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온라인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에요. 

오프라인, 그러니까 우리의 실제 삶에서 이뤄지는 모든 만남 역시도 결국은 '이미지'간의 만남이라고 볼 수 있겠죠?

내가 보여지고 싶은 이미지를 남에게 내세우고, 내가 보고 있는 이미지로 남을 판단하고.


그렇지만, 온라인에서는 그런 경향이 더 심하잖아요. 내가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만 극대화할 수 있고. 과격하게 표현해서 이미지 조작이 더 수월해요. 

반대로 내가 누군가를 판단하려고 할 때도 수집할 수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고.


얼마나 믿으세요? 

라고 제목에서 듀게님들께 물었지만, 사실 뭐 '안 믿습니다',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모습 중 하나일 뿐' 이라는 답변이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예상되요.


그런데 저는 바보였거든요. 

갑자기.. 제 이야기를 하자면, 2년 전쯤 일이에요.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듀게 비슷한 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정말 매력적인 한 분이 있었어요.

친절했고요, 사려 깊었고, 따뜻했어요. 재미도 있었고요. 

꾸준히 그 분의 글을 읽었고 동감하고 또 때로는 감동도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 날 혹시 시간을 내어주실 수 있을까 쪽지를 보냈습니다.

아, 물론 오해는 하지 마세요. 어떤 애정? 이성적으로 매력을 느낀다 이런 게 전혀 아니었고 제가 당시에 하고 있던 일이 그런 걸 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일적으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 볼 필요가 있었던 거죠.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좋아하는 감정이 있었다 이런 게 절대 아니란 겁니다)


만났습니다. 친절하게도 금방 시간을 내어 주시더라고요.

외모, 제가 생각해왔던 것과는 너무 달랐습니다. 음, 근데 그건 당연한 거니까 뭐. 

와... 그런데 정말 놀랬어요. 

말하는 방식, 사고 체계. 그 모든 것들이 절대 절대 제가 알고 있던 그 분이 아니었어요. 정말요.

그런 따뜻한 글을 쓰는 사람이 맞았나? 그런 사려 깊은 글을 쓰는 사람이 맞았나?

충격이었습니다. 

애초에 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주십사 부탁을 했기 때문에 먼저 자리를 뜨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 생각해서 참았는데,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온라인 상에서는 매우 매우 매우 좋게 생각하던 사람이, 실제에서는 단 한마디를 나누는 것조차 힘든 그런 사람이었던 겁니다.


순진했던 거죠. 아니 멍청했죠.

정말 웃기게 들리시겠지만 부작용이 상당했습니다.

그날 꿈에도 나오고 며칠간 그 사람 생각에 제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떨어뜨릴 정도.. (이건 좀 과장. 어쨌든..)

그 정도로 한 인간과 내가 이렇게 안 맞을 수 있구나 싶은 걸 느낀 날이었습니다.


하여튼.. 네 그랬어요.

그래서 궁금하긴 해요. 이 곳에 계신 다양한 분 다양한 글들 사이에서  우리가 추정하는 나름대로의 이미지들. 그거 실제에서 얼마나 맞을까 하고 말이죠.

으하하하


아 근데 그 만남 갑자기 오랜만에 생각하니까 또 막 머리가 아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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