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심청 감상(스포 포함)

2021.03.13 16:38

Tuesday 조회 수:1036

요새 그녀의 심청을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지에서 기다리면 무료로 올라와있더라고요.

기다리면 무료를 할 수 있는 회차가 제한이 있어서 결국 캐시충전까지 해서 다 볼 거 같아요.


스토리작가는 세리님인데 효녀 심청이 남성 작가들에게 성적인 시선에서 변주되는 것에 불만이 있어서 그걸 바꿔보자는 발상에서 시작된 작품이라고 댓글에 써있는 걸 봤습니다.

맞는 말 같아요. 애초에 효녀 심청 또한 중세-근세 한국의 유교적 열녀신화(...)라고 할 수 있고, 현대에 와서 쓰여진 작품이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성적으로만 재해석 되는 경우가 많다면 유쾌하진 않을 거 같아요.

어렸을 때 재밌게 읽었던 동화나 이야기들이 시간의 흐름속에서 도저히 좋은 의도로 읽혀질 수 없게 되는 상황이 오니까요.


웹툰이나 웹소설에서 BL이나 로판, 판타지, 로맨스 이런 장르가 엄청 많이 나오지만 GL은 잘 안 나오니까 궁금해서 읽게 된 작품이었는데요. 연재 당시 평가가 좋았다는 얘기도 들었고요.

읽어보니 재미도 재미인데, 일단 중요 플롯의 시의성이 너무나도 좋고...  재해석한 스토리도 상당히 맘에 들어요.

편으로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 중세~근대의 시대에서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점들이 있다는 것이... 세상이 앞으로 더  변해야한다는 걸 알게 해줍니다.


세상에서 버려진 여성 둘이 주인공인 만화입니다. 무능한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심청과 승상의 후처로 들어간 승상 부인. 분명 계급 차이가 있는 사람들의 만남인 건데 이야기는 계급차이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존재의 격차에 이야기하는 게 더 큰 거 같아요. 한 쪽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애물단지 취급받으며 사회에서 버려진 여성이고, 다른 한 쪽은 좋은 집안을 타고났어도 남성들의 권력에 치여서 결국엔 버려지는 여성이죠.

그리고 이 둘에 당시의 현모양처가 아니라는 이유로 아웃사이더로 사는 뺑덕어멈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면 마이너들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정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어요. 

승상 부인(심지어 이름도 나오지 않습니다. 여성 캐릭터 중 이름이 나오는 건 심청뿐이고, 심청 또한 어렸을 때 불리던 이름이지 실제 이름이 아니라는 것 같죠.)이 하는 말 중에

아직도 기억이 나는 대사가.. 무릉도원도 사람에게나 무릉 도원이구나... 라는 독백이 있었어요. 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존재적으로 팔다리가 다 잘려 그냥 예쁜 꽃으로 살아가야 하는 그 얄궃고 불합리한 운명...

근데 혼자서는 그걸 바꿀 수가 없어서 그냥 순응하면서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는 승상부인의 처지가 너무나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자신의 힘 조차 자기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분노하면서 체념하면서...

그런 와중에 내뱉는 독백들이 기억에 남는 게 많았는데,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네요.


결말까지 아직 가지 못했지만, 행복한 결말이길 바랍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32940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52010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62423
115406 사진을 찍을 때..팁 좀.. [8] disorder 2010.11.02 1705
115405 [듀나in] 빕스의 샐러드바, 어떤가요? [30] 낭랑 2010.11.02 3654
115404 [종교 넋두리] 내가 나를 개신교도라고 생각하는 이유. [12] nickel 2010.11.02 1865
115403 부모님에게 들키지 말아야 할 책 [13] 빠삐용 2010.11.02 3961
115402 [듀나인] 영어로 어떻게 하면 될까요? [14] 뚜레 2010.11.02 1661
115401 부담 안 되는 야식 뭐 있을까요 [41] 해삼너구리 2010.11.02 3892
115400 소녀시대 뮤비 뒤늦게 봤는데 충격이네요. [21] art 2010.11.02 5852
115399 김옥빈 신작 [10] DJUNA 2010.11.02 4085
115398 (종료)음악방송합니다.(Country Rock + Alternative) jikyu 2010.11.02 1054
115397 달빛요정 동영상을 구하고 싶은데요.. bebijang 2010.11.02 1089
115396 스트라이샌드의 얼티메이트 콜렉션 [3] 무비스타 2010.11.02 1177
115395 토플 스터디 같이 하실 분 구해요! ㄷㅌ 2010.11.02 996
115394 대략 천년 전, 몽골 세력의 엄청난 확장에 관한 한국인의 로망이란.... [5] nishi 2010.11.02 2089
115393 임요환 경기 이후 어떤 한남자의 트위터... [6] 자본주의의돼지 2010.11.02 3780
115392 [DjunaiN] MS 워드 사용 요령좀.. [1] Apfel 2010.11.02 1066
115391 택배, 이런 경우에 어디에 먼저 문의하는게 나을까요? [2] 바다속사막 2010.11.02 1065
115390 (게시판 오류)왜 나한테 권한이 없다는거죠 [9] 가끔영화 2010.11.02 1467
115389 '부당거래'에 대한 몇몇 잡담(스포유) [1] 자본주의의돼지 2010.11.02 1809
115388 오늘 자이언트를 보고 느낀점.. [6] 제주감귤 2010.11.02 1823
115387 제가 기성종교의 신을 믿지 않는 이유 [1] 와구미 2010.11.02 1451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