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후는 닥터의 드라마죠.

 

그런데 5시즌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닥터후는 에이미의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8살때 만난 하늘에서 떨어진 파란 상자 속에서 뛰쳐나온 친구. 다른 사람들은 모두 그 친구가 에이미가 만들어 낸 상상속의 인물이라 말하지만

에이미는 그 친구를 평생 동안 가슴 속에 품고 살아야 하는 운명입니다. 가끔씩 만나서 환상적인 여행을 하는 시기도 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 상상 속의 친구를 기다리며, 그리워하며 보내야 합니다. 삶이 끝날 때까지 지속될 동화같은 인생인거죠. 너무 낭만적이에요.

 

한 편으로 에이미 삶이 낭만적일 수 있는 이유는, 항상 그의 곁을 지키고 있는 로리 때문일 겁니다.

로리는 에이미의 남자친구이고 결국에 가서는 남편이 되었지만, 항상 에이미의 상상 속의 친구라는 그림자에 반쯤은 가리워진 사람이에요.

닥터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자신이 지키고 있는 자리가 위태로워질까 닥터를 경계했고, 그 이후로도 에이미의 마음이 닥터에게로 기울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죠.

여기서 로리는 엄청나게 찌질해 보입니다. 항상 기운차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닥터와는 달리, 로리는 언제나 조금은 소극적인거 같아요.

에이미를 의심하면서도, 그걸 대놓고 물어보지 못합니다. 닥터말고 자신을 선택해 달라고 당당하게 주장하지 못하죠. 항상 주저하면서, 에이미의 선택을 받을 수 있기만을 바랍니다.

 

하지만  에이미가 위기에 빠졌을 때에는 그 누구보다 적극적인게 바로 로리입니다.

에이미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갇힌 상황이 되었을 때, 그 불을 끄기 위해 동분서주하는게 닥터라면, 로리는 일단 그 불길 속으로 뛰어들고 보는 식이죠.

대부분의 상황에서 에이미는 로리가 불길 속에 뛰어들었는지 알지도 못합니다. 전해들을 뿐이에요.

판도리카에 2000년 동안 짱박혀 있을 때에도 그 곁을 지키고 있던건 로리였고,  늙어버린 에이미를 만났을 때 어떻게든 그녀를 살려보겠다고 발버둥친 것도 로리였으며

에이미가 대두 외계인에게 납치되어 기억을 잃고 있던 순간에 계속 에이미 찾으러 가자고 징징거린 것도 로리였습니다.

 

한 시즌 내내 닥터와 로리 사이를 왔다갔다하던 에이미가 결국 로리를 선택하게 되었던건 바로 이런 점 때문일거라고 봐요.

닥터도 상상 속의 친구로서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지만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는 될 수 없죠.

하지만 로리는 언제라도, 특히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누구보다 앞장 서서 에이미를 구하려 할 겁니다. 그 멍청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에요.

 

닥터의 숙적이 마스터였다면, 로리의 숙적은 닥터임에 틀림없습니다. 한 동안은 여자친구를 빼앗으려 하더니 급기야는 자기 딸을 훔쳐갔어요.

공식적인 가족 관계로 따지면  로리는 닥터의 장인입니다. 한국식 드라마로 따지면 막장드라마고요, 한국식 가족 관계로 따지면 콩가루 집안이에요.

하지만 로리는 그런 닥터를 인정하고 끌어안습니다. 그건 닥터와 로리가 긴 여행을 함께한 친구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에이미와 리버에게 닥터가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본인에게는 조금 껄끄럽고 어쩌면 볼 때마다 컴플렉스를 느끼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사랑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이들을 품고, 그들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 그게 바로 Mr. Pond, 로마인 로리에요.

 

 

그래서 결론은, 로리는 참 로리로리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닥터후의 메인 작가인 스티브 모펫에게도 로리라는 캐릭터는 특별한 존재임에 틀림없습니다. 로리가 고생하는걸 보면 모펫은 진짜 변태가 분명해요.

모펫과 로리, 그리고 에이미의 관계가 가장 잘 드러난, 제가 올해 본 최고의 짤방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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