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어체로 씁니다. 양해 바랍니다.



"이번에 멤버들의 행동에 대해서 무슨 뭐,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이런 댓글 다는 분들이 있던데... 그냥, 그런 분들은 그냥 나가세요 . 제 채널에 오지 마세요 제발. 아마 그런 댓글 쓰고 계시는 분들은 제 예상으로는 사회생활이나 대인관계가 아마 주변에서 쉽지 않으실 거에요. 본인도 아마 그런 것들을 잘 알고 계실 거라고 생각을 하고, 아마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좀 찔리실텐데, 여기서 또 악플 다시겠네..."


민희진과 하이브의 법정 싸움에 대해 꾸준히 영상을 올리는 김앤장 출신 변호사, '진격의 고변'이라는 유튜버가 제법 독한 말을 뱉었다. 뉴진스의 팬으로서 저 말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스트레스에 공감이 가서 웃음이 나왔다. 천하의 김앤장 출신 변호사도 밑도 끝도 없이 들이대는 익명댓글들에 지친 모양이다. 댓글러 분들 앞에서 전문직의 권위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다. 일찍이 전 세계에서 제일 스타크래프트를 잘하던 전프로게이머들조차도 인터넷 방송의 익명댓글러들이 달아대는 훈수에 성질머리가 사나워졌다. 이렇게 국가 레벨에서, 세계레벨에서 노는 각 영역의 프로들조차도 익명댓글들의 "싸가지"에 무던히 넘어가긴 쉽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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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하면 다른 댓글들도 가만히 놔두던 그가 어떤 댓글들은 숨김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제 위의 짤방이 나왔던 유튜브 활동 초기처럼, 그가 직접 등판해서 대댓글을 달고 다른 사람들에게 오해가 전파되는 걸 일일이 막기에는 심력 소모가 너무 커서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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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고변'이 뉴진스가 가스라이팅을 당했다 운운하는 사람들을 공개저격할 때 나는 웃으면서도 그게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그 발언 자체로 뉴진스 멤버들을 "개무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뉴진스 멤버들이 이 사태에 엄청나게, 마그마가 터지기 직전의 화산처럼, 속된 말로 "개빡쳐있는" 상태라는 걸 상상조차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은 뉴진스 멤버들이 이 사태의 주체라는 걸 그냥 이해를 못하는 것일까. 그만큼 타인에 대한 상상력이나 공감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얼마나 정확하고 공정한 공감능력을 발휘하며 좋은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뉴진스 멤버들 입장에서 민희진이란 사람은 데뷔 때부터 계속 작업적, 인간적 교류를 나눠온 사람이고 뉴진스의 상업적, 예술적 성공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계속해서 하이브로부터 각종 언플과 모욕과 별의별 괴로움을 다 겪는 걸 보면서 멤버들이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1차 기자 회견에서 민희진은 막내 멤버 혜인이 이 사실을 전부 다 포닝에 폭로하겠다고 노발대발하는 것을 뜯어말려야했다고 고백했다. 이들은 포닝에서 자신들이 대표님을 지지한다는 걸 때로는 은근하게, 때로는 대놓고 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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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가 안나오는 관계로 해당 이미지가 나온 링크 기사

https://m.mt.co.kr/renew/view.html?no=2024090311180427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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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멤버들이 무슨 가스라이팅을 당했다는 이런 추측들은 의견 취급할 필요가 없는 망상이다. 감정적으로 뉴진스 멤버들이 화를 내기에 충분한 상황이고, 당위적으로도 그들은 화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이브 측에서 새로 취임한 어도어의 현 대표와 부대표는 반희수 계정의 영상 삭제를 요청하는 등 크고 작은 실책들을 계속 터트리고 있다. 그들은 긴급 라이브 방송의 서두에 자신들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우선 이 라이브를 하기로 결정한 이유 중 하나를 말하고 싶은데요. 대표님께서 해임되신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저희와 함께 계속 일해오신 많은 분들께서 부당한 요구와 압박 속에서 마음 고생하시는 모습들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어요. 그리고 그냥 그런 상황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답답했고요. 또한 저희 다섯 명의 미래가 너무 걱정됐습니다. 솔직히 라이브를 준비하면서 하... 이 라이브를 하고 나면 어떤 반응들이 있을지.. 어떤 반응들이 있을지 당연히 걱정이 있었어요. 그리고 대표님께서 시킨 게 아니냐는 그런 엉뚱한 말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그 부분도 걱정됐고요. 근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말하고 싶은데요. 저희 다섯 명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준비한 라이브이고요. 촬영 세팅이랑 장소 등 저희끼리 준비할 수 없는 부분들은 저희가 믿고 신뢰하는 감독님들께 도움을 받았습니다. 버니즈분들까지 모두 나서서 저희를 도와주고 계신데 저희만 뒤에 숨어있는 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어른들의 일이라고 맡기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너무 저희 다섯 명의 인생에 걸린 문제거든요. 그리고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일이고 겪고 있는 일인만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보단 저희도 저희의 이야기를 직접 하는 게 건강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 내게 되었습니다."  


이 문장은 있는 그대로의 심정이다. 원래 사람이라는 게 자기가 당하는 불의보다, 주변인들이 불의를 당하는 걸 더 괴로워하고 못참는다. (악당들이 주인공을 잡아놓고 당사자를 죽인다는 협박 대신 가족들을 괴롭힌다는 협박을 괜히 할까?) 그런데 본인들의 시시한 통찰을 뽐내기 위해 이 자명한 현실도 왜곡하면서 가스라이팅을 운운한다면, 도대체 그런 사람들과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는가? 누군가의 뚜렷한 분노와 불안을 지워놓은 채로 꼭두각시 취급하는 사람들이 사안 전체를 어떻게 파악하고 무슨 의견교류를 할 수 있는가? (벌써 이 기본을 설명하느라 나도 바이트를 낭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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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슈를 그 자체로 이야기하기보다는, 이 이슈에 대한 반응을 좀 더 이야기해보고 싶어진다. 이를테면 이번 뉴진스의 긴급 라방- 민희진 대표 및 다른 스탭들을 원상복귀시켜주라는 뉴진스 본인들의 요청에 커뮤니티의 반응이 극도로 갈린다. 많은 이슈들이 그렇듯 이번에도 남초 커뮤니티와 여초 커뮤니티로, 그 중에서도 특히 4050 남성들이 주축인 남초 커뮤니티와 그 외의 커뮤니티들로 반응이 갈린다. 왜? 4050 남성들이 현명하고 지혜로워서? 그들이 법리와 경제에 빠삭하기 떄문에? 이미 민희진과 하이브의 1차 법정대결에서 4050 남성들의 "지혜로움"의 밑천이 훤히 드러났고 그들이 다는 댓글 대다수는 그냥 민희진에 대한 저주나 정신승리다. 그렇게 법을 잘 안다는 그들 중 상당수가 아직도 결정문에서 "배신"이란 용어가 나왔다면서 말꼬리 잡기를 한다. 이 건에 대해 상당수의 법조인들이 그건 법률적 용어이고 하지 않았음을 강조하는 문구라고 설명을 해도 알아듣질 않는다. (진격의 고변도 이 부분에 대해 반복적인 설명을 해야하는 걸 피로를 토로한다)


이번 라방에서 뉴진스는 하이브가 자신과 주변 스탭들을 대하는 처우가 "부당"하다고 밝혔다. 자신들과 주변인들을 계속해서 괴롭히고, 작업결과물도 함부로 지우는 등 하이브의 행위가 뉴진스 본인들의 커리어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장표명을 했다. 옳지 않다는 항의에는 딱 하나의 대답만이 있을 수 있다. 그것은 옳지 않지 않다는, 정당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남초 커뮤니티는 이 윤리에 대한 질문에, 권력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지들이 아이돌인데 왜 경영에 간섭을 하냐, 방시혁이 돈을 대줬는데 은혜도 모른다, 남은 계약 기간 동안 수납을 해야한다, 투어 뺑뺑이 돌리면서 돈만 빨아먹어야 한다... 그게 옳든 옳지 않든 뉴진스는 힘이 없으니 감히 반항할 생각하지 마라는 권력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쌍팔년도 군대 내 구타와 가혹행위에 그렇게 치를 떨던 그들이 이제는 말년 병장의 입장에서 계약관계상의 을인 뉴진스를 비웃고 깔보느라 여념이 없다. 이게 바로 남초와 여초 커뮤니티의 의견이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다. 남초 커뮤니티의 4050 남성들은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보다, 힘이 있냐 없냐만 따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뉴진스가 어떤 부당한 처우를 당하고 괴로움을 겪어도 그걸 자기들한테 티는 내지말고 그냥 빵끗 웃어주는 인형으로 남아주길 바란다. 


커뮤니티를 즐기는 4050 남성의 상당수는 권력중독 상태다. 어떤 이슈에서 누가 힘이 세고 약한지 그것을 최우선으로 따진다. 그러니까 방시혁, 하이브를 판단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힘이 세니까.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 상대적으로 을이거나 약자인 자들만이 계속해서 검열의 대상이 된다. 남초 커뮤니티에서 제일 나쁜 것은 딥페이크 범죄자나 사람을 때려 죽이고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싸커킥을 날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강자에게, 특히 자신도 어느 정도 교집합을 이루는 강자에게 "감히 개기는" 약자들이다. 이들은 그렇게 천룡인 천룡인 하며 원피스에서 파생된 밈을 떠들지만 정작 타인의 저항과 투쟁에는 알러지를 일으키며 거부반응을 보인다.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하이브가 뉴진스에게 무엇을 해왔고 뉴진스는 그에 어떤 반응이나 오해를 했는지 따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말을 못한다. 왜냐하면 민희진과 방시혁은 정면으로 싸우고 있고 그 주장들을 뜯어볼 수 있겠지만, 뉴진스는 하이브에게 어떤 악행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뉴진스를 "가스라이팅 당한" 위치에 갖다놔야 한다. 뉴진스의 말 그대로 옳고 그름을 따지면 하이브의 악행이 너무 자명해지니까. 그러니까 간편한 진영론으로 상대의 주장을 묵살하기 위해 민희진의 자리에 뉴진스를 갖다놓고 허수아비를 팬다. 뉴진스는 민희진에 가스라이팅당했다, 뉴진스는 곧 민희진의 말을 하고 있다, 뉴진스가 민희진이니까 저것들은 나쁘다, 이런 식이다.


하이브는 뉴진스를 수납하겠군요. 이 문장은 하이브의 권력을 드러내는 문장이다. 하이브가 뉴진스를 수납하는 건 부당하지 않나요? 라는 질문을 하면 4050 남성 유저들은 다시 권력에 대한 답만 할 수 있다. 이건 아무런 논쟁이나 토론이 아니다. 그냥 니들이 뭔데 개기냐, 까불지 마라, 법적으로 싸우면 니들이 진다, 이런 유치한 힘자랑과 겁박쇼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상당수 4050 세대 남성들이 뉴진스와 민희진을 증오하는 건 이런 점에서 꽤나 의미심장하다. 이들은 너무 단순해서 권력을 목표로 삼고 그 자체로만 추구한다. 


진격의 고변은 아이돌이 소속사 회장에게 개기면 안된다는 사이버레카 이진호의 발언을 "쓰레기같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해당 영상과 이후 올리는 영상에서 자신의 인생관을 제법 상세하게 덧붙였는데 그가 그런 내용을 말한 것은 오로지 돈과 권력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그 가치관이 얼마나 허망하고 잘못된 것인지 조금 다른 측면에서 설득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자본과 권력을 추구하는 상당수는 단지 그것이 결핍되어있을 뿐이지 그것이 어느 정도 채워진 상태를 상상하지 못해서 집착하는 것이라는 나의 세게관과도 상당히 비슷한 내용을 그가 말해서 좀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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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고변 영상을 보면서 나도 어느 정도는 해탈했다. 김앤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던 변호사가 하는 말도 안듣는데 일개 커뮤니티 회원인 내가 어떻게 고집센 사람들의 우기기를 반박하고 설득할 수 있을까? 다만 이 이슈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그 싸구려 세계관은 분명히 반박해야 할 것 같다. 타인을 주체로 존중하지 못하고 돈과 권력만이 최고인듯한 그런 단순한 세계관으로는 정말 많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 [죽은 시인의 사회]를 교육을 빙자한 통속드라마로 치부했었는데 이제 좀 시선이 바뀌었다. 그 영화가 훌륭해서가 아니라, 키팅 선생을 비난하며 자신들의 꼰대적 세계관을 우기는 사람들이 현실에 정말 많다는 걸 깨달았기 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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