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단'평입니다. 전에 책샀다는 글을 올렸더니 그중 한 권에 대해 짧게나마 리뷰 올려달라는 댓글이 있어서 써봐요.

내용 언급은 거의 없어요. 세 권 다, 한국소설 즐겨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이미 체크해두셨거나 읽으셨거나 할 만한 작품들입니다.

 

 

 

1  최진영,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이번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입니다. 언뜻 르 클레지오의 『황금물고기』가 떠오르는 외피를 입고 있지만,

기실 정반대의 지점으로 달려나가는 소설이죠. 읽는 이의 관점에 따라 아주 작은 소설이 되기도 하고,

아주 커다란 소설이 되기도 하는 흥미로운 텍스트입니다. 많은 질문과 많은 해석의 여지를 남겨 주면서도

'쉽다'라는 것은 아주아주 큰 장점이죠. 문학상의 권위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나, 이런 류의 작품이 상을 받아서

많이 읽힌다면 좋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읽어둬야 할 한국소설 목록에 넣고 싶군요.

 

2  김언수, 『설계자들』

『캐비닛』에서 그가 보여준 가능성과, 『설계자들』의 완성도를 이어서 생각해 보면, 김언수는 단지

'이야기에만' 능수능란한 작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듭니다. 위에서 언급한 최진영의 소설과 김언수의 이번

소설은 모두 가독성 뛰어난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최진영의 책을 덮고 나서 하나 둘 떠오르는 질문들이,

김언수의 책을 덮고 나서는 전혀 떠오르지 않아요. 전 소설이 무조건 대단한 함의를 가지고 쓰여야 한다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단지 '재미있는 이야기'로 끝나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하게 마음 속에

각인되는 질문 몇 개를 작품 속에 담백하게 묻어 둘 수 있는 것이 재능 있는 작가의 역량이라고 생각하구요.

김언수는 좀 더 잘 쓸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이 소설의 매끈한 완성도를 보니 그게 좀 안타까워요.

 

3  천명관, 『고령화 가족』

이 소설의 천명관은 낯설군요. 신화와 전설을 넘나드는 구라의 바다와 천연스레 이국을 끌어들임으로써

국문학의 경계를 흐려 놓은 그가 현대 한국으로 돌아왔으니 말입니다. 사실 신나게 읽다가 오십여 쪽 남겨놓고

애인님한테 뺏겼어요. 마지막 부분을 안 읽었으니 아예 안 읽은거나 마찬가지입니다만 쓰는 김에 묶어

올리고 싶어서요. 4/5 정도 읽은 상황에서 말씀드리자면 분명 책장이 잘 넘어가는 소설이지만 제가 전의 두

소설을 극찬해오면서 천명관에게 기대했던 종류의 비범함이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과연 마지막에 뭐가 있을까요?

 

 

 

지금은 바진의 『차가운 밤』을 읽고 있습니다. 중국소설은 몇 권 읽은 게 없는데, 재미있는 작품이 있으면

추천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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