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0.03 11:32
[비우티풀]의 무대는 바르셀로나. 하지만 이 영화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관광도시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전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직접 쓴 보도자료를 읽고 나서야 영화의 배경이 갖는 지리적/역사적 의미에 대해 배울 수 있었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읽었다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이런 것입니다. 1960년대에 프랑코는 카탈루냐의 고유 문화를 파괴하려는 목적으로 카탈루냐에 수많은 카스티야어 사용자들을 들여보냈습니다. 자기 나라에서 이민자 신세가 된 이들은 산타 콜로마라는 바르셀로나 교외 지역에 배치되었고 '샤르네고스'라는 경멸적인 별명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8,90년대에 경기가 좋아지자 산타 콜로마를 떠났고 전세계에서 온 이민자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엘 라발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다양한 인종이 모인 곳이랍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주인공 욱스발은 아직 그곳을 떠나지 않은 10퍼센트의 카스티야어 사용자, 즉 '샤르네고'입니다.
하여간 욱스발은 인생이 참 암담한 사람입니다. 그는 엘 라발에 사는 밀입국자들을 짝퉁공장이나 공사판에 연결시켜주는 인력브로커입니다. 일의 성격상 못 볼 것들을 참 많이 보고 자신도 그 일부가 될 수밖에 없지요. 조울증에 걸린 아내는 그를 떠났고 혼자 두 아이들을 키우기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그런데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보니, 왜 이제야 왔냐고 핀잔을 주네요. 암에 걸려서 남은 날이 얼마 안 남았답니다! 참, 이 사람이 죽은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말을 했던가요?
[비우티풀]은 기름기가 많은 멜로드라마입니다. 원래 곤잘레스 이냐리투의 전작들도 그런 구석이 있었죠. 하지만 그는 옴니버스 스타일로 짧은 이야기들을 끊어 섞는 방법으로 그 부담감을 극복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가 처음으로 만든 단선적인 장편영화 [비우티풀]에는 그런 탈출구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가 주인공 욱스발에게 드라마를 주기 위해 온갖 종류의 폭력을 행사하는 걸 그냥 지켜봐야 해요. 처음에는 강렬한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태도를 바꾸지 않고 두 시간 반 동안 계속되다 보면 점점 느끼해집니다.
이런 일관된 태도는 영화의 소재와 주제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엘 라발은 다양한 인종과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사는 역동적인 곳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배경을 오로지 욱스발이라는 비극적인 인물의 레퀴엠을 그리기 위한 배경으로만 이용해요. 그리고 욱스발이 이 끈적거리는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얼마 없습니다. 그냥 일차원적으로 반응하며 고통을 겪는 수밖에요. 그가 관여하는 일들 중 몇 개는 정말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종종 영화가 그에게 알리바이를 지나치게 많이 주는 게 아닌가 의심하게 됩니다. 이 영화에는 (감독이 모델로 삼은 게 분명한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와는 달리) 상승의 전환점이 없습니다.
그러나 [비우티풀]에는 이런 불만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은 잠재울 수 있는 힘이 존재합니다. 그 대부분은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가 아닌 주연배우 하비에르 바르뎀으로부터 와요. 그가 욱스발을 연기하는 순간, [비우티풀]은 절대로 붕괴될 수 없는 예술적 기반을 얻습니다. 아무리 영화의 심각함을 의심하려 해도 바르뎀의 진실성을 부정할 수는 없는 것이죠. (11/10/03)
★★★
기타등등
암만 봐도 곤잘레스 이냐리투는 일본 문화 애호가인 게 분명해요. 영화 예고편에서는 [해변의 카프카]를 인용하고 영화사 이름은'이키루'. [바벨]의 에피소드 하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일본영화였지요.
감독: Alejandro González Iñárritu, 출연: Javier Bardem, Maricel Álvarez, Hanaa Bouchaib, Guillermo Estrella, Eduard Fernández, Cheikh Ndiaye, Diaryatou Daff, Cheng Tai Shen, Luo Jin
IMDb http://www.imdb.com/title/tt1164999/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75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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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영화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