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0분. 스포일러는 마지막에 흰 글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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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저런 옷을 입고 저런 물건을 드는 장면도 나오고 무기도 씐나게 쏘아대긴 하는데... 그건 잠깐이고 전반적으로 전혀 다른(?) 영화입니다.)



 - 어디서 말이 들어 본 이름, '세일럼'이라는 마을의 이야기입니다. 마침 세 발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의 모습을 뒤에서 쫓아가는 카메라 워킹도 나오구요. 그래서 스티븐 킹과 관련이 있나? 했지만 전혀 상관 없구요. ㅋㅋ 암튼 이 동네에 핸드폰 해킹 사건이 터져요. 피해자는 성소수자 차별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시장님이신데, 이 분의 남 보기 좀 난감한 성적 취향이 까발려지면서 처참하게 몰락을 하죠. 물론 우리의 주인공들, 동네 고등학생... 대충 릴리 + 친구 셋은 그냥 가십 거리 삼아 '원래 나쁜 놈이었는데 잘 됐지 뭐' 이렇게 이 사건을 가볍게 즐기고는 맘 편히 잘 삽니다만. 그 직후 이번엔 릴리가 다니는 학교의 교장이 수년치 문자 메시지를 탈탈 털리면서 아동 성애 혐의를 받는 사건이 벌어지고. 아 이거 이래도 괜찮은 건가...? 하는 순간 이번엔 스케일을 확 키워서 마을 주민 수백명의 사생활이 탈탈 털려 업로드 됩니다. 일이 이쯤 되자 마을 사람들은 미쳐 돌아가기 시작하고, 그 불똥은 쌩뚱 맞게 주인공과 친구들에게 튀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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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엊그제 글 적었던 일본 영화 속 여고생들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이 쪽도 다른 의미로 많이 클리셰 캐릭터들 출동... 이란 느낌이었구요.)



 - 시작할 때 릴리의 간략한 내용 예고 나레이션 후 현란하게 편집된 몽타주와 함께 이런 자막이 뜹니다.


사전 경고 :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함


괴롭힘/유혈 사태/폭행/차별주의/살해/음주/마약 사용/성적 내용/유해한 남성성/동성애 혐오증/성전환 혐오증/총기/민족주의/인종 차별주의/납치/살인/살인 미수/남성적 시선/강간(강간 미수)/성차별/(성차별 옹호)/욕설/고문/폭력/살해/무기/나약한 남성 우월성/


 사실 이 때부터 좀 쎄... 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일단 노골적, 구체적으로 주제 의식을 떠먹여 주려는 타입의 영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다음으론 이렇게 하고픈 말이 많아서야 이야기가 잘 정리가 되겠나? 싶었거든요. 그리고 이런 느낌은 별로 안 긍정적인 방향으로 맞아 떨어졌고...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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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나는 의미심장한 영화가 될 거야!!! 라는 연출자의 노력이 지나치게 눈에 띄는 것 역시 그다지 제 취향은 아니었...;)



 - 그렇습니다. 하고픈 말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참 좋은 이야기들 많이 하는데 그게 너무 많고 또 이렇게 저렇게 덕지덕지 뭉쳐 있고 얽혀 있어서 오히려 메시지의 힘이 떨어져 버리거든요. 도입부의 저 시장 사건만 봐도 몇 시간 분량의 토론이 가능할 상황을 설정해 놓고 그걸 슬쩍 건드리기만 하고 바로 휙 넘어가 버립니다. 그리고 다음 사건들이 벌어지는 동안에 이 사건 이야기는 그냥 사라져요. 영화의 원제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미국 사회의 수많은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건드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은데, 넓은 건 좋지만 얕아도 너무 얕아서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소재들을 엮어내는 솜씨에도 한계가 뚜렷합니다. 결국 이 모든 테마들이 주인공 한 명에게 집중되어야 하는 이야기이다 보니 전개에 계속해서 무리수가 꽃을 피웁니다. 처음엔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시작했던 게 대략 중반을 넘어가면 우화가 되고, 이야기가 맺어질 때 쯤엔 완전한 환타지 무비가 되어서는 준엄한 선언문 낭독(정말로!!)으로 끝이 나는데 애시당초 이야기의 개연성이 와장창이다 보니 그 선언문이란 게 설득력을 갖기도 쉽지가 않아요. 아무리 옳은 말, 좋은 말, 멋진 말이라고 해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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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식의 '영상미' 같은 게 시작부터 끝까지 작렬을 합니다만. 이 역시 제겐 별 감동 없는 투 머치였던...;;)



 -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냥 스릴러, 혹은 호러로 즐기기에도 좋은 영화는 아닙니다.

 일단 초반부터 중반까지 이어지는 이야기와 클라이막스의 상황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가 않다 보니 [빌드업 -> 결과물] 이라기 보단 [이 얘기 -> 저 얘기] 라는 느낌이 드는데 초중반의 이야기가 별로 재밌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초중반은 좀 정신 사납고 지루하다가 후반에 몰빵하는 이야기... 처럼 되어 버리구요. 앞서 말 했듯이 주인공 캐릭터엔 각종 무리수들이 총집합을 해 있어서 감정 이입도 잘 안 되구요. 클라이막스에는 갑자기 주인공 캐릭터가 돌변하며 너무 쉽게 반전이 펼쳐지고... 뭐 대략 총체적 난국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겠네요.


 ...근데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하고 있으니 한 가지 맘에 들었던 부분을 적어 보자면요,

 후반에 악당들(?)이 주인공들의 집에 침입하고 공격하는 장면이 있는데, 꽤 긴장감 넘치게 잘 찍어 놨습니다. 그러니까 기술적으론 확실히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동시에 '그냥 남의 각본으로 재미난 스릴러나 만들어주면 안 되겠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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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개인적으로는 우리 잘생긴 빌 젊은이가 멀쩡한 역으로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 걸 보고 싶은 건 아닌데요. 그냥 그렇다구요. ㅋㅋㅋ)



 - 그래서 뭐 결국 제겐 길게 얘기하고 싶은 뭔가가 있는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좋은 말, 맞는 말을 하는 건 좋은데 사람들을 설득하려면 그걸 '잘' 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재확인 시켜주는 한 시간 오십 분이었구요.

 그리고 '유포리아'가 별로 안 보고 싶어졌다는 게 뜻밖의 수확(?)이었네요. ㅋㅋㅋ 뭐 그러합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그래서 주인공 리즈에게 악몽이 들이닥치는 건 시장 사건도 교장 사건도 아닌 마을 사람 불특정 다수의 대규모 해킹 사건 이후입니다. 이때 옆집 유부남 애 아빠의 핸드폰도 해킹을 당했는데 주인공이 이 사람이랑 그렇고 그런 사이였어요(...) 사춘기 때 그 집에서 베이비 시터를 하다가 친해졌는데, 자신을 성숙한 인간으로 대해준 유일한 사람이었다면서 주인공이 반해 버렸고, 섹스 같은 건 안 했지만 서로 다정함에서부터 에로틱함까지 이르는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살고 있었는데 그게 털린 거죠. 게다가 주인공에겐 마치 '그것'의 삐에로만큼 잘 생긴 남자 친구도 있었는데 이 놈은 여자 친구의 배신에 분노해서 그 불륜 상대가 주인공이었다는 걸 인터넷에 까발리고, 결국 주인공은 '세일럼 최악의 창녀'로 낙인 찍혀 백주 대낮에 성폭행 위협을 받고 집에서 부모님에게 쫓겨나고 등등... 정말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에 몰립니다.


 그 후에도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은 계속되고. 결국 주민들은 그냥 즐기는 처지가 아니라 '어쩌면 다음은 나인가!!'라는 공포에 사로잡혀서는 집단 광기에 빠져 세일럼을 무정부 상태로 만들어 버립니다. 대체 중앙 정부와 군부대는 뭐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완벽한 무정부 상태에서 이들은 자신이 당하기 전에 해커를 잡아서 족치려고 몸부림치고. 그러다 유력 용의자 한 놈을 잡았는데, 이 놈이 난데 없이 주인공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해킹이 벌어질 때 쯤에 주인공 집에서 의문의 대량 트래픽이 발생하고 뭐뭐... 이 말을 들은 자경단의 용사들은 집에서 쫓겨난 주인공이 머물고 있던 주인공 친구네 집으로 출동하구요. 친구 엄마는 사살 당하고 친구 셋은 그들에게 끌려가고 주인공만 어찌저찌 도망은 쳤는데 갈 곳이 없으니 옆집 아저씨, 그러니까 불륜남(...)네 집으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요. 와이프가 배신감에 집을 떠나 버려서 혼자 살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하지만 이 장면 전에 이미 친구네 집 습격범들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 아저씨가 습격범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ㅋㅋ 당연히 무척이나 화가 난 아저씨는 칼로 주인공을 위협해서 성폭행하려 들고, 간신히 위기를 벗어나 집에서 숨바꼭질을 하던 주인공은 이 아저씨가 자경단 멤버가 되었음은 물론 사실은 집 나갔다던 와이프를 죽여서 욕조에 처박아 놓은 상 돌아이 싸이코라는 걸 알게 되죠. 그리고 어찌저찌 몸싸움을 벌이다 결국 아저씨를 죽여요. 그러고 엉엉 울며 슬퍼하며 집을 떠나려다가... 아저씨 비밀의 방을 발견하네요. 그리고 그 곳엔 황당한 화력과 물량의 살상 무기들이 예쁘게 진열되어 있었고...


 그래서 주인공은 그 무기들을 람보처럼 온 몸에 두르고 거리로 뛰쳐나가 찌질하고 비열한 마을 자경단들을 마구 공격하며 친구들을 구해냅니다. 그러자 주인공 친구들도 갑자기 중화기 & 대검 활용의 달인이 되어 그동안 자기들을 괴롭혔던 찌질한 남자들을 신나게 무찌르구요. 그 중에 가장 악랄하게 굴었던 같은 학교 학생 녀석을 처형하려다가... 울며 불며 찌질하게 매달리는 그 놈 꼬라지를 보곤 '차가운 개무시'를 시전한 후 자리를 뜹니다. 그러고는 인터넷에 영상 선언문을 남겨요. 최대한 간단히 요약해 보자면 '이 비열하고 치사한 남자놈들아, 더 이상 니들에게 굽히고 살지 않겠으니 덤빌 테면 덤벼라. 그리고 제발 니들 스스로가 망쳐 놓은 세상과 인생에 대해 우리들 핑계 좀 대지 마.' 정도 되겠네요.


 그러고 씩씩하게 중무장한 상태로, 보폭까지 맞춰가며 가로로 넓게 서 걸어가는 주인공들 뒤로 주인공들의 이 영상 메시지를 본 마을 젊은 여성들이 하나씩 하나씩 홀연히 나타나 주인공들의 뒤를 따릅니다.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또다른 마을 남자 자경단과 이 여성 군단이 대치하고 서로 총을 겨누는 장면... 에서 컷. 주인공들 이야기는 끝이구요.


 에필로그격으로 뒤에 짧게 붙는 장면을 보면 해커가 잡혔습니다. 다행히도 주인공들은 총맞아 죽진 않고 무사한가 보구요. 그리고 그 해커의 정체는... 영화를 보셨다면 금방 짐작할 수 있는, 주인공의 동생이었습니다. 경찰들이 묻네요. 너 최소 종신형이야. 대체 뭔 생각으로 그랬니? 대답은 당연히도, '그냥 재밌어서요.' 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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