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즈 갓 커맨즈 Come Dio comanda (2008)

2010.03.26 10:53

DJUNA 조회 수:5374

 

국내 포스터만 본 사람들은 가브리엘 살바토레의 [애즈 갓 커맨즈]를 부자의 사랑을 다룬 가슴 따뜻한 휴먼 드라마로 착각할 것입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부자간의 사랑을 다룬 작품인 것은 맞지만 영화의 장르는 스릴러입니다. [지중해]보다 [아임 낫 스케어드]에 훨씬 가까운 작품이지요. 영화의 원작자도 [아임 낫 스케어드]의 니콜로 아만니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각색에도 참여했지요. 고로 훨씬 날이 선 영화를 기대하고 가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주인공 설정부터 깹니다. 아빠인 리노는 나찌예요. 아들 크리스티아노도 학교에서 몰래 히틀러 예찬을 썼다가 아빠에게 보여주는 등 어설픈 나찌 흉내를 내고 있는데, 정말 그렇게 믿어서 그러는 건지, 아니면 아빠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러는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자기도 잘 모르겠죠. 그 나이에 분명한 게 뭐가 있겠습니까.

 

영화는 이들의 정치성향을 비판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신나찌 옹호 영화는 당연히 아니고요. 이들은 그냥 현대 이탈리아 사회의 부산물입니다. 경제는 나빠졌죠. 몸값이 싼 외국인 노동자들이 몰려와 일자리를 잃었죠. 리노 같은 인간들이 인종차별주의에 빠지기 딱 좋은 때죠. 결코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지만 그냥 현실입니다.

 

이들은 영화 내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교정할 여유도 없습니다. 그러기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리노에게는 콰트로라는 친구가 있는데, 아무래도 영화에서 막연히 언급되는 사고 이후로 머리가 온전치 않은 것 같습니다. 장난감들을 모으고 포르노 스타 팬질을 하면서 비교적 행복하게 살아가던 콰트로는 중간에 아주 심각한 사고를 치는데, 그 뒷감당을 몽땅 부자가 해야 하는 겁니다. 중단된 정보전달과 잘못된 상황판단 때문에 단순할 수도 있었던 일이 점점 배배꼬이고, 막판엔 거의 혼자 뛰어야 하는 크리스티아노는 미칠 지경이 됩니다. 그 나이의 아이가 짊어지기엔 짐이 너무 크죠.

 

'즐겁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재료지만, 적어도 [애즈 갓 커맨즈]는 스릴러로서 관객들을 지루하게 하지 않습니다. 짧은 러닝타임 안에 액션이 경제적으로 압축되어 있고, 아무리 나찌 아빠에게 물들어 망가지고 있는 중이라고 해도 크리스티아노는 공감하기 쉬운 주인공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상황부터 그렇고, 사실 두 부자의 관계는 썩 절실한 편이거든요. 하긴 나찌들이라고 부자의 정이 없겠습니까.

 

단지 전 그 이후가 걱정됩니다. 이 영화의 스릴러 플롯은 주인공들에게 어떤 의미있는 교훈을 주는 것 같지 않거든요. 그냥 해결해야 할 난감한 문제인 겁니다. 영화가 이들에게 꼭 인생의 해답을 주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그래도 보고 있으면 갑갑해지지 않을 수 없어요. (10/03/26)

 

★★★

 

기타등등

[아임 낫 스케어드]도 그렇지만, [애즈 갓 커맨즈]도 굉장히 성의없는 제목이 아닌가요. 조금 더 번역에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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