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시간 46분짜리 호러 영화이고 2017년작이네요. 스포일러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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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릭했을 때 깜짝 놀라거나 불쾌감 느끼지 않으실 이미지 고르느라 고생했습니다 ㅋㅋ)



 - 스페인 영화니까 배경도 스페인. 다만 극중 시기는 1991년인데 그건 이 영화가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라고 우기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연도와 날짜, 시각이 자막으로 찍히며 다급한 음성의 경찰 신고 통화가 들립니다. 얼른 와서 구해달라며 주소를 외치고... 경찰이 도착해서 아파트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뭔가를 발견하고 충격에 사로잡히는 경찰들의 모습... 에서 장면 전환. 며칠 전으로 돌아갑니다.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베로니카'라는 이름의 소녀에요. 9학년이라는 것 같네요. 초딩 쌍둥이 여동생과 미취학 아동 남동생 하나를 살뜰히 챙겨서 밥 먹이고 준비 시켜서 함께 등교합니다. 본인도 아직 어린데 참 착한 아이인듯?

 그리고 그 날은 일식이 일어나는 날이라 학교가 온통 일식 관찰 이벤트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우리 베로니카는 그 틈에 친구들이랑 학교 지하실에 숨어들어 위자 보드를 뙇! 하고 꺼내죠.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나봐요. 뭐 당연히 이 시도는 절반의 성공만을 거둡니다. 뭔가 불러내긴 했는데, 그게 보고 싶은 나의 아버지는 아닌 거죠. 그리고 이후의 수순이야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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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넷플릭스가 오래 전부터 계속 들이밀며 추천했는데 이 대표 이미지가 별로라서 그동안 안 봤습니다. 좀 성의 있게 못 하겠니...)



 - 개인적으로 호러 무비의 '무서움'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주인공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이 보면서 마음을 주고 어떻게든 살아 남으라고 응원하고픈 인물을 제대로 빚어내면 호러 효과는 그렇게 강렬하지 않아도 그냥 긴장감이 생기고 공포감이 생겨요. 일단 저는 그렇습니다. ㅋㅋ 물론 어떻게 사람을 창의적으로 다양하고 멋지게 죽이느냐에 중점을 두고 거기에서 재미(...)를 찾는 류의 슬래셔무비 비슷한 호러들... 을 제외하고 말이죠.


 그런 제 시각에서 볼 때 이 '베로니카'는 상당히 괜찮은 호러 영화였습니다. 진짜로 주인공이 살아남기를 간절하게 바라게 되거든요. 

 왜냐면... 그냥 애가 워낙 괜찮습니다? ㅋㅋㅋ

 돈 벌어오느라 피곤해서 집에선 잠만 자며 집안 일을 다 떠넘기는 엄마에게 투정 부리는 것도 없고. 동생 셋을 돌보는 모습도 비슷한 또래를 육아 중인 제 입장에서 볼 때 거의 프로 육아요원에 보살 수준이에요. 그러면서도 또 단순한 갸륵 애어른 캐릭터로 떨어지지 않고 나름 본인 개성도 취향도 있는 현실 세계 여학생 같은 느낌도 적절히 풍겨주고요.

 위자 놀이로 악령을 소환해버린 동기도 얘 입장을 보면 충분히 납득해줄만 하구요. 뭣보다 악령이 날뛰기 시작한 후에 이 녀석이 보여주는 모습이 참 찡하고 멋집니다. 단순하게 '살아야한다!'가 아니에요. 자기 때문에 위험에 처한 동생들 때문에, 자신의 실수에 대한 자책과 동생들에 대한 책임감을 동력으로 서서히 풀어져가는 정신줄을 부여잡고 몸부림치는 베로니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어떻게든 쟤들 좀 살려주세요 감독님...' 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어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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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쁘거든요. (쿨럭;)



 - 그리고 또 치트키 하나를 쓰고 있는데, 그걸 아주 잘 씁니다.

 어린애들이요. 이 집의 가장인 아나 토렌트님께선 거의 집을 비우고 있기 때문에 시종일관 악령의 위협에 시달리는 건 베로니카와 세 동생이에요. 게다가 이 동생들이 그냥 동생들이 아니라 참 귀여운 동생들이고, 덧붙여서 참 연기 잘 하는 동생들입니다. 현실 남매 느낌 실감나게 풍겨주면서도 다들 참말로 자연스럽고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러니 더더욱 베로니카의 심정이 이해가 가죠. 나 하나 믿고 사는 이 강아지들을 내가 위험에 빠뜨리다니!!! 어떻게든 내가 지켜줘야해!!! ㅠㅜ



 - 보다 보면 각본을 참 잘 썼다... 싶은 부분이 많아요.

 사실 스토리 자체는 그냥 클리셰로 시작해서 클리셰로 끝나는 수준입니다. 정말 흔해 빠진 위자 보드 악령 이야기이고 딱히 짚어 볼만한 부분도 없을 정도. 어쩌자고 이런 식상한 스토리로 영화를 만들 생각을 하셨쎄여?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위에서 말했듯 캐릭터들을 잘 짰고 이야기의 디테일이 좋습니다. 베로니카 남매들이 그냥 밥 먹고, 놀고, 싸우고 하는 장면들. 베로니카가 친구들과 교류하고 엄마와 대화 나누는 장면들. 간단히 요약하면 다 아무 것도 아니지만 직접 보고 있으면 뭔가 있어 보인단 말이죠. 진짜 가족 같고, 진짜로 고민하는 것 같고,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 같고... 그래서 간혹 베로니카가 딱 봐도 어리석은 선택이나 실수를 저질러도 짜증나고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안타깝고 걱정되고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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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가 지켜줄게...)



 - 그래도 호러 영화니까 호러 이야기를 해야겠죠.

 괜찮습니다. 먼저 말했듯 훌륭한 캐릭터와 적절한 드라마와 잘 어우러지는 것도 있고. 또 이게 나름 개성이 있어요.

 미트볼 장면(?)처럼 '아 이런 걸로 겁을 주나?' 싶은 참신한 장면들도 있고, 또 비교적 무난한 장면들도 헐리웃 영화들이랑 비교했을 때 스타일이 좀 달라요. 더 낫고 못하고를 떠나서 문자 그대로 스타일이 다르고, 그래서 좀 신선한 느낌이 있죠. 그리고 전 애초에 이런 걸 기대하며 넷플릭스의 세계 각국 영화, 드라마들을 챙겨보는 사람이라... ㅋㅋ



 - 단점도 당연히 있습니다.

 런닝 타임이 한 시간 사십분이 넘는 걸 보고 살짝 불길했는데, 역시 중반에 조금 늘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아주 조금만 더 풀어줬음 괜찮았을 것 같은데 아쉬웠구요. 잉여 캐릭터도 있어요. 대표적으로 그 학교 눈 먼 수녀님 같은.

 그리고 결말도 뭐랄까... 나쁜 건 아님에도 '이게 최선이었어요? 확실해요?' 라는 생각이 좀 들구요.

 장점들이 대체로 제 취향 저격이었어서 굳이 따지고 싶진 않지만, 그래도 부족한 부분이 눈에 띈 건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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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잉여라니!!!)


 - 대충 정리하자면 이러합니다.

 지인짜로 야심 없는 소품입니다. 실화인 척 하는 부분도 좀 싱겁고 스토리 라인은 큰 틀에서 볼 때 진부하기 짝이 없구요.

 하지만 꽤 생생하게 살아 있는 캐릭터들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호러 영화라는 점에서 점수를 많이 주고 싶었네요. 약간 'It Follows' 느낌도 들었어요.

 꼭 보시라고 강력 추천할 생각까진 없습니다만, '이제 나에겐 넷플릭스에 괜찮은 호러가 씨가 말랐어!!' 라는 아쉬움이 있는데 아직 이 영활 안 보신 분이 계신다면 추천해요.

 전 상당히 좋게 봤습니다.



 + 위에서 말했듯이 아나 토렌트가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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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나이 많이 먹으셨네... 라고 생각하다 확인해보니 어느새 '떼시스'가 25년전 영화에요. 헛헛헛허... 지금 와서 보니 시대를 앞서간 이름을 갖고 계셨군요.



 ++ 영화가 실제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그 사건을 검색해서 찾아봤는데 정말로 그냥 'Based on' 정도에요. 큰 틀만 비슷하고 디테일이 굉장히 많이 달라서 굳이 그 사건과 연관짓지 않아도 상관 없었을 것 같은데. 뭐 애초에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라는 것 자체가 세일즈 포인트였겠죠.



 +++ 소재가 소재이다 보니 '위자' 영화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그 영환 지인짜 별로였죠. ㅋㅋㅋ 주인공이 올리비아 쿡임에도 죽든가 말든가... 라는 생각이 드는 기적을 체험했던 영화였네요. 근데 이 영화의 위자 보드는 헐리웃 영화에 나오는 그 물건들이랑은 생김새가 많이 달라요. 스페인 현지화를 넣어서 파는 걸까요.



 ++++ 사진을 넣고 나서야 깨달은 사실인데, 이 또한 남자가 씨가 마른 영화였군요. 엄마에 딸에 여자 쌍둥이 동생에 수녀에... 수녀 말고 그냥 교사들도 여자만 나왔던 듯? 막내 동생이랑 이야기 액자에 등장하는 형사 빼면 남자 목소리 들을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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