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대략 어떤 영화인지를 알고 보았지만, [파우스트]를 관람하는 건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습니다. 옛날 회화 풍의 갈색/회색 톤 분위기는 마음에 들었지만, 느릿하고 거리감만 늘어가는 2시간 20분 동안에 영화에 몰입하려고 하는 건 버거운 일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라울 루이즈의 [클림트] 이후로 이렇게 어안이 벙벙한 인상을 준 예술 영화가 없었지만, 나중에 재감상을 통해 재점검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1/2)  




[노바디 엘스 - 마릴린의 편지]

  요즘 들어 쓸 만한 아이디어가 없어서 고민이던 추리작가 다비드 루소는 가족 일로 프랑스-스위스 국경 지역에 있는 무트라는 산골마을에 왔다가 소설 소재로 쓸 만한 사건과 마주칩니다. 그 동네에서 모델 겸 기상 캐스터로 일해 왔던 동네 미녀 스타 캉디스 르쾨르가 사망하는 사건이 생겼는데, 사건 자체도 수상한 느낌이 나지만 르쾨르에 대해 조사하는 동안 루소는 본명은 마르틴 랑주뱅인 르쾨르의 삶이 마릴린 먼로의 삶과 이상할 정도로 많이 유사하다는 걸 발견하거든요. 산골 마을의 젊은 미녀의 죽음 그리고 그 뒤의 숨겨진 비밀들이란 설정에서 [트윈 픽스]가 절로 떠오르지만, [노바디 엘스 - 마릴린의 편지]는 이 흥미진진한 설정을 생각보다 얌전하게 펼쳐나갑니다. 제임스 엘로이도 언급하는 마당에 결과물보다 엄청 꼬인 컨트리 느와르 이야기가 나왔어도 괜찮았을 거지만, 일기장을 통한 플래쉬백으로 전개되는 르쾨르의 이야기에서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순간들이 나열되는 모습은 재미있는 볼거리이고, 겨울 산골의 춥고 스산한 기운에 살짝 섞이는 긴장과 유머도 즐길 만합니다. 전반적으로 가벼운 겨울 미스터리 휴가 영화 수준 그 이상은 아니지만 심심하진 않습니다. (***)    





 [안나 카레니나]

 1910년에 무성 영화로 각색된 이후로 지금까지 꾸준히 영화 또는 미니시리즈로 만들어져 온 레오 톨스토이의 고전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조 라이트의 [안나 카레니나]는 꽤 흥미로운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시합니다. 제가 지난 설날 연휴 동안 거의 논스톱으로 읽은 그 긴 원작을 여느 다른 영화 버전들처럼 압축하고 변형한 가운데, 이야기를 큰 극장 안으로 밀어 넣어서 연극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지요. 이야기가 19세기 러시아 상류 사회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점을 고려하면 이건 좋은 아이디어인데, 이미 [오만과 편견]과 [어톤먼트]과 같은 좋은 문학 작품 각색물을 만든 적이 있는 감독 조 라이트는 그와 여러 번 함께 일한 적이 있는 제작진들과 함께 좋은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촬영 감독 시무스 맥가비의 카메라가 극장 안을 이리저리 유연하게 돌아다니는 동안에 아마 오스카를 받을 수 있는 것 같은 화려한 세트들과 의상들이 우리 눈앞에 펼쳐지고, 여기에 곁들여지는 다리오 마리아넬리의 스코어도 근사할 뿐더러 이야기를 연극적으로 진행 전개하는 방식도 재미있는 볼거리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영화는 만족스러운 각색은 아닙니다. 원작 줄거리를 2시간 상영 시간 안에 밀어 넣다 보니 캐릭터들은 많이 얄팍해지고 이러니 안나와 브론스키 백작은 가면 갈수록 비호감으로 전락하지요. 사실, 주연인 키라 나이틀리나 아론 테일러-존슨보다는 조연들이 더 인상적인데, 옛날이었으면 브론스키를 맡았을 주드 로는 카레닌을 좋은 남편은 아닐지언정 생각보다 많이 동정할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돔놀 글리슨과 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원작의 또 다른 커플인 레빈과 키티로써 자신들 만의 자리를 지킵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흥미로운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억할 만합니다. (**1/2)





 [더 마스터]

 폴 토마스 앤더슨의 전작 [데어 윌 비 블러드]에서는 조연이었던 종교는 그 다음 작품 [더 마스터]에서 주연의 위치를 차지합니다. 와킨 피닉스가 연기한 주인공 프레디 퀠은 보기만 해도 금세 정신적으로 문제 많은 사람이란 걸 감지할 수가 있는 인간인데, 태평양 전쟁 동안 해군에서 그럭저럭 잘 지내 오다가 전쟁 후 돌아와서 사회에 적응하려고 하지만 본인의 성깔 그리고 그의 특별 칵테일들(어뢰 연료도 사용할 뿐더러 페인트 시너도 넣기도 합니다. 윽..... )때문에 늘 문제만 일으키면서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신세입니다. 그러다가 그는 신흥종교 집단을 이끄는 교주 랭카스터 도드와 엮이게 되고, 영화는 이들의 밀고 당기는 관계에 집중하지요. 영화는 침착하고 차갑게 통제된 상태에서 이야기를 느긋하게 밀고 나가면서 인상적인 순간들을 나열하고, 와킨 피닉스와 필립 시모어 호프만 이 두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는 시너지는 없을지언정 상영 시간 내내 우리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비록 이야기가 너무 좀 모호하기 그지없고(도드는 사이언톨로지의 창시자 L. 론 허바드와 비교되었지만 영화는 도드의 종교를 그저 멀찍이서 관조할 따름이고 그의 교리나 의식들에 대해서도 그리 깊게 파고들지 않습니다), 부분들의 합보다 전체가 적다는 느낌도 있지만, 앤더슨의 작품 경력에 또 다른 인상적인 작품이 추가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    





  [콜드 워]

  영화 도입부 동안 저는 제 머리가 나빠진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시작부터 등장인물들이 바쁘게 소개되는 동안 제 머리는 산만해졌고, 이들에게도 익숙해지기 전에 금세 사건이 터져서 이야기가 화급하게 전개되니 혼란감이 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인질 사태로 비상사태에 빠진 홍콩 경찰국을 무대로 주인공들이 상황 해결하랴 내부 문제 해결하랴 이리저리 긴박하게 돌아다니는 게 주 줄거리인데, 이야기가 이리 저리 휘둘리는 동안에 전 줄거리나 등장 캐릭터들을 제대로 정리를 하려고 애썼지만, 결국엔 나쁜 각본이 좋은 배우들 낭비했다는 생각만 들었습니다. 그나저나, 어느 캐릭터가 특정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렇게 어설프게 난리를 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렇게도 빽이 많다면 좀 더 조용하고 효율적인 대안들이 있지 않았겠습니까? (**)






[남자사용설명서]

 홍보용 포스터나 예고편이나 별 호감이 들지 않았지만, [남자사용설명서]는 생각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좋은 코미디 영화였습니다. 5년 넘게 CF 조감독으로써 온갖 자잘한 일들을 해왔지만 직장에서 전혀 인정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던 우리의 여주인공 최보나는 우연한 계기에 ‘남자사용설명서’라는 비디오 세트를 5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 손에 넣게 됩니다. 별로 믿을 구석이 없는 Dr. 스왈스키란 사람에게 넘어가 그걸 구매하게 되었으니 다음날 아침 당연히 후회하지만, 일단 비디오를 틀어보니 이 설명서가 생각보다 쓸모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리하여 그녀의 일상과 경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설명서가 가르쳐주는 비결들을 최보나가 실생활에 적용시키는 모습에서 영화는 많은 웃음들을 뽑아내는데, 감독/각본가 이원석은 좋은 코미디를 만들 줄 아는 감독이고 최보나의 직장 생활 묘사에서 나오는 웃음 뒤엔 살다 보면 처세술이 어느 정도 필요하기도 하는 우리 현실이 반영되어 있기도 합니다. 알록달록한 스타일과 과장된 연기들로 장식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이지만(최보나의 집을 보면서 월급 얼마나 받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영화는 나름대로 영리한 편이고, 웃음 절로 터지게 하는 순간들도 많습니다. 이시영과 오정세 간의 연기 호흡도 좋은 편인데, 후반부에 그들 캐릭터들을 로맨스로 밀면서 이야기가 어정쩡해진 게 불만이지만 그들 덕분에 많이 웃으면서 봤습니다. (***) 





 [여친남친]

 [여친남친]은 한 난처한 삼각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1985년, 대만 남부 가오슝의 한 고등학교에 같이 다니는 리암, 메이바오, 그리고 아론은 가까운 친구 사이인데, 이들 일상 속에서 여러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그들 사이에서 미묘한 감정들이 형성됩니다. 그리 단순한 삼각관계가 아닌 이들 간의 관계가 얽히고 엇갈리는 동안 세월은 흘러가고, 그런 동안에 그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그들의 그 좋았던 시절은 그들로부터 멀어져만 가지요. 영화가 1985년, 1990년, 그리고 1997년 이 세 시점들을 차례로 거치는 동안 이야기 흐름이 가끔씩 덜컹거리고 캐릭터 묘사가 부족하다는 인상은 들지만, 세 주연배우들의 좋은 연기들이 어느 정도 보완해주는 편이고, 27년 동안 이들 캐릭터와 대만 사회가 거치는 사회적 변화를 지켜보는 흥미도 있습니다. (***)






[백야]

작년 11월 말에 이송희일 감독의 [남쪽으로 간다][지난 여름, 갑자기]를 재미있게 보았는데, 시간 사정상 같이 개봉된 [백야]를 보지 못했다가 최근 정식 다운로드 받아 볼 기회를 잡았습니다. 다른 두 작품들처럼 [백야]도 두 남자 주인공들 간의 밀고 당기는 관계에 대한 짧은 이야기인데, 낮이 배경인 두 작품들과 달리 영화는 밤을 무대로 하여 전개됩니다. 항공 승무원인 원규는 잠시 서울에 하룻밤 들렀다가 갈 예정인데 그에겐 나름대로 개인적 계획이 있고, 여기에 그의 원나잇 스탠드 상대 태준이 개입되면서 그날 밤은 둘에게 잊지 못할 밤이 됩니다. 원규의 계획이 무엇인지 점차 드러나는 동안 둘은 자신들이 생각한 것보다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지만, 여전히 그들은 쓸쓸한 사람들이고 영화 속 서울의 인상적인 밤 분위기는 더욱 더 여운을 남깁니다. (***)

 




[터치]

작년에 소규모로 개봉했다가 금세 자취를 감춘 [터치]는 사전 지식 없이 봤다면 종교 드라마란 걸 거의 의식하지 못했을 겁니다. 주인공들은 교회 신자들이긴 하지만 그들의 종교 활동은 그리 많이 나오지 않고 영화는 그들의 어려운 일상생활에 주로 집중하거든요. 알코올 중독 문제가 있는 동식은 한 때는 국가대표 사격 선수였지만 이젠 중학교 사격 코치로 일하고 있는데 곧 그는 직장을 잃을 지도 모릅니다. 그의 아내 수원은 병원에서 간병인으로 일하는 것 말고도 가족들에게 돈 받고 노인들을 요양시설에 보내는 걸로 돈을 벌기도 하지만 여전히 그들 사정은 빠듯합니다. 영화는 이들의 힘든 일상이 더더욱 나빠져 가는 과정을 덤덤히 지켜보는데, 그런 고난 속에서 그들이 마주치는 여러 우연들을 통해 용서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를 강요 없이 흥미 있게 전개합니다. 비록 대사들이 간간히 뻣뻣한 티는 나지만, 이야기 전개는 매끄럽고 알찬 편이고 유준상과 김지영의 연기는 여러 강렬한 순간들을 제공합니다. 김지영은 볼 때마다 고단함이 그냥 절로 느껴지고, 유준상은 좀 과장스럽지만 언제 또 바닥을 칠지 모를 캐릭터에 적절합니다. (***)

 





[삼사라]

간단히 말해서, 감독 론 프릭크의 전작 [바라카] 못지않게 황홀하고 인상적입니다. (***1/2)


 



[또 다른 전쟁]

최근 오스카 후보에 오른 다큐멘터리 [또 다른 전쟁]은 미국 군대 내 성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를 잘 보여주는 고발 다큐멘터리입니다. 펜타곤 공식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엔 22만 여건의 강간 사건들이 있었다지만, 오직 3천 건 정도만 공식 보고되었고, 게다가 가해자가 엄중 처벌 받은 경우는 고작 200건도 안 됩니다. 다큐멘터리는 이런 심각한 문제의 원인들을 살펴보는데, 가장 큰 원인은 군대 내에서 이런 일들을 늘상 덮으려는 경향에 있습니다. 피해자들 상관들은 자신들 책임 하에 그런 문제가 터졌다는 걸 자신들 상관에게 보고하길 꺼려하고, 게다가 성폭행 사례들 중 상당수는 가해자가 피해자 상관의 친구이거나 동료이거나 상관 혹은 심지어 피해자의 직속상관이고, 그러니 피해자가 오히려 조사받거나 군사 재판받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들 인터뷰를 들어보면 이런 실태에 너무나 형편없이 대처할뿐더러(강간 방지 슬로건: "Don't risk it wait until she sobers up.") 애국심과 의무감으로 기꺼이 자원입대했던 이들을 크나크게 실망시킨 미국 군대에 억장 터질 밖에 없는데, 적어도 최근 들어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지만 아직은 멀었다는 걸 본 다큐멘터리는 조용한 분노와 함께 지적합니다. (***1/2)


 



[How to Survive a Plague]

최근 오스카 후보에 오른 또 다른 다큐멘터리 [How to Survive a Plague]1980-90년대 동안 한 시민 단체 운동을 중심으로 진행된 기나긴 투쟁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1980년대 초 확인된 이후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한 HIV 바이러스는 미국 내 성적 소수자들 집단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습니다. 그 시절은 중요 정치인들이나 종교인들이 공공연하게 이들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던 때였지만, 이들은 보건부나 의약 식품 관리청 등의 정부 기관들과 의약 업체들에게 치료 방법을 조속히 찾아낼 걸 촉구할 뿐만 아니라 병에 대한 지식을 전문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쌓기도 했습니다. AIDS로 인한 사망자들은 늘어나가는 가운데 주변 사람들이 하나씩 하나씩 스러져가니 그들은 절망하고 분열되기도 했지만, 결국엔 AIDS는 치료할 수 있는 병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모습들을 가까이에서 기록한 자료 화면들을 중심으로 다큐멘터리는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그들이 얼마나 절박하고 노력했는지를 보여 주고, 그들이 어렵게 이끌어 낸 변화엔 거부하기 힘든 감동이 있습니다. (***1/2)

 




[셀레스테 앤 제시 포에버]

셀레스티와 제시는 이혼 수속을 밟고 있는 가운데 별거중인 커플입니다. 자신들의 관계는 끝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정작 같은 집에 살고 있는 거나 다름없으면서(셀레스테는 본채에 그리고 제시는 자신의 스튜디오인 별채에 살고 있습니다) 가까운 친구 사이인 양 어울려 다니곤 하니 주위 사람들에겐 좀 이상하게 보이긴 하지요. 어쨌든 간에 그들은 자신들 관계가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제시가 다른 여자와 좀 더 진지하게 사귀게 되는 일을 계기로 자신들이 이혼에 대해 생각보다 쿨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되지요. [우리도 사랑일까]의 좀 더 발랄한 버전쯤으로 봐도 되는 이 로맨틱 코미디의 각본을 맡은 주연 배우 라시다 존스와 공동 각본가/조연 배우 윌 맥코맥은 자신들 이야기에 재치와 웃음을 잘 버무려 넣었고, 라시다 존스와 앤디 샘버그 간의 연기 호흡도 좋습니다. (***)





[테디 베어]

[테디 베어]의 보디빌더 주인공 데니스는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37세 노총각입니다. 그 덩치 큰 체격에 비해 무척 내성적인 그는 여전히 연로한 어머니에게 묶여 살고 있는 신세이고, 도입부에서 보다시피 누군가와 사귀려고 하는 데에는 정말 서투르기 그지없는 덜 큰 어른입니다. 체육관에서 운동을 할 때야 기분이 좋지만 여전히 외로운 그는 어느 날 친척이 태국에서 만난 여자와 결혼 한 걸 보고 어머니 몰래 파타야로 갑니다. 그 낯선 동네에서 더욱 더 서투르기 짝이 없는 그를 담담하게 지켜보면서 영화는 이 때늦은 성장담을 우직하게 풀어나가고, 영화의 원작인 감독 매즈 매티슨의 단편 [데니스]에서도 주연을 맡았던 킴 콜드의 가식 없는 비전문배우 연기도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


    



[신세계]

기업형 범죄조직 골드문의 회장이 갑작스러운 사고로 죽음을 당하자 조직 꼭대기에 공백이 생기고, 이에 따라 이 빈자리를 차지하고자 하는 경쟁이 시작되면서 조직 내부는 불안해집니다. 조직 내 2인자인 정청 그리고 정청에게 밀려 3인자가 된 이중구 간의 대결로 경쟁이 좁혀지는 가운데, 이 조직을 감시해 오던 경찰청 수사기획과의 강과장은 좋은 기회가 다가왔음을 감지하고 그의 윗사람들의 허락 아래 나름대로의 계획을 짭니다. 자신이 오래 전에 첩자로 심어 둔 이자성이 정청의 오른팔이니, 골드문을 무너뜨려서 또 다른 공백을 만들기 보다는 이자성을 통해 이 조직을 경찰 통제 하에 두자는 거지요. 줄거리만 들어도 [무간도]를 비롯한 수많은 범죄 조직 관련 영화들이 절로 떠오르는 본 영화는 자신이 속한 장르 안에 머물면서 예측 가능한 지점들을 거쳐 가지만, 그럼에도 불구 [신세계]는 생각보다 많이 즐길만한 영화입니다. 어느 장면에서 누가 등장할지 짐작 가능할 정도로 뻔한 순간들이 많아도 이야기는 비교적 알찬 편이고 후반부에서 좀 늘어지는 게 단점이지만 지루하진 않습니다. 이정재는 평면적인 주인공 캐릭터에 갇힌 느낌이 들어서 아쉽지만 그를 둘러싼 황정민, 최민식, 박성웅이 좋은 연기들로 보완해주지요. (***)

 




[라스트 스탠드]

  [라스트 스탠드]의 줄거리는 단순합니다. 한 악명 높은 마약 조직 두목이 호송 중 탈출한 뒤 그를 위해 미리 준비된 스포츠카로 재빨리 미국-멕시코 국경을 향해 질주하고, 애리조나의 한 한적한 국경 마을 섬머튼의 보안관 레이 오웬스는 외부로부터 별 다른 도움을 받지 못한 가운데 몇몇 마을 사람들과 함께 이 악당과 그의 부하들에 대적해야 합니다. 오웬스의 사람들 중 한 명이 총기 수집광이니 당연히 영화의 절정은 막 갈겨대는 총격전으로 장식되고 그 외에도 영화는 옥수수 밭에서 펼쳐지는 카 체이스 장면과 같은 좋은 순간들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별로 좋지 않은 각본 때문에 전반부가 많이 덜컹거리나 늘어지는 편이고, 포레스트 휘테이커나 루이스 구스만, 그리고 피터 스토메어와 같은 좋은 중견 배우들이 낭비되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부담 없이 즐길 오락물로썬 괜찮은 편이고 늙은 아저씨 배우들이 액션을 하는 요즘 유행에 걸맞게 현재 65세이신 아놀드 슈왈제네거 영감님이 자신이 아직 한 물 안 갔다는 걸 열심히 보여 주시는 것도 재미있는 광경입니다. 기대에 살짝 못 미치지만 김지운 감독님은 미국 휴가 잘 갔다 오신 것 같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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