생각해보면 네가 나에게 감히! 뭐 이런 감정보다는 제가 너무 초라하다는 느낌이 더 큰 것 같아요

으앙...

너무 슬퍼요. 슬프다는 말로 표현이 안되네요

저를 모르고 제 남자친구도 모르는 완벽한 타인들에게 토닥토닥 받고 싶어서 써 보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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