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4.18 09:44
국내 여행을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1박이나 2박 두 차례, 당일 몇 차례 다녀왔는데 여행이라긴 좀 그렇군요. 케이티엑스로 웬만한 곳은 하루에 오가는 게 가능하지만 누구에겐 외출일 일을 저는 여행으로 치기로 합니다. 전 움직이길 싫어하니까요.
대전에 빵 사러 갔다 왔고요. 대전은 케이티엑스 이전에도 거기서 서울 강남으로 출퇴근 하는 분 봤습니다. 제 집이 케이티엑스도 에스알티도 다 멀어서 서울~대전보다 집 나서고 서울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오히려 길었던 것도 같아요. 바깥 풍경 보면서 커피 마시고 빵도 사고 왔어요. 가까웠지만 이게 제일 여행다웠죠.
춘천. 춘천도 대전 비슷하게 대학생 때도 당일 나들이 꽤 했었습니다. 학교가 서울 동쪽이라서 더 편했어요. 춘천보다도 춘천까지 가면서 보이는 바깥 풍경이 옛날 생각나게 하더군요. 지명을 보고 옛날 생각을 했지만 예전하곤 많이 달라졌습니다. 여기는 일행이 있어서 이것저것 체험! 하느라고 오히려 여행 느낌이 안 났습니다. 저는 풍경 보면서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하면서 멍해 있어야 여행한 기분이 드는지라.
강릉. 친구들이랑 넷이 2박 3일 다녀왔어요. 둘은 싱글, 둘은 기혼에 자녀가 있어서 넷이 간 건 이십대 이후 처음입니다. 차가 없을 때는 넷이 다니면 불편했는데 이제 택시 안 타니까 좋군요.
농담 삼아서, 애들 대학 가고 환갑 되면 해외여행 가자고 했었는데 생각보다 여행이 빨라졌습니다. 같이 가자는 게 농담이 아니라 환갑이 백만 년쯤 뒤에 오는 줄 알았거든요. 얼마 안 남았네요. 친구들 사이에서 이런 농담은 이제 팔순을 기준으로 하게 됐습니다. 팔순도 빨리 오겠죠.
관계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친구들은 그저 우연히 고등학교때 성적이 비슷하고 성향이 비슷해서 같은 대학 같은 과에서 만났습니다. 넷이 사는 곳도 비슷했죠. 다른 곳에서 살았더라면 비슷한 컷의 다른 대학에 갔을 거예요. 성향이 달랐다면 다른 과에 갔을 거고. 다른 성별이었다면 안 친하거나, 배우자가 됐거나, 씨씨 됐다가 원수가 되거나...누군가 하나 손절을 외쳤다면 또 관계가 틀어졌을 겁니다만, 성향이 비슷해요. 성향이 비슷해서 갈등이 없단 얘기가 아니라 손절까지 할 정도로 사람에게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어찌됐건 이런 우연들이 몇십 년 쌓여서 이제는 서로 얼마 안 남은 연골로 갈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뭐가 우릴 여기까지 데려왔든 만나는 순간을 평화롭고 즐겁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공을 들여 소중한지, 연이라서 공을 들이게 된 건지, 집에 있는 강아지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친구들을 볼 때도 가끔 궁금해지긴 해요.
부산도 전주도 다녀왔습니다. 부산 1박.전주 당일.
혼자 가서 물멍 하다 온 게 제일 좋았습니다. 같이 물멍할 일행이 있으면 더 좋았겠습니다만 다른 친구들은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해서요. 호텔에서 뒹굴거리는 것도 좋지만 일단 자고 오려면 짐이 늘어나서 당일로 다녀오는 것도 좋더군요.
멀리까지 가서 왜 기껏 물멍이냐 하면-불멍이나 빗멍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오래 앉아서 낯선 풍경을 보고 있어야 비로소 멀리 온 느낌이 들거든요. 외롭다는 생각도 들고, 돌아갈 생각에 약간의 긴장도 하고요. 그 기분이 묘하게 좋아요. 게다가 어딜 가든 강이나 바다 들판 산 등등으로 배경지만 갈아끼운 것처럼 비슷비슷합니다. 맛집이 있고 펜션이 있고 지자체에서 조성한 것 같은 그 지역 특색있는 장소가 보이고요. 그 특색이 묘하게 다들 비슷합니다. 강 바다 들판 산 그거 보러 가면서 배경지라고 하면 쓰나. 네. 근데 낯선 풍경이 배경지가 아니라 환경으로 와 닿으려면 전 오래 보고 있어야 해서요.
결론은....주4일제 합시다. 주 4일제. 아니면 연 1회 2주 장기 휴가를 줍시다. 비가 와서 눈이 와서, 날이 좋아서, 꽃이 펴서, 꽃이 져서, 괜히 일하기가 싫군요.
2023.04.18 09:48
2023.04.18 10:10
다녀오고 싶을 때 이런저런 것 따지지 말고 다녀오는 게 좋더군요. 차도 사람도 중요하지만 시간과 내 몸만 있으면 여행은 거의 완성입니다.
2023.04.18 10:37
빵 사러 대전까지? 오호 문 님 상당히 활동적이신 분이셨군요. 사실 저도 집을 벗어나고 싶을 때 좋은 빵집은 행선지 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안 다니게 되네요. 집에 딱 붙어 있고 싶고요.
저는 한 때 스위스나 독일 기타 집 밖이 국립공원 같은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뭐가 불만일까 싶은 생각도 했지만 인간은 습관의 동물이라서 맨날 보는 것은 눈에 안 들어오는 거 같아요. 그래서 여행이 필요한가 싶기도 합니다. 있던 곳을 떠났다, 라는 것 자체가 몸도 긴장하게 하고 마음 상태를 좀 바꾸나 봅니다.
함께 다니는 친구가 네 명이라니 딱 차타고 다니기 적당한 인원이네요. 대학 때부터라니 부럽습니다. 저는 직장과 결혼 등으로 멀어졌네요. 말씀대로 성향도 성향이지만 지방에 직장을 얻게 되면 이리 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글 잘 봤습니다.
2023.04.18 11:57
빵 먹고 싶다부터 시작된 일이라서요 ㅋㅋㅋ 거의 겨울날 곰 수준의 활동량을 자랑합니다. 하루 정도 다녀올 수 있으니까 갔다 오자로 시작해서 다녀와서 자랑하고, 친구가 같이 가자고 하고, 다녀와서 다른 친구들도 시간 낼 수 있다고 하고, 이렇게 일이 차례로 커졌지요. 시간을 이렇게 두루마리로 쓴 게 오랜만이라 안 하던 일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요.
네. 가까운 곳에서 일을 하거나 산 덕분에 연이 오래 이어진 것도 있어요. 지금은 분당 일산 강남북으로 흩어지긴 했지만 이 정도면 가까운 셈이죠. 무엇보다 친구들이 저를 견뎌줘서 그런 것 같긴 합니다. ㅎㅎ
2023.04.18 10:44
서울에서 대전까지 대중교통으로 가는 방법이 있을까요?
기차, 시외버스 말고요,
전철, 버스로만 가는 방법이 있는지,,,있겠죠? 찾아보면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용도 별 차이도 않나겠지만,, 해보고 싶어지네요..
하루 일정으로 빵만 사오는,,,,
2023.04.18 10:47
2023.04.18 12:00
부산에서 서울도 제일 싼 버스만 갈아타면서 오는 콘텐츠를 본 적 있는걸요. 재미삼아서는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요. 순전히 재미나 콘텐츠 뽑기용으로만요. ㅎㅎ
2023.04.18 10:52
주4일 근무 격하게 공감합니드아!!!!!
2023.04.18 12:00
그쵸? 저를 국회로 보내주세요!
2023.04.18 16:32
2023.04.19 08:49
아아니 선생님 일본 이야기 좀 풀어주십시오! 일본도 후보에 있었지만 짐이 늘어나는 게 무섭더군요.
교우관계가 점조직형이라서 저도 다섯이 가면 최고로 많이 가는 거예요. 저 같은 사람도 이어지는 관계가 있는 걸 보면 소니 님은 더 좋은 관계가 많이 남으실 듯. 그리고 둘이면 어떻고 셋이면 어떻고 혼자면 어떻습니까.
물멍은 조금이라도 젊어보이려고 써봤습니다. ㅋㅋㅋㅋ
2023.04.18 17:56
2023.04.19 08:55
저도 강릉 좋아하는데 산불 때문에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바로 보고 왔던 풍경들이 그렇게 사라지다니요.
겨울 강릉도 좋을 것 같네요. 저는 스물한 살 땐가 초여름에 경포대에서 낮잠 자다; 온 것이 최고로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너무 동물적이죠. ㅋㅋㅋㅋ 밤차 타고 여덟 시간인가 가서 너무 피곤했거든요.
빵은 대전이죠!
2023.04.19 00:06
이 정도면 매우매우 정력적인 활동가이신데요? 제 기준으론 엄청 그렇습니다. ㅋㅋ 와이프네 식구들 보러 갈 일 아니면 저 사는 시의 경계선을 1년에 한 번 넘을까 말까 하는 삶을 살고 있지요. 암튼 글 참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즐거움이 느껴졌어요.
2023.04.19 08:59
저도 뭘 잘못 먹었나 싶게 돌아다녔어요. 쓰고 나니 좀 충격적입니다. 가끔 신도시 지인들 만나러 갈 때 말고는 저도 일터-집만 왔다갔다 해요. 오죽하면 대전에 외출했다 와서 자랑을 다 하겠어요. 친구들한테 잘 했다고 칭찬 받았습니다.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