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5 20:08
오늘은 조지 시튼의 [에어포트]의 개봉 50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기념으로 어제 블루레이로 보았어요.
제대로 된 화면 비율로 본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에어포트]는 70년대 재난영화 장르의 시작으로 알려져 있어요. 수많은 스타 배우들이 앙상블로
나오고 엄청난 재난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포세이돈 어드벤처], [타워링]과 같은
작품들을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들을 기대하고 [에어포트]를 보면
많이 실망하게 됩니다. 이 영화의 '재난'은 영화 후반에 일어나고 비교적 작은 스케일이에요.
폭발범 한 명밖에 안 죽고요.
이유가 있습니다. 원래 '재난'이 포인트가 아닌 영화거든요. [에어포트]의 원작은 아서 헤일리(이
양반은 올해로 탄생 백주년을 맞는데)의 동명 소설입니다. 헤일리는 호텔, 자동차 업계, 은행과 같은
특정 전문직종을 배경으로 한 긴 대중소설이 특기였던 작가예요. [에어포트]에서는 그 배경이
시카고에 있는 링컨 공항이라는 가상의 공항이지요.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공항에서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위기에 대처하는가이지, 재난 자체는 아니에요.
영화가 그리는 곳은 정말 하나의 세계예요. 공항 매니저인 멜 베이커스필드가 중심이지만
이 사람이 영화를 독점하는 건 아니죠. 여객기 파일럿, 엔지니어, 세관원, 여행사 직원,
상습적인 밀항꾼, 이들의 가족과 같은 사람들이 시계처럼 엇물리거나 어긋나면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여기엔 멜로드라마도 있어요.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남자 둘이
바람을 피우고 있지요. 솔직히 전 이 이야기가 별 관심이 없고 이들의 변명을 들어줄
생각도 없습니다. 이들의 캐릭터로서의 개성과 사연은 별로 안 중요합니다. 이들이 공항 시스템
내부의 톱니바퀴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지요.
재미있고 페이스가 좋고 후반부는 상당히 서스펜스가 넘치며, 전체적으로 날씬하게 잘 뽑힌 영화지만,
여기서 어떤 대단한 깊이를 기대하는 관객들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당시에도 한 탕하고
넘어갈 영화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영화가 70년대 재난영화의 유행에 불을 당기고
자신도 점점 과격하고 어처구니 없는 재난을 다룬 세 편의 속편을 내면서 중요한 영화로
기록되게 되었죠. 그와 동시에 이 영화는 점점 진지하게 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1970년대엔
진지했던 수많은 장면들이 지금은 재난영화의 클리셰처럼 보이니까요. [에어플레인]이
나온 뒤로는 더욱 그렇고.
(20/03/05)
★★★
기타등등
1. 아카데미 상을 받았습니다. 여우조연상요. 상습적인 밀항꾼인 할머니 에이다 퀀셋을 연기한
헬렌 헤이즈가 받았지요. 두 주연이라고 할 수 있는 버트 랭커스터와 딘 마틴은 이 영화의
흥행수익 상당부분을 챙겼지만 랭커스터 자신은 이 영화를 전혀 좋아하지 않았다고해요.
세 편의 속편이 이어졌는데, 네 영화에 모두 출연한 배우는 조지 케네디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케네디가 네 영화에서 연기하는 페트로니라는 사람은 동일인물처럼 보이지
않아요. 일단 직업이 다 다르니까요.
2. 자막이 아주 옛날 것이더군요.
감독: George Seaton,
배우: Burt Lancaster,
Dean Martin,
Jean Seberg,
Jacqueline Bisset,
George Kennedy,
Helen Hayes,
Van Heflin,
Maureen Stapleton, Barry Nelson, Dana Wynter, Lloyd Nolan, Barbara Hale
IMDb https://www.imdb.com/title/tt0065377/
Naver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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