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를 봤을 때는 이정재가 마이클 만을 굉장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도심 총격전이나 비등한 카리스마를 가진 두 남성의 격한 대결은 누가 봐도 [히트]를 떠올리게 하니까요. 거기에 남파 간첩이라는 다소 식상한 소재와 어쩐지 배우빨로 밀어붙여보겠다는 상업적 야심도 그렇고... 헐리우드의 명작에서 주요 테마들을 적당히 빼와서 로컬라이징하는 건 대형제작사들이 일년에 한두편씩 하는 뻔한 장사이길래 그런 작품일 거라고 지레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모양입니다. 이런
하기사 워낙에 청춘스타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이정재도 이제 오십줄이 다 되어가는 중견배우죠. 평소에 미술을 좋아하는 것 말고는 영화 감독으로서의 소질이나 열망을 발견한 적이 없었는데 역시나 사람 속은 모르나봅니다. [미성년]으로 감독 데뷔했던 김윤석이 이정재와 대충 5년 정도 나이차이가 나니 감독 데뷔도 딱 그 정도 나이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김윤석이야 워낙에 연출 욕심이 많았으니 그러려니 하지만 이정재가 감독으로서 칭찬받는 건 상당히 의외입니다. 감독으로서의 재능이 있는 사람들은 연기를 하면서도 현장밥으로 내공을 쌓아가나봐요.
올 여름 한국 영화들이 나름 풍년이군요. [한산]도 나름 재미있다는 호평들이 돌고 있고 [헤어질 결심]도 끝내 손익분기점을 넘겼습니다. ㅎ으로 시작하는 한국 영화들 중 [헌트]도 평과 흥행 모두 만족스러운 결실을 거둬갔으면 좋겠군요. ㅎㅎㅎ!!
연기를 너무 못 해서 대사 잘리고 캐릭터 변경해 가며 데뷔했던 배우로서 참 드라마틱한 일이네요. ㅋㅋ
영화를 안 봤으니 미리 칭찬은 못 하겠지만 일생이 꽤 재밌는 배우가 됐어요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의 대박도 그렇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