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공룡

2024.09.27 14:48

돌도끼 조회 수: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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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알렉산더 그래스호프, 코타니 츠구노부 공동 감독작품

랜킨/배스 프로덕션과 츠부라야 프로덕션이 합작해서 만든 영화ㅂ니다.
각종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공룡아 불을 뿜어라] [라스트 유니콘] 등으로 유명한 랜킨/배스는 60년대부터 내내 일본에 애니메이션 하청을 줬던 데라서 일본과는 뗄수없는 인연이 있고 내친김에 일본과 합작으로 실사영화도 몇편 만들었더랬습니다.

대략 76년 킹콩 리메이크에 대한 기대감 속에서 만들어진 영화인 듯 하고요. 기획은 미국에서 한 것 같고 미국배우들이 출연하지만 이 영화도 실제작은 일본에 하청줘서 만든 것 같습니다. 촬영장소도 일본의 산속이고 일본인들이 원시인이라고 나옵니다.

지구공동설을 변주한 이야기입니다. 외부와 접촉이 차단된 거대한 칼데라 안에 원시세계가 존속하고 있더라는...
근데 거기까지 가려면 일단 밑으로 내려갔다 다시 위로 땅을 파고 올라가야 된답니다. 왜 꼭 그래야만 하는지는 모르겠고요. 칼데라라면 위쪽이 훤히 뚫려있을텐데 왜 땅을 파야하는지... 뭐 어쨌든, 그래서 땅파는 메카, 쇠두더지가 나옵니다.

이 쇠두더지를 타고는 탐험대와 물주인 회장님이 원시 비경을 찾아간다는 이야기.
이런 이야기가 늘 그렇듯이 회장님에게는 다른 속셈이 있습니다.
그 속셈이 나름 특이하다면 특이한 게... '티라노 사우루스를 함 잡아보자!'
이양반이 유명한 사냥꾼이거든요. 잡을만한 동물은 다 잡아보고 이제 나이도 먹어 인생무상이다 싶을때, 살아있는 티렉스를 봤다는 제보를 듣고는 마지막으로 아주 거하게 한탕 하겠다고 마음먹은 겁니다.

제목 '마지막 공룡'은 티렉스를 의미하기도 하겠지만 주인공 사냥꾼을 의미하는 것도 같습니다. dinosaur에는 시대에 뒤쳐진 존재라는 의미도 있으니까요. 사냥꾼이 트로피 자랑을 하던 건 20세기 초 정도까지나 로망이었지 자연보호를 부르짖게된 후인 20세기 말에는 그렇게 권장되는 취미는 아니니까...
그니까 멸종해가는 두 존재의 대립... 뭐 그렇게 이야기하면 거창해지는데, 영화만든 사람들은 그렇게 거창한 야심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아마 츠부라야 프로덕션이 처음 만들어본 공룡영화일 겁니다. 그때까지 공룡 비슷한 것들은 수도없이 만들어봤고, 자칭 공룡(고로사우르스라든가)도 있었지만 모두 실제 있었던 공룡과는 거리가 먼 거대괴수들이었죠. 그와는 다른 진짜 공룡 사이즈의 공룡(영화속 표현으로는 6미터)이 나오는 영화.
그치만, 뭐 버릇이 쉽게 고쳐지지는 않는지 여기 나오는 공룡도 거의 괴수나 다를바 없습니다. 크기도 오락가락하고 거의 생물이라 보기 어려울 정도로 튼튼하고 힘이 셉니다.

당연히, 사람이 고무옷을 입고 공룡연기를 합니다. 고지라는 사람이 입는다는 걸 전제로 해서 처음부터 공룡과 사람의 체형사이에서 절충된 형태로 디자인했지만 이건 진짜 티렉스니까 그럴 수 없죠. 그래도 어쨌든 사람한테 입힐 수는 있어야하다보니까 좀 어정쩡한 형태가 됩니다. 그런 모습으로 뒤뚱거리는 걸 보고 있으면 웃깁니다. 지금이야 눈높이가 높아졌으니 웃기는게 당연하지만, 아마 당시였다고 해도 해리하우젠 공룡을 보던 사람들 눈에는 웃겼을 거예요. 같은 공룡형 괴수인 고로사우루스 보다도 더 없어 보이는 것 같기도...
그래도 뭐 공룡영화의 로망인 트리케라톱스와 티렉스의 대결도 나오고 할건 다 합니다.

쇠두더지, 폴라 보어러도 요상한 기계인데, 얘도 크기가 오락가락 합니다. 바깥에서 보면 승무원들을 첩첩이 포개넣어도 다 들어갈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크기이다가도 안쪽은 또 그사람들 편히 다 타고도 여유공간이 한참 있을 정도로 넓습니다. 이게 크기가 오락가락하는 공룡과 겹치면 사람 대여섯명이 타고도 충분한 내부공간이 나오는 탈것을 고작 6미터짜리 티렉스가 입으로 물고 던지는 장면이 나오게됩니다.






랜킨/배스가 원래 티비에 프로그램 공급하는 곳이었으니까 이 영화도 미국에선 티비로 방영되었습니다.
그러고나서 일본에서는 극장공개가 되었는데, 초기엔 원제 그대로 '최후의 공룡'이라고 홍보하다가 제목을 '극저탐험선 폴라보어러'라고 바꿔서 개봉했다는가 봅니다. 일본에선 공룡보다 메카를 내세우는게 더 잘먹힐 거라고 생각했나보죠.
미국판이 일본판보다 한 30분 짧다고 합니다.


-츠부라야 프로덕션은 이 영화 이후 (이름만 )공룡(인 괴수) 나오는 시리즈 '본프리' '아이젠보그' 등을 만들었고 '최후의 공룡'에 나왔던 티렉스는 '아이젠보그'의 공룡대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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