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이름의 로마자 철자 헤프닝

2021.04.28 09:28

가라 조회 수:1365


1.

제 이름이 특이한 이름은 아닙니다. 동명이인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성씨는 한국 10대 성씨에 들어가긴 하고(순위는 낮지만), 같은 이름의 유명인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로마자 철자로 들어가면 달라지는데.... 아버지가 성씨의 로마자를 특이하게 쓰셨어요. 같은 가족인 저는 이름을 맞출 수 밖에 없죠.

예를 들어 제 이름이 김철수라면, 보통은 Kim Chul Soo 또는 Kim Chulsoo 로 쓰죠.  그런데 저희 아버지는 Geem 으로 쓰신겁니다 사실 우리나라 ㄱ 이 K도 안 맞고 G도 안 맞긴 하지만, Kim 이나 Gim 으로 쓰지, Geem 으로는 안쓰죠.

만약 해외를 나갔는데 아버지는 Geem Papa 이고 저는 Kim Chul Soo 이면 법적 가족을 증명하는게 골치아파 집니다.


그리고, 처음 여권을 만들때 뭔 생각이었는지.. Chul Soo 라고 안하고 Chul Su 라고 해버렸습니다. 똑같이 U 인데 앞에는 철이고 뒤에는 수 인거죠.



2.

대학때 배낭여행을 가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개인카드 하나, 그리고 아버지가 비상용이라며 가족카드 하나를 만들어 주셔서... 이렇게 두개를 들고 갔죠.

개인카드에는 당연히 Kim Chul Soo 로 찍혀왔고, 가족카드는 Geem Chul Soo 로 찍혀왔어요. 내 여권명은 Geem Chul Su 인데..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는 김씨 아닙니다. ㅋ)


여행을 가서, 우리나라로 치면 교보문고 같은 대형 서점에서 책을 사고, 개인카드를 내밀었는데 (왠지는 모르지만) 점원이 서명이 다르다고 딴지를 겁니다. 몇번 다시 사인하는데도 서명이 다르대요.

그래서 여권을 보여주니 당연히 철자가 다르잖아요?

넌 왜 딴사람 카드를 쓰냐면서 매니저를 불러요. 매니저한테 안되는 영어로 설명을 하지만 매니저는 경찰을 불러여 되나? 합니다.

아... 배낭여행가서 책 좀 사려다가 이게 뭔 상황인지...

영문 이름이 찍힌 카드 2개의 이름이 다르고, 여권과 학생증은 이름이 같습니다. 

코리아에서는 이게 다 같은 발음이다. Geem Chul Su나 Kim Chul Soo 나 똑같이 김철수로 발음이 된다.

영문 철자를 카드사에서 맘대로 박은건 내 잘못이 아니다. 


결국 경찰까지는 부르지 않고, 성이 Geem 으로 여권과 같은 가족카드로 결재를 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한시간 정도 진땀 뺐죠. 경찰에 체포되는줄 알고... (그리고 집에서는 비상용으로 쓰라는 카드를 써서 무슨 일 난줄 아셨다고.. )



3.

군대를 갔습니다. 명찰이 누가 물어보지도 않고 Kim Chul Soo 로 찍혀 나왔습니다.

군대잖아요. 누가 신경을 쓰나요. 그래서 2년간 Kim Chul Soo  달고 살았죠. 


입사를 했습니다. 역시 명찰에 누가 물어보지도 않고 Kim Chul Soo 로 찍혔습니다.

전대 총무빌런에게 이야기 했더니 표정이 '아놔 신입이 귀찮게' 입니다. '영문명 누가 신경 쓰니?' 하면서 그냥 쓰래요. 다음에 고쳐준다고.

십수년이 지났고, 명찰 여러번 새로 받았고 총무빌런도 바뀌었지만 여전히 물어보지도 않고 Kim Chul Soo 로 줍니다.


물론 명함은 Geem Chulsu 로 찍었습니다. Chul Su 를 붙인건 Su 가 미들네임인줄 알아서...

월 1회 정도 아시아쪽 클라이언트와 회의를 할때가 있는데...

일단, 명함을 주고 받으면 '미스터 짐?' 이라고 물어보고... 또 명찰과 명함의 이름이 다른걸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뭐... 이분들도 마찬가지여서요.

클라이언트중에 미스터 노라즐리 뫄뫄랑, 노라즐리 봐봐... 이름이 같은 두명이 (서로 다른 고객사)있는데 영문 표기가 다릅니다. 

최근에 화상회의한 분은 미즈 Aida 인데, 에이다가 아니라 아이다라고 강조하시더군요.



4.

다른 댓글에도 적었지만...

외교부 공인으로, 영문명이 나쁜 뜻이면 철자 변경이 가능합니다. 


====

로마자 성과 이름의 철자가 사전 등에 명백히 부정적인 뜻의 단어로 등재된 경우 변경이 가능합니다.


강(GANG,폭력단), 신(SIN,죄), 석(SUCK,빨다), 일(ILL,병든), 범(BUM,부랑자), 건(GUN,총), 길(KILL,죽이다), 노(NO,아니), 빈(BIN,쓰레기통), 덕(DUCK,녀석), 박(BARK,짖다)

====


그래서 요즘에 여권을 만들러 가면 발음에 맞는 표준 철자가 두셋 지정되어 있습니다.

김씨면 Kim, Gim 중에 고르게 되어 있는거지요. 박씨면 Park, Bak, Pak 중에 고르고...

그래서 한두세대가 지나면 발음에 따른 표준 철자를 자연스럽게 쓰고 있을 겁니다.


저희 아이 여권을 만들려고 발음대로의 로마자 철자를 검색해봤더니...

일부 문화권에서 매우 안 좋은 뜻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말로 정확히 번역은 못하겠는데, 악한것, 불길한 것, 죄.. 라는 뜻이래요.

그래서 Sin 씨들이 Shin 으로 쓰듯, 철자를 변형해서 제출했더니...

공무원분이 표준 철자가 아니랍니다. H 를 빼래요. 

'그 단어가 *** 에서는 매우 안 좋은 뜻이어서 H 를 넣은겁니다.' 라고 했더니...

비웃듯 피식 웃으며 '***에 가실 일이 있어요?' 라고 합니다.

'글로벌 시대에 어떻게 될지 누가 아나요?' 라고 하면서 안빼겠다고 하니...

한숨을 쉬면서 (옛날 우리 총무빌런이 귀찮게 하네 라는 표정을 지으며' 서랍을 뒤적뒤적 해서 서류 한장을 꺼내 줍니다.

영문 이름 쉽게 못 바꾸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 동의서에 싸인 하래요.

그래서 싸인했습니다. 뭐 보통은 동의서 내밀면 아 그냥 표준 철자로 할게요... 라고 한답니다. 

미성년자 시절 만든 여권의 로마자 표기는 성년이 된후 바꿀 수 있다니, 그때되면 애가 직접 결정하겠죠. 뭐...



5.

그래서... 다음에 여권 갱신하면 로마자 이름을 복수 병기 신청해보려고 합니다. 


https://www.passport.go.kr/new/use/roma_allow.p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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