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5 21:12
1. 러브픽션에 대하여 자주 나오는 감상평은 "신선한 전반부와 상대적으로 늘어지는 후반부"인 것 같은데, 저도 그와 동일한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그게 커다란 흠이 되는 것 같진 않았어요. 전반부(대략 1시간?)에서 웃겨 준 것만으로도 후반부는 그냥 넘어 가게 되더군요. 앞에서 실컷 웃었으니 이제부턴 (얼굴 근육도 쉴 겸) 좀 밋밋하게 가는 것도 좋겠지, 라는 생각까지...
같은 감독의 삼거리극장은 보지 않았는데, 궁금해집니다. 러브픽션과 유머 코드가 비슷하다면 한번 보고 싶어지던데요?
2. 아시는 분도 많겠지만 김태용 감독의 만추를 (아직도?) 상영하는 곳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소이기도 하구요. 오랜만에 가 봤죠. 만추 보러...
이 영화에 대한 리얼타임 소통은 어려워졌으나 듀게의 작년 글들을 뒤져 보니 의견들이 활발하게 올라와 있더군요.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지만 화제성은 컸나 봅니다.
전체적으로는 좀 밋밋하게 본 편이지만, 인상에 남을 만한 장면들은 있었습니다. 몇몇 분들이 지적했던 애나와 훈이 중국어로 대화(?)하는 씬과 장례식장에서 싸우는 씬은 저 역시 뜬금없다고 느꼈고 개인적으로 별로였지만, 유원지에서의 씬들은 (이 역시 뜬금 씬들이긴 했지만) 아이디어도 좋았던 것 같고 적어도 저에게는 정서적으로 잘 작동했던 것 같아요.
결론적으로, 기대에는 살짝 못 미치나 시간이 아깝진 않았다는 정도...
3. 저는 영화 평론가들의 별점 평가는 어느 정도 활용하는 편입니다. 즉, 저에게 유용한 정보가 됩니다. 가령 별 두 개 이하로 만장일치가 나왔다면 그 영화는 제가 보아도 너무 엉성해서 별로일 확률이 높아요. 저와 싱크로율이 높은 특정 평론가가 어떤 영화를 높이 평가했다면 일단 주목해 봅니다(싱크로율이 높다는 건 다년 간의 경험상 제 취향에도 들어 맞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기니까요).
물론 관객 입장에선 지루한데 평론가들만 좋아할 법한 영화들이 존재합니다. 근래의 저는 그런 영화들을 피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어떤 영화가 그런 유형에 속하는지도 (이런 저런 정황 증거들에 의하여) 사전에 걸러 낼 수 있기 때문에 영화 평론가들의 별점이 저를 "평론가용 영화"로 오도하는 경우는 그리 빈번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달리, (앨범이나 곡에 대한) 음악 평론가들의 별점은 저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는 경우가 드뭅니다. 음악 평론가들의 별점과 저의 주관적 평가(이건 음악적인 완성도와는 좀 다른, 소비자 입장에서의 만족도죠)는 거의 상관관계가 없는 것 같고, 전자를 X축 후자를 Y축으로 놓고 그래프라도 그리면 거의 랜덤해서 아예 어떤 "정보"로서의 가치도 없는 것 같아요. 이는 영화 평론가들의 별점을 제가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과는 분명히 뭔가 다른 상황입니다.
이건 왜 그럴까요? 저만 그렇지 다른 분들은 안 그런가요? 갑자기 궁금해집니다.
원래 뮤지컬 비스무레한 영화라... 다분히 연극적 요소도 넘치고, 뭔가 나사빠진 듯한 유머코드가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