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1.31 13:08
감독: Philippe Muyl 출연: Michel Serrault, Claire Bouanich, Nade Dieu 다른 제목: The Butterfly
[버터플라이]는 괴짜 할아버지와 당돌하고 버릇없는 꼬마 아이의 모험담입니다. 세상에 이들처럼 엮기 쉬운 사람들이 있을까요? 인생의 양쪽 끝에 서서 위험하고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 자기 나름의 방식대로 저항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러나 이 영화에서 이들의 조합은 다소 위험해보입니다. 할아버지는 열광적인 나비 수집가이고 꼬마 아이는 주근깨가 바글바글한 볼이 사랑스러운 여자아이니까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를 읽은 사람들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볼 만 하죠.
정말 그런 사람들이냐고요? 아뇨. 이 영화의 남자 주인공 쥘리앙은 그냥 평범한 남자입니다.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상의 비극으로 상처입는 보통 할아버지요. 그의 행동은 종종 의심받지만, [버터플라이]는 끝까지 조용하고 귀여운 가족 영화를 의도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둘을 엮어주는 것은 이자벨이라는 나비입니다. 쥘리앙은 나중에 밝혀지는 어떤 이유 때문에 몇 년째 그 나비를 찾고 있어요. 나비를 사냥하기 위해 그는 7박 8일의 시골여행을 떠나는데, 글쎄 알고 봤더니 차 안엔 얼마 전에 위층에 이사 온 간호 보조사의 딸 엘자가 타고 있지 않겠습니까?
이 설정은 다소 억지입니다. 영화는 끝까지 쥘리앙의 행동을 똑바로 설명하지 못하죠. 엘자가 가출해서 시골 여행을 하려 한 건 이해하겠지만, 쥘리앙이 사라진 딸 때문에 걱정이 태산 같을 엄마에게 끝까지 연락을 못한 건 설명하기 어렵죠. 엘자의 사보타지에도 불구하고 그는 엄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연락할 충분한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는 이것 말고도 설명이 납득하기 어렵거나 건성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부분들이 군데군데 있습니다. 특히 클라이막스는 너무 손쉬워서 게으르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버터플라이]의 이야기는 아주 훌륭한 영화가 되기엔 지나치게 편리하게 짜여졌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들을 관대하게 넘어간다면 [버터플라이]는 썩 재미있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재미의 대부분은 쥘리앙과 엘자라는, 다소 사귀기 까다롭지만 기본적으로는 매력적인 두 캐릭터들의 아웅다웅하는 모습에서 나오죠. 이들의 이야기는 가볍고 통속적이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종종 찡한 구석도 있습니다.
현대 문명 사회에서는 늘 잉여인간일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자연이라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이 세계와 반응하게 한 것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특히 나비는요. 이들은 자연 세계에서 꽃과 꽃을 연결하는 것처럼, 문명과 자연을, 노인과 아이를, 죽은 사람들과 산 사람들을 연결합니다. 하나로 꽁꽁 묶는 게 아니라 숨 쉴만한 충분한 공간을 주면서 오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09/01/05)
★★★
기타등등
시사회에서는 디지털 상영이었는데 화질이 안 좋더군요. DVD 방에서 보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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