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대화...(고계)

2018.02.25 03:55

여은성 조회 수:600


 1.친구와 식사를 했었어요. 친구는 스테이크를 가리키며 '늙은 분이 멀리까지 와서 고생을 하시는군.'이라고 중얼거렸어요. 한때 소였었던...소의 일부분이었던 고기를 가리키며 말이죠. 그래서 대답했어요.


 '이봐, 얘의 고통은 이미 끝났잖아. 하지만 우리의 고통은...'


 친구가 말을 이었어요. '그래. 이제 시작이지.'



 2.어쩌다 보니 부모에 대한 얘기도 나왔어요. 부모들은 좋은 것도 주고 나쁜 것도 주는 존재들이다...라고 서로 주억거렸죠. 


 그래요. 부모들이란 우리의 어깨에 짐을 올려 주기도 하고 짐을 덜어 주기도 하는 존재죠. 그러나 부모들이 우릴 도우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큰 도움은 되지 않아요. 부모들이 우리에게 맨 처음 안겨준 인생이라는 짐...그것만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거든요. 


 그것을 짊어지고 있는 우리가 점점 약해지는 건지 아니면 인생이 점점 무거워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어쩐지 계속 무거워져만 가고 있어요. 그래서 결혼같은 건 정말 하고 싶지 않아요. 여기서 인생이 더 무거워지면 견딜 수 없을 것 같거든요.


 아니...어쩌면 무언가를 더 짊어지는 게 우리를 강하게 해줄지도 모르죠. 어쩌면 우리는 '너무 짊어지지 않아서'약해져버린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결국 이렇게 되어버리고 말았죠.



 3.인간들의 소름끼치는 점은, 상대를 불쏘시개로 삼으면서 그걸 사랑이라고 포장하는 거예요. 인간들은 그렇잖아요? 자신을 외롭지 않게 해줄, 즐겁게 해줄 누군가를 찾아다니죠. 그리고 만남의 기간이 길든 짧든 상대가 다 태워지고 검어져버린 장작이 되어버리면 다신 보지 않죠. 가끔 자기연민에 빠져서 다시 연락하곤 하지만요. 아직 자신이 상대의 마음 안에 얼마간의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려고 말이죠.


 

 4.휴.



 5.사람들은 '여자를 돈을 주고 만난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기겁하거나 비난하곤 하는데, 정말 이상해요. 제값을 쳐주는 게 왜 비난할 일인 거죠? 기만적인 속삭임이나 웃음같은 건 다 지나가고 나면 결국 쓰잘데기없는 거였다는 걸 알게 되잖아요. 그 순간엔 그럴듯하게 들리고 그럴듯하게 보이지만요.


 하지만 스폰해주는 건 결코 의미가 달라지지 않아요. 5년 후에, 10년 후에 되새겨봐도 '제값을 쳐줬다'라는 사실은 여전하거든요. 인간들은 어차피 모든 것을 자신을 위한 불쏘시개로 삼고 싶어하면서 거기에 꼭 사랑이나 우정을 들먹여요. 왜냐면 사랑이나 우정이라는 포장지를 써먹으면, 그 관계는 공짜가 되니까요.



 6.하지만 거기서 최고로 소름끼치는 점은 그게 거짓말도 아니라는 거예요. 사람들은 사랑이나 우정 얘기를 들먹일 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사실을 말하는 중이라고 믿고 말거든요. 사람들은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늘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니까요.


 하지만 나는 늘 미래에 대해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설령 지금은 사실이더라도 '미래에 거짓말이 될' 말이라면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말을 하려다가도 이게 나중엔 거짓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이 느껴진다면 말을 다시 집어넣곤 해요. 하긴 그래서 재미가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지만요.  



 7.그래서 요즘은 Q가 옳았다고 생각해요. 타인에게서 얻을 수 있는 건 인격이 아니라 기능뿐이라는 결론에 그녀가 나보다 먼저 도달했었다고 말이죠.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말이죠.


 여자에게는 잠자리를 잘하는 남자, 이야기를 잘 하고 들어주는 남자, 돈줄이 되어줄 남자...셋 모두의 측면을 충분히 다 갖춘 남자는 구하기 힘들기 때문에 한 명씩 따로 만난다는 건 옳은 결론인 것 같아요. 한때는 정신나간 생각이라고 여겼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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