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대체 어디에 맞춰야 기준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차별받지 않고 이겨야 공정한 거 같은데, 그게 자기중심적 사고라는 생각은 안 해봤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요즘 느끼는 게 능력주의로 포장한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30 남성의 끝무렵이지만 2030남성이 이렇게 이기적으로 성장한 까닭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가 하면 다들 현실을 외면하고 유년기부터 주입된 가정적, 사회적 신분상승같은 이상들을 쫒아서 현실감각을 잃어버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내로남불을 시전하기도 한 이율배반적인 태도도 없는 걸 생각하면 이들은 겉으로도 별로 여성에게 이타적이지도 않고요. 나만 고생한다는 생각이 저돌적인 나와 같은 집단만 추종하는 마인드가 된 게 아닌가...

사실 저도 반성합니다. 지난 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구석도 있고요. 남자로서 찌질했던 거 말입니다. 지금도 완전 아니라고 할 수도 없으니까요.

남성으로서 자신에게 다른 남성들과의 차별점이나 우월감을 느끼려면 차별화를 시도해야 겠지요. 그게 어떤 경우는 한남이라는 이름으로 남성을 혐오하는 방식일 수도 있겠지요. 말하자면 정치적 올바름을 시전하는 것입니다.

반대로 맥락상으로 여성혐오를 하는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이념으로 존재하는 방식이라,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남성들을 혐오하더라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여적여는 안빠지지요. 외모가 못난 여성이 예쁘고 젊은 여성을 질투해서 싫어한다는 식의 이야기 말입니다. 좀 더 풀자면 내가 좋아하는 이상적인 여성들은 페미니스트여서는 안된다는 의식이 뿌리박혀 버린 것이죠. 왜 이런 인식이 박혔는지는 이해가 가면서도 안가는 구석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역지사지 관점도 없는 자기중심적 사고의 문제입니다. 미적기준으로 예쁜 여성이 페미니즘을 선호하는 것도 문제 삼고, 그러다보니 허구한 날 어설픈 논쟁으로만 이어진다는 생각도 듭니다.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 거기에 더불어 이들은 기본적으로 남의 입장이라는 걸 이입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무엇보다 소통이 불가능한 형식으로 자기중심적으로 성장한 세대가 더 늘어나고 있어요. 저도 그랬고요. 의견 틀리다고 대놓고 이곳 저곳에서 싸우기도 했으니 말 다했죠.

그 결과 여성을, 세상을 자기방식으로 이해하고 지배하려는 습성, 욕구가 팽배해졌다고 봅니다. 앞에서 제가 찌질했더고 말했듯이 저도 약간 이 생각과 욕구가 충돌하는 사람이었습니다만(이런 자기고백적 사고가 도움될 거라고 생각해서 적긴 하는데 도움이 안 될수도 있겠지요)

그걸 빠져나오는 선제조건 중 하나는 세상을 향한 이타심이었습니다. 진정으로 약자를 위한다는 것 말이죠. 약자에는 자신이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믿습니다. 자신보다 약한 소외계층을 돕는다는 행동을 실천해야 하는 것이죠.

무엇보다 거울을 많이 보고 자신이 누구고 뭘 위한 사람이고, 익명으로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상의 익명소통을 중단하고, 실명의 자기 자신으로서, 사회인으로서 살아갈 준비가 되었을 때 비로소 참된 자신을 알게 된 것이죠. 짧은 단문 소통도, 그저 어린시절의 마음가짐도 적당히 해야하고요.

이글은 결국 남을 바꾸기 위한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아마 제가 지금보다 젊을 때 남들이 뭐라 그래도 안 들어처먹었듯이, 젊은 남성들에게 네가 틀렸다라는 주장은 잘 먹히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벗어날 수 없는 잘못된 루틴에 빠져 있어서 벗어날 수 없고, 자기행동을 계속 합리화시켜야 되니까요. 중요한 건 그들에게 미러링이 아닌 진짜 거울을 주고 행동을 녹화하고 그걸 보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스스로 익명성에 숨어 여성을 비하하고 이용하고 공격하길 포기하고 나로 살 수 있는 더 나은 길을 터줘야 합니다. 자신을 더 알고, 자신의 문제를 깨닫고, 그게 세상의 문제이며, 삶은 결국 부조리극이라는 세상을 더 알아야 합니다. 어쩌면 제 인생영화중 하나인 어바웃 타임이라도 보여줘야 할 거 같아요. 그들을 교정하려면 우리가 현실감각을 일깨워주고 이타심을 넣어주며 자신이 아닌 진정 남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좋은 길로 인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이런 거죠. 너 자신을 알라. 그리고 세상을 위해 살라. 그리고 더 어른스러워 지자.

저는 이타심 좋아합니다. 그게 혐오보다 더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나를 희생하면서도 세상의 부조리함을 해결하기 위한 이타심 말입니다.

단순히 남성성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남성을, 청소년을, 인간을 교화시키는 것으로서 다같이 진행했으면 하는 겁니다. 젠더갈등을 넘어 우리 인간의 많은 문제, 다른 사람들이 겪는 문제를 내 일이 아니라고 외면하지 말자는 겁니다. 뉴스에 중독되어 스트레스를 남발하거나 남을 비판하기보다도 해결적 관점에서 집단지성적으로 사고했으면 합니다. 역지사지의 관점, 미래적 관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ps- 그냥 써봤습니다. 갑자기 생각나서요. 저 자신도 한때 한남같아서 반성중이고요. 누군가의 혐오가 아닌 자기반성을 해야 진정성 있어보여서 적었는데 실패할 수도 있겠지요.

사실 이글은 다른 곳에 쓰고 싶었는데요. 여기가 제일 조회수가 높을 거 같아서 써봅니다.

언젠가 지울 수도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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