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6 18:30
두달만이네요.
마지막 폴더가 구월이니 근 두달만에 비파를 찍었습니다.
자라는 속도가 느려진 탓도 있고 익숙해지다보니 새로울게 적어진 탓도 있고 장비적인 문제도 있었고요.
여튼 이제 비파는 사킬로가 넘는 체격에 약 8개월령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코숏 기준 평균 체중은 되었군 싶지만, 평소 지론이 '고양이와 개는 크면 클수록 좋다' 라서 좀 더 힘내주길 바라는 마음도 한 구석 있습니다.
사진 상으론 달라진 크기가 가늠이 안되네요.
짧은 팔다리에 몸통만 두텁고 길어져 앉음새며 누움새며 어정쩡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이젠 확실히 자리를 잡았단 느낌입니다.
자기 몸 주체 못해 자행하던 몸개그도 많이 줄었고요. 이젠 최고 속도로 달려도 여유 있게 슬라이딩으로 마무리하며 벽에 부딪히지 않습니다.
그동안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 여러모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촬영 포멧에 한계가 있다보니 아무래도 조명이 만만한데 궁리하는 것 마다 문제가 생겼었어요.
일단 집에 유일하던 스텐드가 아작났고 (각 맞춘다고 부실하게 올려놨더니 비파가 움직이다 건드려 떨어졌습니다.)
사서 몇 번 쓰지도 않은 외장 스트로보용 동조기는 너무 오래 방치된 탓에 밧데리가 가버렸고요. (동그란 시계 건전지라 살릴려면 맞기러 가야해요.)
결국 할 수 있는건 지금까지처럼 스트로보 끼고 바운스 치는 것 뿐이더라고요. 아이고 물려라. 재미없네. ㅋㅋㅋ
겨울을 맞이하야 빵싯빵싯 털이 두툼해진 비파입니다.
얼굴도 너부데데 수컷 어른 고양이가 되었죠.
그동안 친밀도가 오르고 올라 이름을 부르면 오고, 말을 걸면 대답하고, 눈을 맞추며 이름을 부르면 발라당 발라당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초반엔 사람 곁으로 오긴 잘해도 머무르진 않았는데 요즘엔 그루밍이 하고 싶으면 타박타박 걸어와 몸뚱이를 홱 던져 등을 맞대고 널부러집니다.
몸 한구석을 나한테 붙이고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드디어 이 녀석의 경계도가 제로가 되었구나 싶은 요즘입니다.
그간 알아낸 사실.
비파는 밤과 식빵과 고구마와 고양이 사료와 고양이 캔과 귀리싹을 먹고, 요플레와 생선회와 크래미와 날고기와 익힌 고기를 먹지 않습니다.
비파는 사람 손과 얼굴에 발톱을 절대 세우지 않습니다, 만 얇은 티셔츠라도 막이 하나만 있다면 박아 넣고 긁어대는데 주저하지 않습니다.
비파는 배설물이 화장실 모래로 완벽하게 덮혀야 직성이 풀리지만 자기 엉덩이와 발에 묻은 응가엔 쿨싴합니다. (냄새가 나든말든 그루밍은 하고 싶을때 하는 것.)
비파는 공을 던지면 물어와 또 던져주길 고대하지만 미처 던져진 방향을 보지 못해 당황할때 가르쳐주는 손가락 방향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가끔 기분이 붕 뜰때면 비둘기 소리(아르르릉?)를 내며 사이드 스텝으로 달려와 앉아 있는 사람 얼굴까지 튕겨져 양 발로 볼을 감싸안았다 번개같이 도망가는데
보송보송한 촉감이 기분 좋습니다. 또 비교적 높은 곳에 누워 쉬고 있을때 다가가 눈을 맞추며 말을 걸어 주면 발라당 발라당 몸을 뒤집어가며 앞발을
뻗어대는데 그러다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려 머리부터 떨어지곤 합니다. 딱 한번 가슴께에서 떨어지는걸 손으로 잡아낸 후부턴 좌식 탁상 이상으로 높은 곳에
누워 있을땐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멍청한지, 똑똑한지
수월한지, 손이 가는지
애매한걸 보니 이 녀석 정체성은 확실한 고양이입니다.
그래요, 뭐든 확실하면 고양이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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