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보고 왔습니다 (노스포)

2021.10.25 19:50

Sonny 조회 수:769

원작의 정보를 거의 모르는 채로 보고 왔습니다. 끽해야 짧은 기사 하나 정도를 읽고 개념만 간추린 정도였는데요. 이 영화를 보는데 딱 단편적인 정보만 있어도 영화를 이해하는데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핵심은 영화가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강탈분쟁을 일으키고 있고 수상한 황제와 다른 귀족이 주인공 아트레이데스 가문을 위협한다는 기초적인 맥락 정도만 알고 있으면 됩니다. 나머지는 다 판타지적인 거라 그냥 모르는 대로 즐기면 될 듯 해요.

많은 사람들이 설정집 같다고 하는 것처럼 이 영화에는 서사적 줄기가 아주 강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전혀 단점이라고 여기지 않았어요. 이 영화의 근본적인 목적은 듄이라는 원작을 소재삼아 우주활극의 일반적인 이미지와 상반되는 어두컴컴하고 불쾌한 이미지들의 압력을 관객에게 행사하는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드니 빌뇌브의 이전작이었던 <시카리오>에서 그 압력은 유감없이 발휘되었죠. 주인공이 처음으로 카르텔 본거지로 쳐들어갈 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참수당한 시체들이 달려있는 풍경이나 간간히 들리는 총소리들을 배경으로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는 긴장에 짓눌립니다. 이 영화는 <시카리오>의 그 긴장감을 훨씬 더 큰 규모로 오랫동안 끌고 가는, 불길함의 영화입니다. 뚜렷한 징후는 없지만 주인공 가문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선의나 신뢰의 증거도 없고 이들은 외지에 떨어져 변화를 맞닥트려야 합니다.

베니 게세리티, 하코넨 가문의 이미지들은 직관적으로 정체불명의 어두운 기운을 내뿜습니다. 그런 가운데 티모시 샬라메의 고전적인 얼굴이 유치할 지도 모르는 이 영화에 엄숙함과 아름다움을 계속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한스 짐머의 음악이 계속해서 울려댑니다. 아주 무겁고 불쾌한 공기 속에서 어떤 품위들이 살짝 빛나곤 합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다시 한번 시네마의 개념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단 한번도 가보지 못한 현실의 대안으로 그 힘을 발휘할 수있네요. 이제 재차관람을 해야하니 짧은 감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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