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밖에서 아무리 맛있는 것을 많이 먹고 와도 집에 오면 습관적으로 식탁이나 냉장고를 뒤져 봐요.

 

대부분의 경우 제가 집에 들어오면 다른 식구가

 

"밥 먹었니? "

 

" 네 밖에서 먹고 왔어요. "

 

"에궁~ 너 줄려고 식탁 위에 부침개 남겨 두었는데"

 

" 우적 우적 이미 먹고 있어요. ^ㅠ^;; "

 

이런 식의 대화로 마치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집에서 저에 대한 별칭이 하이에나입니다.

 

그런데 가끔 조카아이도 식신이 접신할 때가 있어요.

 

남이 끓여준 라면 (제가 끓인 것을 제외하고)을 보면 하나씩 면발을 입안에 쏘로록 넣고는 개처럼 혀를 헥헥거립니다.

 

가끔 더 달라고 멍멍 짖기도 해요.

 

그래서 어디서 배워 먹은 버릇이야 하면서 핀잔을 주면

 

"삼촌한테 배웠지" 라고 대꾸를 해요.

 

"아니! 삼촌 핑계나 대고!"

 

"내가 귤을 까서 주면 삼촌이 달라고 개처럼 낑낑대잖아"

 

그순간 메멘토의 한 장면처럼 귤 한조각, 과자 한조각 얻어 먹겠다고 온갖 재롱을 피운 순간이 주마등 처럼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안 좋은 모습은 보여주지 말아야 하는데 하이에나의 피는 먹을 것 앞에서는 가끔 정신을 잃게 되나 봅니다.

 

 

2. 자기 핸드폰을 갖게 된 조카 아이가 가끔 전화를 합니다.

 

" 오빠가 갖고 있는 닌텐도 삼촌이 사 준 거야? "

 

" 아니 원래 내 건데 니 오빠가 더 많이 갖고 놀아서 평생 빌려준 것 뿐이야" 라고 발뺌을 해봅니다. 하지만 잘 통하지 않죠.

 

" 아니 오빠만 사주고 나도 당장 닌텐도 사줘"라고 징징됩니다.

 

" 나중에 조카가 더 크면 사줄께"

 

" 더 큰 다음이라면 다음주? "

 

" 눈꼽도 그보다는 크겠다. 더군다나 그게 얼마나 비싼데. "

 

"내가 돈 보태줄께'

 

"얼마나"

 

"200원."

 

"200원이면 닌텐도 스티커 하나 못사거든~"

 

이런 식으로 옥신각신 합니다. 전화가 길어지는 것이 귀찮아진 저는 다음과 같은 전가의 보도라 할 수 있는 제안을 합니다.

 

" 조카가 시험을 올백 맞으면 내가 사줄께. 그러니 끊어" 라고 전화를 끊습니다.

 

그런데 5분 있다 다시 전화가 와요.

 

"삼촌 깜빡 잊고 말 안한 것 있는데 이번에 시험을 두개 봤는데 그 시험에서 백..."

 

"조카! 거짓말 치지마"

 

"으으 ^_0;; 어떻게 안거야? "

 

"내가 세상에서 가장 믿고 있는 게 뭔지 알아? 그건 조카는 절대 올백을 맞을 수 없다는 사실이거든"

 

아직도 조카는 자기 엄마한테 삼촌이 자기 올백 맞으면 좋은 선물 사주기로 했다고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아 물론 정말 조카가 올백을 맞으면 닌텐도를 사줄 의향이 있어요.

 

조카가 올백을 맞는 다는 것은 세계가 멸망할 징조이니까요.

 

 

3. 사실은 오늘 글 올린 게 어떤 분과 문자를 주고 받다가 타인의 데이트라고 말하는 기준에 대해서 궁금해져서 였어요.

 

남들이 데이트 코스라고 하는 곳에 혼자 잘 다니는 편이거든요.

 

전시회, 영화관, 공연, 맛집, 공원에 이르기까지.

 

그런데 이런 것을 즐기려다 이 분도 이것을 함께 하시면 즐거워 하시겠다라는 생각이 떠오르면 연락해서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의 기준에 의하면 이것은 취향의 공유이지 데이트가 아니거든요.

 

저에게 있어 데이트의 기준은 함께라고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호감의 태도들.

 

손 잡고 나란히 걷기 같은 것 부터 시작하죠. 호감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은 손 끝에 느껴지는 온기의 박동이 틀리니까요.

 

그런데 역시 이런 기준을 말하면 너무 무겁다고 핀잔을 듣기 일쑤죠.

 

어쨌든 저의 연애 멘토인 조카 아이한테 물어 봤지요.

 

" 여자친구도 없는 삼촌이 그건 알아서 뭐하려고? "

 

역시 시크한 반문이 들어 옵니다.

 

" 아니 갑자기 궁금해 져서"

 

" 흠. 그래 알려주지~" 라고 운을 뗀 후

 

" 데이트란 말야. 남자가 여자를 두 팔로 번쩍 안아서 빰빠빠빰~ 하면서 걸어가는 거야."

 

허걱! 조카가 말한 데이트의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여친 보다 헬스를 다녀야 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네요.

 

그런데 잘못된 연애 멘토 때문에 연애를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물씬 드네요.

 

 

앗! 역시나 사설이 주저리 주저리 길었네요. 듀나인 들어갑니다.

 

다른 분들은 데이트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준은 어디서 부터 시작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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