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19 02:18
바흐의 바이올린이나 첼로 류트 쪽 곡들은 대강 다 알고 있고 매우 좋아하는데.
건반 곡들은 많이 접해보지 못해서 (평균율 골드베르크 영국 조곡 정도만 익숙하네요)
잘 아시는 분들은 추천을 좀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바이올린 소나타마다 하나씩 들어 있는 푸가들 다 아름답지만 제가 접해본 곡들 중 가장 아름다운 푸가는
류트 조곡 프렐류드, 푸가 & 알레그로 (BWV 998)의 2악장 푸가예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단순한 테마, 상행-뒤집은 하행 스케일의 중첩. 이게 심한 경우 4중첩까지 되면서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하지만,
알고 보면 그 속에는 골드베르크 변주곡만큼이나 단순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담겨있다는.
하지만 그 극악의 난이도 때문에 좋은 연주를 듣기가 정말 쉽지 않아요.
물론 난다 긴다하는 연주자들은 모두 이 곡을 편곡하고 연주하기 때문에 많은 '대단한' 연주들을 들을 수는 있지만, 뭐랄까.
글렌 굴드가 연주하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같이 명쾌하고 단순하게 풀어내는 연주를 들어 본 일은 별로 없었죠.
그래서 저에게 이 곡은 항상 연주된 결과물보다는 악보가 아름다운 곡으로 남아있었습니다.
악보 속에 들어 있는 저의 판타지를 100% 충족시켜주는 연주를 접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며칠 전에 우연히 검색하다 이 연주를 보고 정말 감동 먹었어요.
전공자들은 이런 저런 문제를 지적하기도 하지만, 이 사람이 현재 지존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지적들이 좀 웃기기도 하고.
(어쨌든 이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 중에 음악을 단순하고 대담하게 차갑게 풀어가는 사람이 정말 드물고
감상자들 사이에서도 그런 연주가 큰 대접을 못받는 것 같은 것이 저는 항상 불만)
이런 연주가 가능한 사람이 지존이라는 것은 정말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연주를 듣고나니 어디엔가 더 완벽한 연주가 있을 것 같다는 희망도 생기네요.
음악 감상의 동기 부여가 된달까. 이 곡의 더 좋은 연주도 들어보고 싶고, 현악이 아닌 다른 음악 푸가들 중 좋은 것들도 더 듣고 싶고 그러네요
그래서 처음 부분에 쓴 대로 특히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푸가가 있으시면 추천 좀 부탁드려요.
2010.08.19 02:50
2010.08.19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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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9 13:04
2010.08.20 09:43
이건 글렌굴드의 피아노 버전이지만 이 외에도 오르간/현악4중주 등 다양한 버전이 있어요.
저는 타티아나 니콜라예바의 연주를 좋아하는데 마음에 윤기가 없을 땐 에머슨 4중주단의 현악 버전도 풍요롭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