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06 05:52
너무 갑갑한데 저를 아는 사람들에겐 얘기하고 싶지 않아서 새벽에 넋두리나 남기고 갑니다.
솔직히 인간관계라고 쓰긴 어폐가 있네요ㅋㅋ
직장동료들과의 인간관계라고 할만 한게 아예 맺어지지도 않았으니.
이제 몇개월 있으면 입사 1년이 다 돼갑니다.
일엔 슬슬 적응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직장동료들과는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네요.
인간관계는 언제나 어려웠지만 나이 먹을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는것 같아요.
그냥....할 말이 없어요.
수습기간이 지나고 어느정도 회사생활에 익숙해지자 더이상 궁금한 것도 별로 없습니다.
그냥 너무 늦어버렸어요. 벽을 세운 채로 일년이 넘어버리니까 이제 와서 친한척을 못하겠어요.
어떤 사원들은 제가 근처에 있으면 갑자기 말을 멈추거나 자리를 피합니다. 전 그 모습에 더 주눅들고요. 모든 사원들이 절 싫어하는 것처럼 느껴져요.
웃기지 않을 땐 못 웃겠어요. 웃긴 얘기를 듣더라도 단박에 파악 못하고 좀 시간이 지난 뒤에야 이해가 됩니다.
안면근육이 뻣뻣하고 이목구비도 작고 흐릿해서 웃을 때도 어색하단 소리를 많이 들어요.
요샌 시선공포증까지 생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절 쳐다본다고 의식하기 시작하면 식은땀이 나요.
오너부터 관리자들이 다 젊은 축이고 사원 전부 100명이 채 안되는 작은 회사라 다들 가족처럼 지내는 분위기예요.
그게 숨막혀요. 사람들 사이에 둘러진 친근한 울타리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이 도태되는 것 같아서 겁이 납니다.
회사엔 입사하기 전부터 알던 대학 친구가 있습니다.
아주 친하진 않지만 친구들끼리 모이는 자리엔 언제나 함께 가곤 했어요.
사소한 것도 재밌게 말할줄 알고 성격도 좋은 친구에요.
그런데 회사에 입사하고나서 더 멀어진 것 같아요.
친구는 저보다 일찍 들어와서 직급이 더 높고, 워낙 재밌는 애라 회사 사람 두루두루 친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소문이 얼마나 빨리 도는지 잘 알고 있어서 전 혹여 사수들한테 제 꼬투리라도 잡힐까봐, 혹은 친구가 부담스러워할까봐 요새 얘기를 많이 하진 않았어요.
얼마전에 회사사람 몇몇끼리 가진 작은 술자리에 우연히 끼었습니다.
아주 어린 신입들과 경력자들 몇명으로 이루어진 자리였어요.
오늘 친구랑 같이 야근하면서 채팅으로 그 얘기가 나왔어요.
전 신나서 그 자리에 있던 신입 누구가 되게 유쾌하고 재밌었다 이런 얘기를 했지요.
친구가 무심코 대답하더라구요.. 이번에 회사 사람들이랑 술마시고 놀 계획인데 그 신입도 데려 갈거라고.
그러고나서 찔끔해서 덧붙이더라구요. 이미 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일단 이 인원들이랑만 놀기로 했다고. 다음에 꼭 같이 놀자고 덧붙이며.
아무 말도 못하겠어서..
그냥 아무 말 없이 일만 했습니다.
친구를 탓할 수도 없어요. 회사 사람들과 데면데면하니 불러봤자 분위기만 망칠게 뻔한데.
그래도 우리가 같이 놀러다닌게 몇년인데.
더 오래 알고 그나마 더 오래 이 회사에 있었던 나한텐 낌새도 안주고..
제가 지긋지긋하게 싫어요.
2013.11.06 06:32
2013.11.06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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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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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06 23:45
2013.11.07 01:23
근데 자신을 싫어하지 말란 얘긴 너무 흔해빠졌지만 그렇더라고요. 제가 첫 직장 첫 부서에 참 이상한 사람이 많았는데, 그땐 이상한 사람인줄도 모르고 내가 적응을 잘 못하나 싶으면서도 아둥바둥 버텼어요. 이후 부서를 옮기고 또 직장을 옮기고 나서야 세상엔 얼마나 능력도 좋고 같이 일해서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은지를 깨달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