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3.06 01:23
아래 미투에 대하여 링크해주신 글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글이네요. With you를 먼저 하고 싶고...
그리고 저렇게 긴 글을 쉽게 그리고 논리정연하게 쓸 수 있는 재능을 가지신 분이
너무 험한 일을 당해서 해당 분야에서의 커리어가 끊긴 것이 슬프게 느껴집니다.
오늘 모 정치인을 향한 미투 인터뷰가 있었고, 저 역시 다른 분들처럼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분들은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있지만...
간간히 “요즘 같은 세상에 싫다고 하면 되지 왜 그러냐?”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더군요.
듀게 말고 주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이던데...
강간 당한 피해자에게
네가 먼저 꼬리 쳤지, 그러게 옷을 왜 그렇게 짧게 입었냐, 왜 끝까지 저항하지 않았냐 등등
이런 말은 요즘 하는 사람이 별로 없죠.
저게 말도 안 되는 말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고,
저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2차 피해를 입히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니까.
하지만, 위에 인용한 것처럼
위계에 의한 성폭행을 당한 사람에게는
그 때 싫다고 하면 되지 왜 그러냐, 요즘 같은 세상에 어떻게 그런 식으로 당할 수 있냐,
신고하지 그랬냐, 왜 이제서야 말하냐 좀 이상하다 등등
이런 말은 생각 보다 여기저기서 툭툭 쉽게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가해자는 위계에 의한 - 즉, 지위나 계층적 파워를 이용해서 피해자에게 성행위를 요구하고,
피해자는 이 조직/업계를 떠날 것인가 내지는 향후의 커리어를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가해자의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가 중에서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가해자의 요구를 싫다고 거절하면, 혹은 누군가에게 신고한다면,
그 순간 피해자는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할 정도의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게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구조일까요?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대에서 선임들의 부당한 요구나 갑질에 대하여
아무말 못 하고 복종해야 했던 기억들이 선명할텐데
그것과 이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왜 이해를 못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답답해서 몇 자 적어봅니다.
2018.03.06 01:45
2018.03.06 10:01
시대가 변해도 그런 '어린' 남자들은 일정 비율로 계속 존재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군요. 독일의 네오 나치즘 같은 식으로...
그리고, 미투의 부작용을 설파하고 무고 하나만을 나오기를 기다리는 남성들은 왜 그러는건지 궁금합니다.
단순한 피해의식? '민주진영'에 불리할까봐? 과거를 돌이켜보니 뭔가 좀 찔리는게 있어서?
2018.03.06 02:17
가해자의 요구를 싫다고 거절하면, 혹은 누군가에게 신고한다면,
그 순간 피해자는 자신의 커리어를 포기할 정도의 각오를 해야 합니다.
이게 그렇게 이해가 안 되는 구조일까요?
대부분의 남성들이 군대에서 선임들의 부당한 요구나 갑질에 대하여
아무말 못 하고 복종해야 했던 기억들이 선명할텐데
그것과 이것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왜 이해를 못 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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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래서 이 같은 논지로 모 남초사이트에서 한번 얘기를 꺼낸적이 있는데, 미친듯이 GRGR 발광만 할 뿐 전혀 아니라고 펄쩍 뛰던데요. 걔 하나만 그런게 아니라 여럿이서 그런 반응이더라구요. 다른 애들은 모르겠습니다. 도통 얘기를 안하니. 그 때 몇몇 유저들 반응 보고 느낀건데, 뭐랄까...죽어도 피해자나 약자 입장으로는 감정 이입 자체가 안되는것 같더라구요.
2018.03.06 03:01
저도 비슷한...게 아니라 완전 똑같은 경험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여혐은 지능의 문제'라는 말이 옳은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예요.
2018.03.07 10:33
2018.03.06 08:06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무래도 위의 두 예시는 뭔가 하나의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고 그 가정에 오류가 있어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일단 두예시의 뼈대가 되는 중요한 가정은 이겁니다.
"아마 그렇게 느낄 것이다" - 이게 왜 문제가 되냐고 생각해본다면...
여성쪽에서 생각하기에는 남자들 군대에서 선임의 부당한 요구가 "아마도" 여성쪽에서 느끼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랑 비슷하게 느낄 것이라고 짐작을 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성은 남성이 군대에서 당하는 선임의 부당한 요구라는것을 직접 경험해 본적이 없습니다. 그저 이렇게 느끼지 않았을까? 라는 짐작이지요.
남성쪽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남성이 언제 위계에 의한 성폭력 비슷한 상황을 경험해 봤겠습니까? (없다고는 안하겠지만, 여성쪽의 군대 경험이나 남성쪽의 성폭력 피해 경험이나 둘 다 현 시대에 흔한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군대에서 선임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경우는 꽤나 많이 당했을 겁니다. 하지만 남성쪽도 마찬가지로 여성이 성폭력 당하는 상황을 "아마도" 이렇게 느낄것이다 라고 짐작만 할 뿐이지요.
서로 서로 짐작에 의한 의견이고 그 짐작의 강도가 경험해보지 못한것이기 떄문에 차이가나고 그 차이에 의해서 양측이 서로 이해가 안되는 상황이 되는게 아닐까 라고 생각해봅니다.
물론 글로 간단하게 위계에 의한 폭력이라고 썼을때는 아주아주 흡사한 상황이고 예시가 타당 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그 예시의 본질을 생각해본다면 아무래도 느끼는 감정의 차이가 있는게 아닐까 그래서 서로 이해를 못하는 상황이 아닌가라는 생각입니다.
어떻게 보면 위의 두예시는, "군대에서 선임이 시키는 부당한 요구를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그리고 "혹시 성폭력 당할 상황을 경험해보셨습니까?" 라는 두개의 질문에 둘 다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공감할 수 있는 케이스 일수도 있지 않을까요?
2018.03.06 08:25
사실은…남자애들이 이런 얘기가 나왔을 때 왜 전혀 납득을 못하고 GRGR하는지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대충 비슷한 상황에서 유추할 수 있는 대답을 들은적이 있었거든요.
언젠가 건축공학과 남자애를 만나 이런 얘기를 나눈적이 있지요. 선배들 기합에 시달려서 죽겠다고 하길래, 제가 왜 나서서 부당함을 얘기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걔가 말하길,
"왜 나서서 쓸데없이 그래야 하는데? 어차피 내가 선배가 되면 후배를 맘껏 갈굴 수 있는데!"
아주 날 보고 이 무슨 ㅂㅅ같은게 있나 하는 표정과 함께 이렇게 말하던데요. 사실 그 클리앙 글에서 나온 예시의 성폭력 저지르는 애들 보고 딱 그 생각이 나기도 했죠. 이건 어디서 배운거다. 복학생 협의회 선배라고 했으니 군대에서 배웠나 보군.
그러니까 이 문제에 대해서 서로 이해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겁니다. 남자들의 군대내 폭력은(성폭력 포함) 바로 권력의 대물림 과정중 하나거든요. 지금 내가 당하는게 부당하더라도 참고 견디면 내 밥이 되어줄 애가 곧 내 밑으로 들어오니까요. 그러니 굳이 나서서 이 부당함에 맞서 싸울 필요도 없고 지금 미투 운동과 연관지어 생각도 안되는 거지요. 이게 말이 되는게, 헌병대에 체포된 군폭력범들 진술 보면 하나같이 신병 시절에 지들이 선임에게 당한 폭력이 어떠했는지 토로하니 말입니다.
2018.03.06 09:08
경험차이는 있겠지만 그럼 군대에서 성폭력이라도 당해본 남자라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인가요??????
남자분들 의견이 정말 궁금해지는 시점이네요. 경험 안해봐서 모른다 이겁니까?????
여기에 무슨 가정의 오류씩이나 얘기하시는지, 이건 그냥 상식있는 인간이면 다 역겨워할 상황이에요,
2018.03.06 11:49
상사의 요구를 거절하면 앞으로 조직 생활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이 업계에서 추방당할 수도 있다.
선임의 요구를 거절하면 앞으로 2년간 군대 생활이 매우 힘들어질 수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남성들이 이 두 상황의 유사함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이신가요?
경험해야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우리가 세상 모든 일을 직접 경험해야만 이해할 수 있는건 아니지 않을까요.
2018.03.06 08:41
이 글과 클리앙 글을 읽으면서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저도 직장에서 가벼운(?) 성추행을 경험한 적이 있는데 돌아보면 다 저한테 잘해주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럴 때 정색하고 이러지 마세요!!! 내지는 "이건 성추행인데요, 가정이 있으신 분이 왜 저한테????"라고 말할 수 없었어요. 웃어넘기거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척 슬쩍 넘어갔죠. 네, 전 계약직이지만 계약기간은 채워야하고 그 사람들은
업무상 얽혀있는데 손한번 잡았다고 성추행으로 고발할 수는 없었어요. 그 사람들이 물론 직장 밖에서 따로 만나자라든가 더이상 나간 행동이나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가 잘보여야 살아남는 직장에서의
성추행, 성폭력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왜 거절을 할 수 없는지 이해가 갑니다. 저는 그나마 학교지만, 사실 제가 만일 저런 일로 교육청에 고발을 해서 학교를 들쑤신다면 학교바닥에서
더이상 고용되기 어려울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그나마 학교는 학교에 제대로 데미지를 먹일 수야 있겠지만 결코 맘먹고 실행하기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걸 진영논리로 말하는 사람들도 정말 빡칩니다. 민주당은 어떻고, 문재인은 어떻고, 그러면 자유당은 어떻고,,,,,지지하는 정치세력따라 인터넷에 싸지르는데
이건 지금 무슨 좌우대결로 갈 일이 아닙니다. 까보면 모든 정당이 난리도 아니겠죠. 안희정뿐이겠어요? 정치계는 가장 권력구조가 강한 집단인걸요.
진영논리로 계속 악성 댓글달면서 미투운동의 본질이 흐려지는게 안타깝습니다. 이게 어떤 정치세력에 속했다는게 문제가 아니라 권력에 의한 성폭력의 심각성과
처벌, 철저한 재발방지를 사회전체적으로 해야하는 중대한 문제입니다. 대학교서부터 각종 업계에 다 만연한거 상황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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