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8 23:55
- 199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39분. 스포일러랄 게 없는 장르, 이야기라서 그냥 대충 막 적습니다.
(상단에 적힌 영화 소개(?) 코멘트들이 모두 다 영화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는 정직하고 정확한 것들이라 어색합니다. ㅋㅋ)
- 홍콩 경찰 특공대의 훈련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주성치가 리더인데 작전에는 별 관심도 자질도 없고 걍 나 혼자서 해결하면 안돼? 라는 식으로 임하다가 목표는 이루지만 부하들이 다 사망 처리 되죠. 그러고 당연히 혼나요. 이게 지금 리더 테스트인데 넌 자질이 없으니 승진 안 시켜줘!! 화를 내는 주성치입니다만 윗분이 그렇다는데 별 도리는 없고. 그런데 갑자기 경찰서장이 접근해서 괴상한 제안을 해요. 자기가 모교에 방문했다가 자기 권총을 흘리고 왔는데 그 학교의 질 나쁜 애들이 주운 것 같다. 되찾기 위해 니가 학생으로 위장해 들어가주렴.
그리하여 공부가 너무 싫어서 학교 때려치우고 경찰이 되었다는 주성치씨는 다시 학생이 되구요. 자기도 모르게 학교에 심어 놓은 또 다른 경찰 요원 오맹달을 만나 가짜 부자 관계를 결성하구요. 마음 착한 열정 교사 장민 선생님을 만나 썸도 타구요. 어찌저찌하다가 학교에서 인싸 되어 잘 나가고, 불량 학생도 때려 잡고 마지막엔 범죄 조직도 때려 잡고 그러겠죠.
(전투 병기 주성치!! 같은 폼으로 시작하는데, 실제로도 그렇게 싸움 잘 하고 강한 캐릭터여서 좀 놀랍...)
- 전에 '25살의 키스'를 보고 떠올렸던 영화였는데, 사실 기본 설정을 제외하곤 기억나는 게 거의 없었죠. 그런데 뒤져보니 왓챠에 있길래 언젠가 함 다시 볼까... 하다가 오늘 봤어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편하게 낄낄거릴 영화가 필요했기도 하고. 주성치 영화 본지도 엄청 오래된 것 같고. 암튼 뭐 그랬습니다만...
(학생이라굽쇼? ㅋㅋㅋ 주성치 표정도 웃기지만 좌측의 경찰서장님이 막판에 아주 큰 활약 해주시구요.)
- 음. 그냥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게 재밌게 보진 못했어요. 하하;
뭐 세월이 흘렀고, 영화가 곱게 나이를 먹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겠습니다만. 그게 정치적으로 공정하지 못한 당시 홍콩 코미디 스타일 때문은 아니구요. 32년 묵은 주성치 영화를 다시 보는데 그 정도야 감안을 하고 봤고 또 의외로 그렇게 시대착오적 가치관이라든가, 얼굴 찌푸리게 되는 못된 개그라든가... 그런 건 별로,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런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유머 자체가 낡았습니다. 아 그래 옛날엔 저런 게 참 웃겼었지. 하면서 안 웃으면서 봤어요. ㅋㅋ '총알 탄 사나이' 같은 걸 생각하면 조금 비슷하겠습니다. 1분도 그냥 넘기는 일 없이 계속해서 개그를 던져대는데 그게 거의 다 참 옛날식 유머들인 것이에요. 당시엔 그게 참 막 나가는 유머였고 참신하고 센 개그들이었는데 지금 보면 특별할 것도 없고 걍 싱거운 느낌.
(그냥 '주성치가 늘 하던 개그를 하는데 배경이 학교란다'는 수준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이야기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 덧붙여서 '다 큰 어른이 자기가 싫어했던 학창시절로 돌아간다'는 중심 아이디어도 그렇게 성실하게 활용되지 않습니다. 일단 주성치가 본인 학창 시절에 무슨 대단한 사연이나 트라우마 같은 게 있는 게 아니어서 그에 대해선 도입부에서 '공부 하기 싫어서 경찰된 건데!!' 라고 딱 한 마디로 끝내버리구요. 그래서 주성치가 학교에서 펼치는 드라마라고 해봐야 걍 수업 듣기 싫어서 몸 배배 꼬다가, 성적 안 나와서 컨닝 하다가... 가 전부에요. 그리고 마음도 얼굴도 어여쁘신 장민 선생님께서 과외 해주시니 모든 문제가 바로 해결. 친구 관계도 교내 폭력 서클과의 문제도 대략 3분짜리 몽타주로 한 방에 해결해버리고 바로 범죄 조직과의 액션으로 넘어가 버립니다.
그럼 도대체 왜 학교인가! 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는데, 걍 주성치와 오맹달이 '웃기는 설정' 속에서 개그를 하기 위한 거죠. 딱 그 수준에서 끝이 나서 깊이 있는 고찰 같은 건 물론이고 무슨 대리 만족 환타지 같은 걸 충족시켜줄만한 것도 못 됩니다.
(클라이막스는 갑자기 진지한 액션으로 흘러가는데, 미로를 활용하는 아이디어 같은 건 괜찮았지만... 그래도 요즘 기준으로 보면 많이 대충대충!)
- 근데 뭐 보면서 지루하고 짜증나고 그랬던 건 아니었는데. 그건 대략 90%가 배우들 덕이었을 겁니다.
일단 '잘 생기고 멋지고 싸움도 짱 잘 하는' 캐릭터로 나오는 주성치를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절대로 고등학생처럼 보이진 않지만 암튼 실제로도 잘 생겼구요. 리즈 시절 대비 좀 덜 망가지긴 해도 특유의 그 연기나 개인기들을 오랜만에 보니 반갑고 좋더라구요. 오맹달과 합이 잘 맞는 것도 당연하고. 장민은 결국 주인공의 예쁜 여자 친구가 되기 위해 존재할 뿐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예쁘니까 괜찮았습니다(...)
그리고 남은 10%는 어떻게 그 세월을 견디고 살아 남은 여전히 웃기는 장면들의 몫이었구요. 특히 마지막 위기 상황에 경찰서장님 출동하는 장면은 다시 봐도 웃기더군요. 충분히 예측은 가능한데, 그 시절 홍콩 코미디니까 가능한 우악스런 센스가 사람 웃게 만들더라구요. ㅋㅋㅋ
(선생이 그냥 대놓고 주성치를 좋아하는 게 요즘 같음 난감한 전개이겠습니다만, 뭐 그 시절이고 또 홍콩 코미디인지라 하나도 신경 안 쓰였구요. ㅋㅋ)
- 대충 정리하자면 뭐, 아직 안 보고 2023년을 맞으신 분들에게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미 보긴 봤는데 아주 옛날에 보신 분들, 그리고 그 시절 홍콩 코미디와 주성치에게 추억이 있는 분들이라면 소소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았구요.
사실 이거 보고 완전 재밌으면 주성치 대표작들 다시 한 번씩 훑어 볼까 했는데, 일단 좀... '슬로 호시스'나 마저 보면서 생각해 보려구요. ㅋㅋㅋ
그렇게 솔직히 별로였지만 추억 빨로 아주 나쁘진 않았다. 라는 비겁한(?) 소감으로 마무리합니다. 그냥저냥 봤어요.
(한 줄 요약 : 이 짤만 봐도 기분이 흐뭇해지는 분들만 보셔도 됩니다. 당연히 이미 보셨겠지만.)
+ 클라이막스의 전개는 지금 다시 보니 좀 황당합니다. 말이 안 돼서 황당한 게 아니라, 학교에 난입한 폭력배들이 쏴대는 총에 학생들이 맞고 쓰러지는 장면들이 막 나와서요. 아니 내내 가볍게 비현실적으로 개그하던 영화가 왜 거기서만(...)
2023.04.19 11:25
2023.04.19 20:31
사실 지금 보면 그냥 훈훈하게 잘 생겼는데, 미남 소리를 못 들었던 건 영화 속 역할들 때문인지 아님 그 시절 미적 기준 때문이었는지.... ㅋㅋ
2023.04.19 13:13
2023.04.19 20:35
원래부터 그런 스타일 유머는 안 좋아하는 취향이셨나 봅니다. ㅋㅋ '총알 탄 사나이' 개그가 많이 우악스럽고 상스럽(...)긴 하죠. 물론 전 당시에 우와우와하며 잘 봤지만요. 하하.
식신, 파괴지왕 등등 당시 주성치 간판 영화들이 있는데, 사실 다시 보기 좀 겁나서 안 보고 있기도 해요. 또 보고 재미 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맘인데 이 '도학위룡'을 보고 나니 그 두려움이 3배로 업되었습니다.
2023.04.20 16:53
2023.04.21 10:47
세월이 흘러 그 시절 빛나는(?) 젊은 센스들이 다 아재 개그가 되어 버린 거겠죠. 세월... ㅠㅜ 근데 딸기와플님은 그 시절에도 안 웃으셨다니 그냥 취향이 격하게 안 맞으신 것 같기도. 하하.
2023.04.19 16:09
얼마전에 티비에서 하길래 다시봤는데 전 다른 의미로 씁쓸했어요 저런시절의 홍콩영화는 다시 안나오겠지 좋건 나쁘건 저시절 홍콩영화는 참 재미있었는데
2023.04.19 20:36
일단 '저 시절 홍콩 영화'가 그대로 다시 나오면 흥행이 안 될 테니 못 나오겠죠. ㅋㅋ 그리고 요즘엔 뭐 홍콩 중국 구분이 없어지다 보니 여러모로 '옛날 홍콩 스타일'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아요.
2023.04.19 16:43
이걸 너무 재밌게 봐서 대사 일부를 녹음(!)해서 들었던 기억도 있는데. 과연 지금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2023.04.19 20:37
와 녹음까지!! 정말 좋아하셨군요. 하하. 근데 그 정도로 즐겁게 보셨다면 지금 보셔도 재밌지 않을까요. 보면 대체로 인생 영화 급으로 좋게 본 영화는 나중에 다시 봐도 대부분 괜찮더라구요.
2023.04.19 19:12
엄청나게 재미있게 본 "기억"만 있어요. 지금 보면 아마도 로이배티님과 비슷한 감상이겠지요. ㅋㅋ
저는 월광보합,선리기연이랑 식신을 제일 좋아했어요. 소림축구부터는 주성치가 시큰둥해졌지만요.
2023.04.19 20:45
아뇨 다시 보셔도 재밌을 수도 있죠. 그냥 제가 제 맘대로... ㅋㅋ
보면 주성치 팬들은 둘로 나뉘더라구요. 소림축구와 그 이후'도' 인정하는 팬과 그 이전 작품들이 최고고 소림축구는 내리막길이라 생각하는 팬... 제 주변엔 후자가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저는 아무 생각 없구요. 하하.
신문에서 주성치 영화 광고를 처음 봤을 때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데, "뭐하는 놈이야 처음 보는데?" 라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게 기억이 납니다. "홍콩 박스 오피스 1위"라고 아무리 말해봐야 얼굴을 보면 믿을 수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