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잡담...(나는 솔로, 광수)

 1.자연을 극복하고 이제 도시사회에서 살게 된 우리 인간들의 삶은 인공성을 띄게 되었어요. 예전 같으면 일단 일어나자마자 10리 밖에 있는 강에 물을 뜨러 가야 하고, 땔깜으로 쓸 나무를 베어오고, 짐승과 싸워 이겨서 짐승의 시체를 가져와야 했죠. 그러나 이제 식량이든 물이든 돈만 있으면 금방금방 공급이 돼요. 이런 사회가 마음에 드나요?

 두말할것도 없이 나야 좋죠. 나는 돈을 버는 일에는 의욕도 자신도 별로 없지만 돈을 불리는 것에는 꽤나 자신이 있거든요.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에야 태어났다는 것은 축복이예요. 

 2.하지만 모든 게 인공성을 띄게 된 현대에도 자연성...야만성을 유지하는 분야가 있죠. 대표적인 것이 연애.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아무리 큰 성공을 했어도 '연애'라는 1대1 매치의 링에 서게 되는 순간 인간은 어느정도는 벌거벗겨지게 돼요. 재력에서 오는 권위나 명성에서 오는 권위를 그 링위에서 어필하려고 해 봐야 더욱더 역효과가 나죠. 연애라는 링 위에서 그런 것들을 내세우는 순간 상대에게 밑천이 다 드러나거든요. 

 물론 돈이나 명성은 연애라는 링 위에 올라가는 데까지는 도움이 돼요. 어쨌든 재력이나 명성이 있으면 상대방에게 한 번 정도의 호기심은 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연애라는 건 거래가 아니거든요. 완전히 거래관계로 성립된 연애가 아니고서는, 그 사람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거죠.

 3.한데 소프트웨어라는 건 결국 경험에 의해 성장하는 것...경험을 쌓지 못하면 그 사람은 계속해서 레벨1로 남아있게 돼요. 좋은 연애를 하든 나쁜 연애를 하든 어쨌든 경험치와 레벨은 오르는데, 연애를 못 하면 경험치를 쌓을 수가 없으니까요. 

 4.휴.

 5.하지만 연애의 문제는 사람마다 축캐와 망캐가 존재한다는 거죠. 어떤 놈은 레벨 1부터 HP1000에 공격력 300으로 시작하는데 어떤 놈은 레벨1에서 HP10, 공격력 0으로 시작해야 하거든요. 

 하지만 HP10에 공격력 0인 캐릭터를 받아들었어도 그 사람은 나름대로의 연애를 도모하게 돼요. 던전에 입장하려다가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 튕기고...그러다가 어쩌다가 한번 입장에 성공하면 입장과 동시에 칼에 맞아 쓰러지고를 반복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겠죠. '제기랄, HP10에 공격력0인 놈이 무슨 던전을 가겠다고...그냥 던전을 가지 말아야겠어'라고 말이죠. 

 왜냐면 그렇거든요. 옆을 돌아보면 축캐로 태어난놈은 귀찮아서 던전에 안 가려고 하는 날에도 던전 초대장이 계속 날아오고 있으니까요. '저놈에게 오는 무수한 초대장 중 하나만 나한테 와도...귀하게 써줄 수 있을텐데.'라고 생각하며 연애의 링 주위를 기웃거리는 것을 그만두게 되겠죠.

 6.어제 나는솔로를 보니 12기 광수가 인터넷에서 까이고 있더라고요. 글쎄요. 슬펐어요. 어떤 사람이, 그 사람에게 제일 안 먹히는 분야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편집해서 공개처형하는 것...그것은 웃음거리로 삼기에 좋은 일은 아니니까요. 물론 여러분은 이럴 수도 있겠죠. '저 광수란 녀석, 이상한 놈 맞잖아? 킥킥킥.'이라고요.

 하지만 글쎄요. 내 경험상, 본인이 갑의 자리에 있을 때는 얼마든지 멋있게 행동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본인의 을의 자리에 가면 본인이 을이라는 것을 만회하고 싶어서 좀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레벨이 한자리수인 광수는 연애라는 던전에서 나뭇가지 하나 들고 헝겊데기 입고 돌아다니는 중이고요. 적이 쏜 화살이나 돌멩이에 스치기만 해도 즉사급 대미지를 입어야 하죠. 그리고 상태이상 스테이터스가 너무 낮기 때문에 덤으로 오는 상태이상 대미지...혼란, 광란, 폭주 상태를 겪어야 되고요.

 7.내가 보기에 12기 광수라는 자의 문제는 딱 하나예요. 축캐로 태어나지 않았다는 거죠. 188의 키에 넓은 어깨, 좁은 골반, 입체적인 마스크, 무저갱 저편에서 들려오는 듯한 동굴보이스를 타고났다면 그에 걸맞는 경험을 했을 테고 머리에 깔려 있는 OS도 완전 달랐겠죠. 

 하지만 어쨌든 광수는 레벨 1인 상태로 연애프로그램에 출격했고...레벨1인 만큼 무언가 실수를 할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의 실수들을 너무나 돋보이게 편집하는 것은 아쉬웠어요. 내가 보기에 저 정도의 편집이라면 실제로 있었던 일이 50이라고 치고, 1에서 100중에 거의 100만큼 강한 편집을 한 거거든요. 이미 나는솔로는 충분히 재미있고 충분히 화제성이 있는 프로그램이예요. 그런데 저렇게까지 해야 했을까... 라는 아쉬움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