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보러 갔는데 사운드 볼륨이 너무 컸습니다. 극장 측에 전달했지만 조정되지 않았고, 결국 못 버티고 나온 후 환불받았습니다.


어느 극장이었는지는 굳이 밝히고 싶지 않습니다. 관객이 저 포함해 2명이었는데, 다른 한 분은 그냥 보셨기에 제 청력이 (어떤 의미로건) 안 좋은 게 원인일 수도 있고,

또 극장 쪽에서 친절하게 ‘손상필름 복원판이라, 이 이상 볼륨을 줄이면 원래 들려야 할 음향정보의 일부가 안 들려버릴 수도 있다’고 양해를 구하며

바로 환불해 줬으니까요. 저도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일이라 왈가왈부하지 않았고요.


다만 여전히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네요..


대개 극장 쪽에선 이른바 DCP라 불리는 상영용 파일을, 상영관 믹서 등의 설정 세부조정을 하지 않고 마스터볼륨값만 매겨서 상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손상필름 복원판인 만큼, 해당 상영관의 시스템이 갑자기 그 시점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보다는

(물론 그곳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는데 통상적 수준으로 사운드마스터링된 작품들만 틀다 보니 이제까지 모르고 지나쳤다가, 복원기술의 한계로 어쩔 수 없이

정보 손실 대신 음향을 덜 깎았을 수도 있는 이번 DCP에서 그 상영관만의 문제가 드러난 것일 수도 있긴 하지만, 어쨌든) DCP 자체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렇다면 지금 <화녀> 상영중인 모든 극장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거잖아요.. 다른 상영관에선 그냥 정보손실을 고려하지 않고 마스터볼륨값만 내려버린 걸까요?


아마 영상자료원에서 복원작업을 했을 텐데, 설마 기본적 볼륨값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작업을 마무리했을까 싶긴 하지만.. 아니면 이번 윤여정 배우님 아카데미 수상에 맞춰

급하게 재작업하다 오류가 난 걸까요?


<화녀>는 예매창에 ‘복원판이라 고르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린다’는 문구가 뜨긴 하는데요(영화 시작할 때도 뜨더군요), 정말로 제가 겪은 이번 일이 DCP의 문제라면,

그 문구에 음향 쪽을 강조하는 게 좋을 것 같더군요..


괜한 오해들을 피하기 위해 몇 가지 더 적어두자면,

- 상영관 한가운데 좌석이었습니다. (극장 측에 얘길 했는데도 바뀌지 않자) 제가 예민한 건가 싶어 한쪽 구석 자리로 옮겨 봤는데 그쪽 귀에 더 강한 고통이..

맨 뒷줄 가운데 자리로 옮겨볼까 했지만 다른 한 분이 그 근처에 계셔서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실 자리 옮기는 것도 가급적 피했었어야겠죠..

- 저는 귀가 정말 아팠습니다.. 2시간동안 이러다간 정말 청력 손상될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올 정도였어요..


음향 쪽이 워낙 복잡한 영역이라,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제게 여러 조건들에서 테스트해 볼 여유가 있지도 않아서, 핵심적 원인은 알아내지 못한 채, 결국  일상적인 오류들이 그렇듯,

그냥 여러 가지 (게으른?) 원인들이 하필 그때 작용해서 제가 운이 나빴던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요..



<화녀>, 영상자료원 유튜브에 있는 작품인 줄 알았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그건 <화녀‘82’> 더군요 ㅎㅎ...


고 김기영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도 많이 보지 못했고, 지금까지 극장에서 본 건 <하녀> 한 편 뿐이라 ‘이때 아니면 또 언제 극장에서 보나’ 싶었는데 참 아쉽군요..


다음 기회에...


다른 분들에겐 이런 문제가 없었으면 좋겠군요..



과거 필름 보존 문제는 언제나 참 안타까워요..  복원과 재개봉 등은 참 좋은 일인 것 같고요. 조만간 <시월애> 다시 보러 가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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