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2.02 01:00
소진은 무녀였던 엄마를 잃었습니다. 장례식을 치른 그녀는 당장 집을 떠나 기차를 서울로 갈 생각이죠.
하지만 엄마의 옛 고객이었다는 남자가 아들을 찾아달라며 매달리고, 도와달라고 들어간 집에서
만난 초콜릿 만드는 남자 역시 소진을 감금합니다. 두 남자에게서 달아났다 잡히기를 반복하는
동안 소진은 연주라는 여자의 기억 속으로 조금씩 흘러들어갑니다.
이경섭의 [미성년]은 제가 시놉시스를 보고 기대했던 영화와 많이 다른 작품입니다. 전 무속신앙에
대한 보다 몽환적이고 열려있는 영화를 생각했지요. 초반까지는 그래보였습니다. 하지만 소진이
초콜릿 만드는 남자의 집으로 들어갔을 때부터 영화의 전체계획이 보였습니다. 영화는 거의
[백 투 더 퓨처]스러운 시간여행 이야기였던 거예요. 타임머신 대신 소진의 무녀 능력이
사용되었을 뿐이죠.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던 복선들이 후반부에 하나로 묶이는 구조 역시
비슷합니다.
이러니 영화는 두 겹으로 분리됩니다. 이경섭은 여전히 소진의 이야기에 초자연적인 시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것이 산문적인 스릴러의 공식과 잘 맞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그 각본은 보기만큼
아귀가 잘 맞지도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결말에 답이 제시된 뒤에도 소진이 어떻게 연주를 몰라봤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어요. 여기에 설명을 추가하는 건 물론 가능하지만 그래도 쓸데없이 장황해집니다.
결코 만족스러운 자기완결성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그래도 [미성년]은 여러 면에서 매혹적인
구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주연배우 박주희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감독 이경섭이
진짜로 의지하고 있는 건 반쯤 장르적인 각본이 아니라 종종 10년전 임수정이 기억나는 심드렁한
차가움을 간직하고 있는 박주희의 존재감입니다.
(14/12/02)
★★☆
기타등등
감독이 [미성년]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알겠는데, 그래도 전 영어 제목인 [Miss The Train]이 더 좋습니다.
감독: 이경섭, 배우: 박주희, 권율, 정희태, 안재홍, 다른 제목: Miss The Train
Hancinema http://www.hancinema.net/korean_movie_Miss_The_Train.php
Naver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123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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