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파이 채널이 2000년 대에 <듄>,<어스 시의 마법사>등을 제작했었죠. 저예산치고도 꽤 고퀄의 드라마를 뽑아냈습니다.


전에도 1부는 봤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XEkoO35MyI


유튜브에 3부작이 있어서 봤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어 놀랐습니다. 세트, 미술, 의상은 예산 부족으로 조야한 티가 나고 특히 베네 게세리트 머리 위에 잠자리 날개같은 것은 꼭 무슨 일본 특촬물 나오는 거 같아요. 그런데 하코넨 가와는 그 천박함과 조야함이  어울리는 것 같더군요. 조도로프스키는 하코넨을 프랑스 고딕 록 그룹에 기반해 구상해 했다고 해서 그와 동떨어진 것 같지는 않아요.디자이너로 치면 고티에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어요. 빌뇌브는 모든 것을 너무 정제되고 예술적으로 해 놓긴 했죠. 드라마의 삐까뻔쩍함에 비하면 빌뇌브는 색을 의식적으로 억누른 듯 하죠, 듀나도 트윗에서 지적한 것처럼.  페이드 로타 역으로는 조도로프스키는 믹 재거 캐스팅했던 모양인데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네요. 사이파이 채널 드라마의 블라디미르 하코넨은 빨간 머리에 뚱뚱하고, 남색 성향에, 웃기기도,잔인하기도 하는 면이 꽤 어울렸어요. 2021버전에서는 솔직히 스텔란 스카르드가 말론 브란도 흉내내는 것 같았고 그 수면 위로 부상하는 장면은 마틴 신 장면 같았....





린치 버전에다 스타워즈를 섞은 느낌입니다. 



촬영은 좋고 아카리스에서 구체적 삶의 모습이 생동감이 있습니다. 


폴의 악몽은 초현실주의적이던데 저는 이게 더 마음에 듭니다. 묘하게 켄 러셀의 <백사의 전설>도 생각나고요 ㅋㅋㅋㅋ


배우가 금발에 파란 눈으로 커크 선장하던 크리스 파인 삘이 나던데 연기를 생각보다 꽤 잘 하더군요. 유약하고 약간의 짜증도 있던 사춘기 소년에서 관점에 따라서는 메시아 혹은 무장 테러리스트 지도자로 종국에는 황제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3부에서는 어느 정도 인간성과 멀어진 단계라 아버지의 유물을 봐도 동요하지 않고 자식의 죽음을 봐도 그닥 슬퍼하지 않는 모습이 나옵니다. 이룰란 공주도 능동적인 역할로 나오고 사스키아 리브스의 레이디 제시카는 집안의 안주인으로서나 정치가로서나 꽤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 줬습니다. 그 예언자로서의 전설을 미리 심어 놓았잖아요, 꼭 <그린 나이트>에서 어머니가 아들의 영웅담을 설계하는 것과 비슷하더군요. 차니의 외모도 숀 영만큼은 아니없지만 설득력이 있었고 연기도 좋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폴을 보고 있으면 <아라비아의 로렌스>가 떠오릅니다.폴은 연기하기에는 좀 밋밋한 인물 아닌가 싶네요. 티리온이나 마일즈 보로코시건이 결핍때문에 스스로를 증명해야 한다는 욕구에 시달리는 반면에 폴은 결핍같은 것도 없이 살다가 가문 망하고서야.


저예산이라 부족한 면도 많지만 tv드라마라 오히려 정치 암투극이었던 소설의 성격이 살아나는 면도 있습니다. 스케일은 크지만 기본적으로는 작은 드라마가 아닌가 싶거든요. 전에 카일 맥라클란도 왕좌의 게임처럼 시즌제 드라마가 맞을 거라는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린치의 <듄>에서 제시카 역을 한 배우가 프란체스카 애니스고 영국에서는 꽤 유명한 배우입니다. 폴란스키의 <맥베스>에서 레이디 맥베스였죠. 2021년 작에서 레베카 퍼거슨이 모성만 부각된 듯 했는데 속편에서는 적극적으로 나오겠죠. 2021은 아직 도입부에 해당하고 빌뇌브도 분위기 재현에 중점을 둔 것 같으니까요. 저는 퍼거슨보다는 마리옹 꼬띠야르를 생각했고, 폴 역으로는 발레리안에 흑발 병약 미남으로 나왔던 데인 드한이 맞았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러고 보면 발레리안 역시 루카스의 <스타워즈>에 영향을 줬죠.


<듄의 후예들>에는 제임스 매커보이 나옵니다. 린치의 듄에는 패트릭 스튜어트 나왔으니 자비에 박사 둘이 다 듄에 ㅎㅎㅎㅎ


John Harrison: Everybody loved this material. Vittorio had an encounter with Dune in the early days when Jodorowsky was trying to do it and then Ridley Scott. Never came off, but when my assistant director, who was doing another film with him, mentioned to him that I was doing Dune, he dropped his fork over lunch and said ‘I want to meet John’. He almost pitched me. We went to Chateau Marmont, I was in his suite and he was like, ‘Now John, I think I can really do this great for you.’ I was like, ‘Okay Vittorio!’


John Harrison: Vittorio said he was experimenting with this process that could really work. Vittorio and his son would find photos of the Gobi or the Sahara and he would merge them on the computer. And he would light them on the computer. He had total control over that. We did several other backdrops for the imperial palace. He would take imagery from old castles of Europe and the astronomical clock in the tower of Prague. He would paste them together so they became something entirely new. He would send that imagery off to this company that would print that onto these massive backdrops. And they were huge – they were 300ft long by 100ft tall.


Julie Cox: Vittorio had wanted to be doing Dune with Ridley Scott at one point. He came to work with a bible of designs and sketches and that was, like, wow! This wasn’t just another job. This was a dream realized for quite a few people.


Children of Dune3부가 올라 와 있길래 조금 봤는데 음악,세트,의상이 더 나이진 듯


듀나의 리뷰 http://www.djuna.kr/movies/dune_2000.html



영화는 주인공 폴과 폴의 모험이 펼쳐질 무대인 행성 ‘듄’에 오롯이 집중한다. 아이맥스 화질로 구현된 광경은 마치 이 모래 행성이 우주 어딘가에 실재하는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정교하고 생생하다. 영화의 성취가 놀라우면서도 한편으론 아쉽다. 드니 빌뇌브의 영화 역시 <듄>의 저주에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기 때문이다. <듄>의 저주는 결국 세계관의 저주다. 듄, 혹은 아라키스라 불리는 사막 행성의 매력과 모래 벌레의 거대한 스케일에 압도당한 영상 제작자들은 하나같이 이 작품을 장대한 신화로 해석한다. 우주 사회를 구원할 메시아와 예언에 관한 거창한 무언가를 그려내야 할 것 같은 매혹에 빠져든다. 그럴 수 있다. <듄>의 세계는 워낙 매력적이니까. 영웅, 예언, 신화와 같은 눈에 띄게 빛나는 장치들에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건 <듄>을 구성하는 내용물 중 절반에 불과하다. 수차례의 영상화 과정에서 나머지 절반은 매번 버려졌다. 혹은 어쩔 수 없이 채워놓은 숙제처럼 다루어지거나. 잊힌 <듄>의 그늘에는 추한 욕심과 비밀과 음모와 계략과 음습함이, 그리고 개성 있는 조역들과 여성들이 감추어져 있다. 마치 공식적인 권력을 지닌 귀족들 뒤에서 세계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베네 게세리트처럼.

속임수 안에 속임수가 있고, 그 안에 또 속임수가 있고, 그 안에 또 속임수가 있어. 계획 안에 또 계획이 있고, 그 안에 또 계획이 있고, 그 안에 또 계획이 있어. 원작 소설 내내 여러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반복되는 이 문장은 <듄>의 세계를 가장 함축적으로 설명해준다. 복잡하게 뒤틀린 욕망들과 치열한 정치 술수, 협잡과 배신, 매 순간 암살의 불안에 떨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의심의 세계.원작에서 유에 박사가 (스포일러)를 저지른 데에는 복잡하고 음험한 계략이 결부되어 있었다. 비록 유에는 몇 단계로 꾸며진 속임수 안의 속임수에 빠져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를 하기에 이르지만, 그럼에도 그에게는 자신만의 속임수와 계획이 있다. 그리고 그 계획은 절반이나마 멋지게 성공을 거둔다. 하지만 드니 빌뇌브의 영화에서는? 그냥 어처구니없이 멍청한 짓을 저지른 조역으로 그려질 뿐이다. 그를 믿은 주인공들 역시 바보처럼 보일 뿐이고.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다양성을 고려해 동양인으로 배역을 수정하기까지 했으면서 이렇게 캐릭터의 역할을 비틀어버리는 건 좀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굳이 펄럭펄럭한 옷을 입히고 기 치료사 행세를 하게 만들었어야 했던 걸까? 남성 캐릭터인 카인즈를 여성으로 변경하는 훌륭한 결정을 내렸으면서도 해당 캐릭터의 비중을 왕창 축소해버리면 안되는 것 아닐까?

비슷한 이유로 하와트, 거니, 파이터와 같은 비중 있는 조연들의 사연 역시 깔끔하게 삭제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팬으로서 아쉽다. 특히 하코넨 남작과 그 책사 파이터의 흥미로운 티키타카를 볼 수 없다는 점이 너무나 슬프다. 작중 가장 중요한 캐릭터인 제시카와 그녀가 속한 집단 베네 게세리트를 대하는 태도 역시 아쉽다. 빌뇌브의 영화에서 제시카가 스승 가이우스 대모와 나누는 대화는 극단적으로 축소되었고, 베네 게세리트 집단의 계획과 목적도 아주 얇고 모호하게 다루어지는 수준에 그치고 만다. 원작에서 제시카는 자신만의 계획과 야심을 지니고 있다. 그녀가 지시를 어기고 아들 폴을 낳은 이유는 단지 남편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자신이 우주에서 가장 중요한 성취를 이룰지도 모른다는 욕심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런 모습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각색 과정에서 제시카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되고, ‘엄마’로서의 역할만 강조된다.

개인적으로 원작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인 만찬 장면 역시 삭제되었다. 남편 레토 공작이 부재한 상황에서 행성 권력자들과의 만찬을 주재하게 된 제시카는 오직 자신의 통찰력과 수완으로 정치적 위기를 헤쳐나간다. 상대의 어조와 세밀한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고 거짓을 간파하는 제시카의 능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듄>의 세계에서 비록 공식적인 부와 권력은 남성에게 속해 있으나, 우주의 진실을 파악하고 세상을 조율하는 것은 언제나 여성 인물들인 것이다.

듄, 아라키스라 불리는 행성은 물론 유니크하고 정교한 세계다. 하지만 세계만으로 소설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듄>이 훌륭한 작품인 이유는 흥미롭고 재미있는 인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복잡한 세계 위에서 치열하게 얽히며 함께 살아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언과 신화만 남아버린 세계는 마치 손아귀에서 흘러내리는 모래의 허상과 같다. 부디 영화의 성공을 바탕으로 100부작 드라마가 제작되기를. 장대한 모래 벌레와 뻔한 구세주 신화 대신, <듄>의 나머지 절반의 매력에 집중하는 버전이 언젠가 만들어지기를 오랜 팬심을 담아 기원해본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9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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