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결말을 알고 본 영화였습니다.

가족 중 아무도 죽지 않고 결국 다시 만난다는 결말을 알고 갔기 때문에 나오미 왓츠가 영화 속에서

겪는 고통에 온몸이 다 아프다는 듀나님의 리뷰를 비롯, 배우들이 겪은 육체적/심리적 고통이 생생해서

보는 사람도 많이 힘들다는 여러 가지 평들에 무서워하면서도 보러 갔어요. 결말만 믿고...

 

결과적으로 보길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영화를 보는 동안 내내 힘들었습니다.

정말 온몸을 떨면서 봤어요. 쓰나미에 휩쓸려가는 주인공들을 보는데 그냥 몸이 떨리더라구요.

 

 

저는 평소에 굉장히 겁이 없는 여자입니다.

귀신 같은 건 별로 안 무서워하고 밤길을 혼자 걸어다니는 것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아요.

밤길 혼자 걸어다니며 이어폰 꽂고 다니는 것도 좋아했었는데 위험하대서 그나마 요즘은 안 합니다.

호러영화도 잘 보는 편이에요. 다만 음향효과나 갑자기 뭐 튀어나오는 거에 잘 놀라는데 그 느낌이

좋아서 호러영화를 즐겨보는 매저성향이 있긴 합니다.;;;;;

 

그런 제가 무서워하는 부분이 있다면 신체훼손이나 자연재해 같은, 제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일들에 대한 막연한 공포입니다. 약간 과대망상 같은 면이기도 한데 영화관에 갈 때마다 항상

삼풍백화점 무너지듯 이 건물이 무너지면 어떡하지? 같은 걱정도 하고 조금 파도가 높은 바닷가에

서있을 땐 저기 수평선에서 밀려오는 파도가 점점 커져서 쓰나미가 되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합니다.;  

가끔은 운전하다가 만약 여기서 사고가 나면 유리가 깨지면서 제일 먼지 피부가 찢어지겠지? 라거나

길을 건너려고 기다릴 때는 신호가 바뀌었는데 신호위반하고 질주하는 차에 치이면 어떤 치명상을

입게 될까? ....뭐, 이런 식을 망상으로 일상의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편이죠. ^^;

다행인 것은 이걸 망상으로 여기고 그 생각을 하는 순간엔 공포를 느끼지만 금방 잊는다는 것...

어쨌든 이런 저에게, 더 임파서블은 정말 사상 최고의 공포영화였습니다.

자연재해로 인한 신체훼손이라니.. 피할 수 없는 두 공포가 한 번에, 그것도 최고 강도로 오니까요.

CG를 사용하지 않고 실제 세트를 지어서 촬영했다는 쓰나미 장면은 정말 최고의 공포였어요.

쓰나미가 덮치던 순간보다, 그 물살에 휩쓸려 먼지처럼 흩어지는 사람들과 건물들, 나무들의 모습은

특히 더 공포였구요.

 

그런데도, 영화가 참 좋았습니다. 온몸이 떨리는 걸 참을 수가 없었고 볼 때는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기운이 빠져서 한참이나 일어날 수가 없었는데도, 보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쓰나미라는 거대한 자연재해 앞에서 무력하기 그지 없는 인간들의 모습, 그렇지만 인간이란 존재의

무력함을 온몸으로 체험하고도 가족을 찾는 것을, 남을 돕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

평소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는 영화들을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어 부끄러워하곤 하던 저도 이런 종류의

의지에는 기꺼이 심적으로 동조하고 응원하게 되더군요.

그렇다고 해도 어린 애들 둘만 따로 대피소에 보내고 혼자 아내랑 큰아들 찾겠다고 리조트에 남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이건 아니야!!!!!! 애들 따라가라고!!!! 를 마음속으로 외쳤습니다만...;;;

 

더불어, 절망의 순간에서 남에게 베푼 도움과 호의가 후에 자신에게 큰 기쁨과 희망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교훈에 대해서도 생생한 체험을 하게 해준 장면들이 참 좋았습니다.

몸도 제대로 가누기 힘들면서 도움을 청하는 아이의 목소리를 지나치지 못하는 엄마에게 우리가 먼저

살아야한다고 냉정하게 굴던 루카스가, 자기가 구한 그 아이가 아빠와 재회한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감동도 온전히 전달됐구요. 그 이전에 병원 곳곳을 누비면서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게 해주려고 했던

노력들, 그리고 끝까지 가족 찾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의지들이 합쳐져서 결국은 가족들이 무사히 다시

만나게되는 임파서블일지도 모르는 일이 일어났던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헨리에게 배터리가 얼마 없는 핸드폰을 빌려주고 그렇게 전화를 끊으면 안된다고 재차

다시 핸드폰을 빌려줬던 그 아저씨도, 비록 영화 속의 인물이지만 헨리와 헤어진 후 꼭 가족을 찾았을

거라고 동화적인 상상도 한 번 해봤습니다.

 

그리고 나오미 왓츠도 유완 맥그리거도 참 좋았지만, 아역배우들의 연기가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루카스 역의 톰 홀랜드, 영화보기 전부터 워낙 칭찬을 많이 들었었는데 과연 잘하더군요.

어린 친구가 쓰나미에 휩쓸리는 장면 찍느라고 고생 많이 했을텐데 안쓰럽기도 했구요.

위에도 얘기했지만 우리 먼저 살아야한다고 냉정하게 굴던 아이가 헤어진 가족들을 찾는 걸 도우면서

활기를 찾고, 헤어진 가족들은 찾아줬지만 정작 그것 때문에 자신은 엄마를 잃어버리고 불안과 공포에

떨다가 다시 엄마를 찾아서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 처음보다 훨씬 의연한 모습을 보여줄 때의 듬직함까지..

정말 육체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을 거고, 성인연기자들도 표현하기 힘든 감정적으로 기복이 큰 연기를

너무 잘해내더군요. 뮤지컬 빌리 앨리엇 출신 배우라더니, 영화 초반에 재주넘기로 장기도 보여주지요. ^^

정말 오랜만에 엄청난 배우를 발견했다는 느낌이 들게 하는 소년이었습니다. 부디 잘 자라주길...

저는 국내 웹에는 톰 홀랜드 자료가 거의 없어서 오랜만에 해외 웹을 뒤지러 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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