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코를 보고 나와 버스를 기다리던 중, 제 앞에 걸어가던 어떤분의 한말씀. 


"시나리오가 정말 미친 거 같어."



물론 여기서 "미친"은 요새 유행어로 "끝내주는", "대단한"의 의미였구요.


저도 그분에게 공감.  근데 전 "미친듯이 굉장하다"기보다는, 

소름끼치게 정교한 구성이 뚝심있으면서도 섬세한 연출을 만났을 때의

행복한 결과물이 이렇게 터져나올 수 있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회상 장면들이 절묘하게 삽입되는 타이밍과 감정의 맥락도 좋았고,

중심 얼개가 되는 노숙자 수용소 안에서의 스토리 자체도 별 거 아닌 거 같은데 관객을 끄는 재미가 있더군요.

(어떻게 보면 수용소 탈주물의 변형?)

특히 두 배우의 연기가 참... 

이번 개막 영상 작업하면서도 느낀 것이지만, 임권택 감독님 영화들에서 김희라씨의 연기는 유독 좋더군요.

그중 가장 "의외로 좋았던 건" 상록수였죠. (김희라 아저씨가 인텔리야! 근데 어울려!!!)



개막작인 만다라를 봤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이런 "젊은" 영화가 "거장의 예전 걸작"이라는 타이틀로 박제화되어버리는 게 좀 짜증스러워요.

어쩌면 서편제나 장군의 아들은(물론 이 둘도 꽤 좋은 작품들입니다만) 

임권택 감독님을 "소비"하는 대중들에겐 독이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지금 옆에 프로그램 책자가 없어서 정확히 모르겠는데,

아마 만다라가 두 번, 짝코가 한 번 상영이 남았을 겁니다.

못보신 분들 속는셈치고 꼭 챙겨보셨으면 좋곘네요.

소위 유럽예술영화적인 감수성을 좋아하신다면 만다라가,

장르적인(장르적이라기보다는 스토리텔링의 재미?) 재미를 원하신다면 짝코쪽이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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