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2.29 10:02
예전에 회사에서 '전화응대평가'를 무작위로 한적이 있습니다. 사전공지도 없이 벌어진 일이었기 때문에 상당수의 사람들이 황당한 전화를 받았죠.
나중에 전화응대점수와 실명이 공개되었는데 주로 상위권은 여자분들이 차지하셨어요.
'친절하고 밝은 목소리로 받는다' 라는 부분에서 대부분의 남직원들이 '무뚝뚝한 목소리'를 이유로 감점을 당했죠.
제 경우에는 전화응대 최우수자(?)로 선정되어서 상품권 20만원어치를 받았습니다.
어느 전화통화가 시험통화인지는 모르겠는데, 저 말고 나머지 2등~15등까지가 전부 여자였음을 생각해 보면 상위권에서 유일한 남자직원이라 정치적인 보정이 있었을것 같은 생각입니다.
(안그랬으면 전 남자직원 대상으로 전화응대 교육을 실시했을지도...)
대부분의 회사나 관공서가 그렇듯 전화가 오면 '인사말, 소속, 성명'을 댑니다.
저희 회사는 '감사합니다. ***(사업부) ***팀 가라입니다.' 라고 하게 되어 있죠.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을 보면 119는 긴급전화라 소속과 성명을 대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경기도청과 소방서 해명은 119도 소속과 이름을 대야 한다고 합니다.
어느 쪽이 맞는 말인지는 좀 더 두고봐야 겠습니다만..
1. 소속과 성명을 대지 않아도 되는 경우
김문수는 일반 관공서에 걸듯 전화를 걸고, 소속과 이름을 대길 기다렸는데 그게 안나왔죠.
'나 도지사인데.' 라고 환기를 시키면 소속과 이름을 댈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죠.
김문수 바보입니다.
솔직히 도지사가 옆에 수행원들도 있을텐데, 수행원에게 '소방본부를 연결해 달라'라고 하는게 기본적인 프로세스일겁니다.
그런데 환자들도 보고 있겠다 자기가 직접 거는 쇼맨쉽을 보여주려다가 그만.... (....)
2. 소속과 성명을 대야 하는 경우
전화내용을 들어보면 좀 어이가 없죠.
중요한건 '이건 긴급전화선이니까 일반전화로 문의하시라' 라는 것인데, 전화받을때 소속과 성명을 대지 않았다는 작은 것에 집착합니다.
차라리 '소방서 전화응대 실태를 점검' 하려는 의도로 걸었다면 조금 이해해줄만한 구석이라도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경기도 전체를 봐야하는 도지사로서는 시야가 좁음을 드러냈어요.
뭐 사람이니까 가끔 그럴 수도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구두경고정도로 끝날 수준이고 심해봐야 견책정도 징계가 어울리는 수준인데..
문책성 발령을 냈다는 것을 보면 김문수가 소방본부장에게 얼마나 진노를 했는지 상상이 갑니다.
작은 것에 대해 크게 진노를 하고 과잉징계를 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실수를 감추기 급급합니다.
저런 일에도 저런 징계를 받는데, 이정도 일이면 감봉이나 파면아냐? 하겠죠.
이렇게 갑춰진 실수가 쌓이고 쌓이다가 나중에 터지면 수숩하지 못할 상황.
정치생명이 끝나진 않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더한 *들도 잘도 정치권에 붙어 있으니까..) 앞으로 죽을때까지 '나문수' 이미지는 따라다니겠네요.
그 분이 얼마나 대단하다고 진노씩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