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3.05 08:34
미국드라마 모던패밀리 얘기에요. 지난주 방영분에서는 클레어-필네 집 세 여성의 월경 얘기가 나왔지요(이후 미리니름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근처에 있으면 월경주기도 비슷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클레어, 헤일리, 알렉스가 불쌍한 동물 얘기(?)가 나오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우는 걸 목격하고 필은 겁을 먹게 됩니다. 그리고 아들 루크랑 이복 처남(나이로는 아들뻘) 매니에게 주의를 줍니다. 여자는 이때 괴물이 되니까 조심해. 이렇게 해서 세 남자가 세 여자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이야기면 제가 좋아하는 모던패밀리가 아니지요.
잠시 제 얘기를 하면, 초경때 아버지가 장미꽃을 선물해준다는 얘기는 듣기만 해본 다소 구식 가정 출신입니다. 뭐 제 또래들이 많은 경우에 그렇게 컸을 것 같고요. 그리고 대학 가서 주기에 따라 몸이 달라지는 우리 여성은 얼마나 우월한가, 하는 래디컬 페미니즘 책도 탐독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아주 친한 동성 친구 아니면 생리통이 심하다 감정기복이 있다 이런 얘기를 잘 안하게 됩니다. 그것도 거의 다들 그러겠지만요. 현대 사무직 계통 직장생활에서의 미덕 중 하나가 평상심을 유지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통증이 있어도 안그런척 합니다. 아, 최근에 게시판 추천 달맞이꽃종자유 캡슐을 진통제 대신으로 먹고 있는데 이거 좀 괜찮습니다. 저한텐 잘 맞는 것 같아요.
다시 모던패밀리로 돌아가서, 이 드라마가 무릎을 치게 만드는 건 이후 얘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입니다. 필은 세 여자를 따돌리고 공중그네(!)를 타러 가고 싶어서 루크에게 손다친 척을 하라고 인공피를 내밉니다. 루크가 잘못해서 인공피를 홀딱 뒤집어 쓰고, 월경중으로 추측되는 세 여성이 뛰어오는 장면은 무슨 부조리극 같아요. 그때 알렉스가 911에 전화해! 하고 외칩니다. 필은 대답하길, nah, they are too busy!
그리고 마지막엔 필이 감정적으로 폭발하고 (흑, 내가 얼마나 공중그네를 타고 싶었냐 하면) 다시 월경중으로 추측되는 세 여성은 침착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죠. 모던패밀리가 많은 문제를 달콤하게 슈가코팅하고 허그하면서 끝낸다는 비판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래서 모던패밀리를 좋아합니다. 현실이 안그러니까 드라마에서 해피엔딩을 보고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