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좀 잃었어요.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죠. 하지만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니까 어쩔 수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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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오래 전에 만들어 놓은 sns계정에 종종 들어가고 있어요. 아마도, 접속하는 것 만으로도 소개 페이지 상단에 랜덤으로 뜨는 건지 예전에 그린 만화를 재밌게 봤다며 연락해오는 사람들이 있곤 해요. 신기하게도 말이죠.


 두번째로 놀란 건 그 사람들의 나이가 의외로 적다는 거예요. 그야 30살을 훌쩍 넘은 사람도 있지만 이제 막 군대에 가서 전업 군인을 하려고 계획중인 사람도 있고 유학 중인 대학생(아니면 대학원생)도 있거든요. 그 만화를 처음 그릴 때를 기준으로 생각해보면 그들은 당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었을 텐데 말이죠.


 생각해보니 미안하네요.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 내 만화를 보는 줄 알았다면 여성의 목을 잘라서 펠라치오를 하는 장면은 넣지 않는건데. 하지만 이해해 줬겠죠?



 2.그래요...어제는 좀 잃었어요. 세장 정도 잃었죠. 이렇게 말하면 '작은 거 세장을 말하는 건가 큰 거 세장을 말하는 건가?'라고 물을 수 있겠지만, 애초에 작은 것과 큰 것의 기준은 각자가 다르잖아요? 뭐 내 기준으로 중간 정도 되는 거 세장을 잃었어요. 


 기분이 좋지 않아서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듀게회원이 하는 카페에 가서 라떼를 한잔 마시고 운동을 갔어요. 



 3.돈을 잃었으니까 술집에 가야 했죠. 그야 돈을 땄어도 술집에 갔겠지만요. 어쨌든 광화문에 가서 이리저리 돌아다녀 봤는데 아는 가게들은 그대로였지만 인간들은 몽땅 교체되어 있었어요. 


 광화문의 술집들은 강남처럼 적당한 건물 안에 입점해 있는 게 아니라 거대한 오피스빌딩이나 주상복합의 지하에 입점해 있곤 해요. 그래서 광화문의 술집에 갈 때마다 한밤중의 빌딩을 지키고 있는 늙수그레한 경비아저씨들을 보게 되죠. 볼 때마다 '저들은 밤새 내내 저렇게 혼자 앉아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곤 해요.

 어쨌든 몇달 전을 마지막으로 갔던 가게에 갔어요. 가게를 스캔해 보기 위해 하이네켄 하나를 시켰어요. 이 가게가 좋은 가게라면 이 하이네켄은 공짜로 먹게 될거고, 이 가게가 별로인 가게라면 이 하이네켄을 돈을 주고 먹게 되겠지...라고 주억거리면서요.


 4.휴.


 5.그리고 앉아서 죽치고 있다 보니 의외로 직원들은 거의 그대로 있었어요. 한 직원이 나를 알아봤어요. 직원은 내게 저번에 자신의 얼굴을 그려줘서 좋았다고 했어요. 그리고 덧붙였어요.

 '오빠가 날 그려준 걸 가지고 다니면서 보곤 했는데. 최근에 휴대폰을 잃어버려서 그 종이도 같이 잃어버렸어.'

 라고요. 솔직이 믿을 수가 없었어요. 호감을 사기 위해 뻥치는 것 같았죠. 그래서 하이네켄 값을 내고 가게를 나와 다른 가게로 갔어요. 차라리 그 말을 안했으면 매상도 올려주고 팁도 줬을 텐데 말이예요. 

 그런 영업멘트를 날릴 거면 그 종이를 가지고 있다가 보여주면서 했어야죠. 그럼 엄청난 시너지가 났을텐데. 남자들은 별거 아닌 거에 감동받잖아요. 여러분도 그렇져? 내말 맞져맞져?


 6.최근에 29를 만났어요. 그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미래에 대한 얘기 말이죠. 아 물론 미래에 대한 얘기=돈 얘기예요. 몇번 썼었죠. 언젠가 떨어질 감에 대한 얘기 말이죠. 한동안 그 감나무를 안 쳐다보고 살고 있었는데 요즘 꽤나 진전이 되어서 말이죠.

 29의 또다른 별명은 '마석의 현인'이예요. 워렌 버핏의 닉네임을 따서 지어줬죠. 29와 구체적인 수치를 들어가며 이런 저런 가능성과, 가능성이 현실이 된 뒤의 이야기를 나누곤 하죠. 

 친구도 29도 내게 만화 일을 좀더 열심히, 포기하지 말고 하라고 얘기하곤 해요. 29는 그 날도 '역시 작가로서의 너도 계발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조언해 왔어요. 그래서 대답해 줬죠.

 '나는 최근에 알게 됐죠. 내가 되고 싶었던 작가는 다른 어떤 작가도 아닌 '행복한 작가'라는 걸 말이야.'

 여기서 말하는 행복한작가란 아무런 보상이 없이도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예요. 자신이 만든 이야기를 굳이 돈과 바꾸지 않는 작가 말이죠. 그냥 우주에 풀어놓는거죠. 내가 우주에 풀어놓지 않으면 다른 누구에 의해서도 우주에 풀려나지 않을 이야기를 말이죠.


 7.물론 그건 얼마 후의 일이긴 해요. '행복한 작가'같은 폼나는 걸 하려면 상황이 매우 매우 안정되어야 하니까요. 상황이 '좋아지는'게 아니라 '안정되는'거 말이죠. 왜냐면, 상황이 너무 많이 좋아져버리면 그런 정갈한 일을 할 리가 없잖아요. 뭔가 미친짓을 하러 다니겠죠. 

 어쨌든 그런 연재를 한다면 어디가 좋을까...싶어서 친구에게 물어보자 디씨를 추천해 줬어요. 솔직이 거긴 욕이 너무 많아서 좀 꺼려져요. 그렇다고 sns나 블로그에 연재해봤자 와서 보는 사람이 없을테고...고민이예요.


 8.심심하네요! 듀게 생파의 성공률이 너무 낮단 말이죠. 하지만 뭐 시도라도 해보죠. 내일(수요일)이나 모레(목요일) 하면 올 분 있나요? 사실 난 오늘도 가능하지만 오늘은 어차피 안 될게 뻔하니까요. 낯선 사람 3명만 성비 맞춰서 모을 수 있음 반얀트리나 가보져. 풀프리미어스위트로 ㄱㄱ. 

 대충 12시간+@면 글은 다들 볼테니 밤 12시까지 기다려 볼께요. 내일이나 모레 모이려면 쪽지 보낸 사람들끼리 단톡방 같은 걸 만들어서 날짜랑 이런저런 거 결정하는 데 또 시간 걸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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