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그대로입니다. 밥먹다가 정말 뜬금없이 생각나서 낄낄거리며 웃었지요.

 

 

* 아마 국민학교 1~2학년 쯤이던 시기일겁니다. '그 집에' 살았던 시기가 그 시기니까요.

 

제가 살던 동네는 외지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 처음 살기 시작하던 곳이었습니다. 방은 단칸방이거나 작지만 상대적으로 집값도 싸고, 역세권이며 공업지대 부근이었거든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아무튼, 저희집도 마찬가지 단칸방에 살았죠. 조그마한 2층 건물;단독주택이나 주택인데 벌집마냥 작은 방들이 숭숭 뚫려있는구조. 그렇다고 모든 집들이 그런 구조나 환경은 아니었어요. 중간중간 좋은 집도 있었죠.

 

동네에선 개를 키우는 집이 있었습니다. 묶어놓지도 않고 풀어놓고 키웠죠. 작은 사이즈의 개들은 많이들 돌아다녔어요. 많은건 아니었지만 제법 있었죠. 앞집은 1층에 주인집이 살고 2층 벌집같은 방들에 세를 주는 부잣집이었는데, 마당에 커다란 달마시안을 키웠습니다. 달마시안이란 종의 원래 사이즈가 어떤지는 몰라 순종인지 믹스견인지는 모르지만, 아무튼 좀 큰 사이즈였죠. 세도 안주고 그냥 사는 옆부잣집은 '메리'라는 작은 강아지를 키웠습니다. 치와와인데 슬쩍 믹스된 듯 했어요. 나중에 개키우기가 곤란했는지 그 집에서 분양받아 저희집에서 '메리'를 키웠죠. 낮은 담 하나 너머 옆집 XX네(이름이 기억안나는군요)집은 세들어 사는 집이었는데, 아롱이와 다롱이라는 강아지를 키웠습니다.

 

어린 메피스토가 특히 이뻐했던게 아롱이 다롱이 요녀석들이었죠. 전형적인 발발이 사이즈였는데 참 순하고 말도 잘들었어요. 노란색 하얀색이 얼룩덜룩 섞이고 털이긴 아롱이란 녀석은 기집애였고, 털이 비교적 짧고 까만 다롱이란 녀석은 사내놈이었습니다.  둘이 남매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꽤 친했습니다. 맨날 엎치락 뒤치락하면서 장난을 쳤죠. 참. 둘다 순하다는 말은 취소해야겠군요. 순하긴 순한데 아롱이는 단어그대로 뭘하든 양순하게 받아들이는 타입이었고, 다롱이는 사람에게 달려들고 사납진 않지만 발광하는 타입이었으니.

 

언제였는지 모르겠습니다. 봄이었나 여름이었나. 다롱이 녀석이 아롱이에게 막 올라타려고 하더군요. 그땐 그게 뭐하는건지 몰랐습니다. 아롱이는 다롱이가 올라탈때마다 슬슬 피했고, 다롱이는 뭐가 그리도 급한지 맨날 실패하는 시도를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하려했죠. 며칠 잠깐 그러다가 좀 더 시간이 흘렀습니다. 아롱이가 새끼를 낳았어요. 앞집 새댁아줌마에게 새끼낳았다는 이야길 들었고 인근에 사는 절비롯한 또래 아이들은 그 녀석들을 구경하러 그 집에 찾아갔죠. 타일도 안깔린 부엌 한구석에 아롱이가 5마리정도 되는 새끼들의 젖을 물리고 있었습니다. 막낳은 강아지를 처음본 메피스토였습니다. 저학년 국딩이 처음 강아지를 봤을때 느낀 감정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죠. 신기하고, 예쁘고, 귀엽고. 새댁아줌마가 너무 쪼물딱 거리지 말라라는 얘길 듣긴 했지만 아이 머리에 그게 떠오르겠어요. 해를 끼치진 않았지만 조심스럽게 살포시 들어서 요렇게 쳐다보고, 어미 젖 옆에 놓아서 젖을 먹는 모습을 좀 더 지켜보고, 다시 들어서 쳐다보고. 어미가 원체 순한놈이라 그런지, 보통 새끼에게 접촉하려하면 으르렁 거린다는데 그녀석은 그냥 처연하게 바라보고만 있더군요. 그렇게 막낳은 강아지들을 쪼물락 쪼물락 쪼물락 거렸습니다. 다롱이는 저 한쪽 구석에서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엎드려서 그냥 쳐다보기만 했고요.

 

시간이 더 지나고 강아지들이 조금 컸습니다. 조금 컸는데도 젖을 떼지 않았는지 항상 어미를 쭐래쭐래 따라다니면서 젖을 달라고 아우성이었죠. 다롱이는 그런 새끼들을 어미곁에서 떼어놓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장난을 치려는 것인지 늘 엎치락 뒤치락 투닥거렸고요. 그렇게 투닥거리는 모습을 보며 지냈는데, 며칠 뒤 옆집 XX네는 이사를 갔습니다. 새끼들은 원래 살던 주인집에 분양했던가 아니면 다른 곳으로 분양했던가까지는 모르겠어요. 저희 집도 바로 앞집으로 이사를 갔죠. 그리고 기억에서 Del.

 

얼마나 더 흐른건가요. 한 20년 흘렀나. 그렇게 오늘 밥먹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습니다. 왜 이걸 여태까지 몰랐는지. 아니면 알고있었지만 중요하지 않기에 잊어버린건가. 아무튼, 별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미친사람마냥 혼자 낄낄거리며 웃었습니다.

 

새끼들은 발발이가 아니라 달마시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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