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아무르를 보다, 2

2013.04.19 16:06

Ahab 조회 수:1196

강의실 밖을 보다 악기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보고 <피아니스트> 생각이 나 이어 씁니다.


<피아니스트>에서 하네케는 이자벨 위페르(에리카 역)와 브누와 마지멜(클레메 역) 사이의 관계를 탐구합니다.


하네케의 첫 번째 로맨스물이기도 한 이 영화에서 두 주인공의 결합은 사도마조히즘(SM)으로 이루어 지는데,


이 과정에서 클레메는 에리카의 SM 요구를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결국에는 응합니다.


클레메는 에리카가 가르치는 대학원 과정에 응시하는 학생으로, 그는 연상의 교수에 성적 호기심을 품고 접근한 철부지 학부생 정도로 보입니다.


하지만 클레메는 에리카의 ‘병적인’ 고백을 듣고, 에리카의 진실을 알고 나서도 그녀를 버리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가 후반부에 에리카의 집으로 쳐들어가 그녀가 요구한(글로 적어서) SM 플레이를 펼치며 '주인' 노릇을 하는 폭발적인 시퀀스에 이르면,


관객들은 더 이상 클레메를 과소평가할 수 없게 됩니다. 


<아무르>의 안느와 조르주의 관계로 돌아가 봅시다.


에리카가 클레메에게 자신을 때려달라고 애원했다면,


안느는 조르주에게 자신을 요양원에 보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달라고 애원합니다.


여기서 조르주가 안느에게 베개를 사용하는 신과 클레메가 에리카에게 주인 노릇을 하는 신을 비교해 보면,

두 영화에서 하네케가 말하는 ‘아무르(사랑)’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클레메가 에리카의 피학적 욕구를 채워줄 때, 클레메는 에리카를 사랑하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그녀를 경멸하고 있는 건가요? 


조르주가 안느에게 베개를 사용할 때, 조르주는 안느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 건가요 아니면  더 이상 죽어가는 안느의 꼴을 보기 싫어하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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