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18 00:42
어쩌다보니 잠실역에서 계속 모임을 하게 될 것 같아 범강남권 독서모임이 된 동적평형 독서모임의 후기입니다. ㅎㅎ 오늘은 야근 괴물에 잡히신분들과 컨디션 난조를 보이신 분을 제외하고 열네분이 모여서 가열차게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다가 돌아가 주셨습니다.
일단 송년회니만큼 가벼운 스파클링 와인과 치킨을 베이스로 깔고 주전부리와 귤을 사이드에 놓은 다음. 각자가 가져온 음식을 나누는 훈훈한 시간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못오신 분도 계시고 제가 돈계산을 잘못했는지 음식도 술도 음료수도 너무 많더군요. 다 먹기전에는 못간다는 협박으로 거의 해치우긴 했지만 오병이어의 기적을 간접 체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도서는 아트 슈피겔만의 쥐였습니다. 유대인 학살을 다룬 만화기도 하지만 수전노라 불러도 마땅할 아버지와 갈등하는 만화가 아들의 자전적 독백이기도 합니다. 유대인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이기도 하고 작가는 중간에 서서 특유의 시선으로 촘촘하게 몰입감있는 만화를 그려냈죠. 상당수가 읽기에 저처럼 불편하다는 감상을 주셨고 유대인 학살보다는 현재에 아버지와 갈등하는 아들의 모습에 집중하는 느낌이기도 했습니다. 파시즘이 지배하는 시대의 우울을 현시점에 비춰보는 시각도 있었고 어릴때 읽었던 것과는 또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분도 많으셨어요. 은은한 캐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유대인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묘한 아이러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군요.
주제도서 정리를 마치고 다음 도서 선정에 들어갔습니다. 아래는 각자가 추천해주신 책과 간단한 사유, 득표수와 다음달 선정 도서입니다.
1. 소설가의 일_김연수 : 김연수 작가를 원래 좋아하신답니다. 에세이집이라고. 5표
2. 화성의 타임슬립_필립 K 딕 : 사놓고 뜯지도 않은 전집의 1권이라고.. 8표
3. 닥터 지바고_보리스 파스테르나크 : 겨울이라서..5표
4. 삶의 격_페터 비에리 : 인간으로써의 존엄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한 책이랍니다..5표
5. 개는 말할 것도 없고_코니 윌리스 : 재미있는 타임슬립물이라고.. 5표
6. 에덴의 용_칼 세이건 : 저자의 이름이 주는 무게가 있습니다.. 5표
7. 워킹푸어_데이비드 K 슈플러 : 추천 사유가 생각이 나지 않는 유일한 책이군요..1표
8. 미생_윤태호 : 국민드라마의 원작..3표
9. 내 술상위의 자산어보_한창훈 : 전작인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 후편격인데.. 술에 대한 진지하고 술꾼다운 접근이 좋습니다..6표
10. 대한민국 원주민_최규석 : 최규석 작가의 자전적인 만화_4표
11. 광기와 우연의 역사_슈테판 츄바이크 : 역사의 중요한 장면을 옴니버스 식으로 다룹니다..9표
12. 경마장의 오리나무_하일지 : 첫문장이 인상적이라고..3표
13. 대성당_레이먼드 카버 : 작가의 이름이 모든걸 설명해줍니다..4표
14. 인간 실격_다자이 오사무 : 나이들어 읽으면 어떤 느낌일지..4표
보시는바와 같이 광기와 우연의 역사가 1월의 주제도서로 선정되었고.. 발제자는 찻잔속의 태풍님이십니다.
오늘 모이신 분들 모두 모두 반갑고 즐거웠구요. 돌아가실때 뭐라도 하나씩 들고 가시는 걸 보니 괜히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편히들 주무시고..조만간 번개에서도 뵈요. 감사했습니다. ^^
PS : 오늘 회비 입금하고 못오신 분들은 송년회 준비에 돈이 좀 많이 들어간 관계로.. 환불은 어려울 것 같고.. 다음 회비 걷을때 조금씩 할인혜택을 드릴까 생각중입니다.-_-;; 다음에는 꼭..^^
2014.12.18 08:05
2014.12.18 11:14
너무 많이 드신거죠.. (물론 그러고도 많이 남았지만..)
2014.12.18 10:13
읽다가 잘 이해가 안 돼서 "유대인들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말은 피해: 홀로코스트, 가해: 팔레스타인 문제를 말하는 건가요?
2014.12.18 10:18
2014.12.18 10:25
네 본문에 자세한 맥락을 생략해서 부정확하게 다가온지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나치와 협력한 시오니스트들도 있었고 그 보상금을 받아 횡령한 단체부터 현재 팔레스타인 문제까지 얘기를 조금 했었더랬습니다.
2014.12.18 10:31
2014.12.18 10:52
2014.12.18 11:11
유태인들도 그렇고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정치적 경제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집단의 역사적 건전성, 도덕성,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일상이 똥통으로 빠지는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이런 문제가 어느 사회나 국가에도 있는 것이긴 하지만 최소한 어떤 것이 옳은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교육, 되풀이하지 않기위한 청산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럴수도 있고 저럴수도 있지..라고 하면 제2, 제3의 홀로코스트와 식민수탈이 올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취자의 편에 붙으려고 할거예요. 학습효과가 있으니까요. 희생자에 대한 연민도 중요하지만 가해자와 착취자에 대한 처벌과 응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인류의 역사 또한 똥통으로 쳐박힐거구요. 이유없이 희생당한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애도와 위로도 중요하지만 문제는 그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건데.. 요즘 우리 사회를 보고 있으면 아예 내부 분열을 부추기는 분위기죠. 당연히 분열되어야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건 더 말할 나위가 없구요.
2014.12.18 11:14
2014.12.18 11:13
2014.12.18 11:17
유태인들은 박멸해야할 더러운 쥐새끼라는 시각이죠. 유태인을 쥐에 비유한 이 만화가 용감한 이유는 그 지점에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제일 무서운게 파시즘이고.. 제일 두려운게 파시즘에 경도된 폭력집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베충은 다른 맥락에서 더 넓은 범위에 걸쳐 있다고 생각하는데 네오나치를 표방하는 스킨헤드라면 차라리 무시하고 말 수준이겠지만.. 일베충은 평소에 자기가 일베하는 것조차 어디 가서 떠들지 않죠. 그래서 무섭습니다. 가면쓴 소시오패스들이 주변에 드글거린다고 생각하면.
2014.12.18 11:18
2014.12.18 11:29
2014.12.18 11:47
2014.12.18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